2017 WINTER
빈현준 | 통계청 고용통계과장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과 공공부문에서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17년 5월 10일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업무지시 1호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업무지시 1호가 갖는 상징성에 의미를 더해 대통령 본인이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자처하면서 동시에 실시간으로 일자리 관련 통계를 직접 챙기기 위해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하였다. 결국 일자리 관련 정책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취약한 영역은 어디인지 판단하기 위해서 일자리 관련 통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등에서 생산하는 여러 고용통계들이 서로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아 국민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는 결국 통계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통계가 가지는 의미나 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활동인구조사, 지역별고용조사, 사업체노동력조사, 고용행정통계, 일자리행정통계 등 다양한 통계들을 통해 고용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들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도 생소할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통계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측면이 무엇인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물가는 상품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고,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외국환의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는 지점에서의 외국환의 가격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고용통계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의 가격과 거래량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상품시장, 외환시장 등에서는 공급자가 기업 또는 정부이고, 수요자가 개인 또는 가구이지만, 노동시장에서는 개인 또는 가구가 공급자이고, 기업 또는 정부가 수요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 차이이다. 이점을 제외하면, 다른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실질임금이 되고, 그 거래량이 노동수급량이 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여러 고용통계들도 궁극적으로는 노동의 거래가격인 실질임금과 거래량인 노동수급량을 보여주기 위해 작성되어지는 것이다. 물론 노동시장이 완전경쟁시장이고, 통계조사의 오차가 없다면, 어떠한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도 서로 동일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은 완전경쟁시장도 아니며, 통계적 오차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참 모습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용통계를 통해 노동시장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가장 대표적인 고용통계는 경제활동인구조사가 있다. 매월 공표된다는 점에서 시의성이 있으며, 전 국민, 전 산업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표본은 전국 33,000가구 내 거주하는 개인으로 노동의 공급측면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이다.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지역별고용조사,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등도 노동의 공급측면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이다. 이들 조사에서 노동을 공급한 사람 즉, 취업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취업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우리나라의 총 노동공급량이 달라지며, 그에 따른 실질임금도 변하게 된다. 이 점에 관한 기준은 현재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하고 있는데, 기준기간(1주일) 동안 수입(임금 또는 이익)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판단한다. 이 부분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는 상식과 다소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다시 말해 1주일 동안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는데, 명확한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이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동통계의 본래 목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동통계는 좋은 일자리를 가진 개인을 파악하는 통계이기에 앞서, 한 나라 또는 지역에서 투입되거나 사용된 총 노동량을 측정하는 통계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는 노동의 공급측면을 조사하는 통계 이므로, 총 노동공급량을 측정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따라서 특정 기준시간 이상 일한 경우만을 취업자로 간주한다면, 단시간 근로를 통해 총생산에 기여한 노동공급량이 제외되어 그 나라의 총 노동공급량이 과소 하게 측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점에서 1시간 기준(one hour criterion)은 노동통계 기준의 금과옥조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점에서 동일한 기준을 따른다. 다만, 예외로서 무급가족종사자가 있다.
배우자나 부모의 일을 도우면서 따로 임금을 받지 않는 가족이 무급가족종사자인데, 이 경우만 우리나라에서 예외적으로 1주일에 18시간 이상 일했을 경우 취업자로 간주하고 있다. 국제기준은 이 역시도 동일한 1시간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어업이나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 종사하는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미국도 유사한데, 미국도 현재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무급가족종사자에 대해 취업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예외를 제외하면, 경제활동인구조사는 노동의 공급측면에서 총 노동공급량을 측정하는데 유용하다. 다만, 산업 및 직업의 상세한 분류자료가 제공되지 못해 고용상황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노동시장을 노동수요측면에서 조사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가 있다. 전국 25,000개 표본사업체를 대상으로 매월 조사하여, 현재 사업체에서 수요 되는 총 노동수요량을 측정하는 조사이다. 동 통계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빈 일자리, 노동이동 등을 노동 수요적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고, 세전임금도 장부에 의해 비교적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호출일일근로자, 무점포수리업자, 대리운전기사 등 고정 사업장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취업자를 포착하기 어렵다 점에서 포괄성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2016년부터 기존의 조사 자료가 아닌 행정자료를 활용해 작성되는 일자리 행정통계가 있다. 동 통계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사회보험, 고용보험, 사업자등록자료 등 30종의 행정자료를 연계하여 행정자료 DB를 구축한 후 통계표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앞서 언급된 두 종류의 통계와 달리 신규일자리, 대체일자리, 소멸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제공해 주며, 무엇보다 현장조사에 소요될 인력과 예산을 절감해 다양한 고용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또한 연계된 모든 사람과 사업체 정보를 통해 통계를 생산하므로, 기업규모, 산업중분류 등 상세한 자료를 제공해 준다. 다만, 행정자료가 완전히 제공된 이후에 작성된다는 점에서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또한 일자리에 대한 정보는 제공해 주지만, 일자리를 구하려는 실업자나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용시장을 대표하는 통계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다들 노동시장을 완벽하게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관점에서 노동시장을 충실히 측정하고 있는 통계들이다. 특히, 조사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개인의 사생활 보호의식이 강화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현장조사에 의한 고용통계 작성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점에서 행정자료를 활용한 일자리 통계를 다양하게 작성하는 것에 대해 더욱 고민한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 통계의 주 관심영역은 취업자 수, 일자리 개수 등 고용의 양과 관련된 지표를 얼마나 정확하게 생산해 내느냐 였다. 이는 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1999년 ILO에서 남녀 모두에 대하여 자유, 평등, 안전, 인권을 갖춘 적절하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좋은 일자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이래 고용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후 UNECE, OECD, ILO 등에서는 고용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체계 및 지표안을 작성에 이를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2010년에 고용의 질 지표를 연구하였고, 이에 대한 내부적 논의는 지속되었으나,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진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에서 드러났듯이 좋은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통계청에서도 고용의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적 측면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고용의 질 지표체계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용의 질을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이를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논리적 구조를 가진 지표체계를 작성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일부 지표에 의해 전체 고용의 질 측정이 영향을 받거나, 고용의 질과는 무관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밖에 없는 지표가 과도하게 선정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통계청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최대한 고려하여, 경제, 사회, 근로조건 및 환경 3개의 차원, 임금, 근로시간, 산업안전, 고용안정, 고용차별, 일과 생활의 균형, 사회안전망 등 7개 영역에서 지표들을 선정하였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이를 우리나라 고용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체계라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파편적으로 논의되던 수준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고용의 질을 측정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실업에 대한 전국민적 인식이 달라졌고, 최근 들어 청년실업이 가속화되는 현상을 보면서, 소득주도 성장과 사회적 양극화 해소의 실마리로 일자리가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잣대로 여러 가지 고용통계가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용통계들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 그리고 질적인 측면을 담아내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정책당국은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통계를 생산하는 부처에서는 정책당국이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정확한 통계를 시의성 있게 생산하는데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