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스토리텔링… 데이터에 스토리를 입혀라

2017 WINTER

통계광장

강양석 | 셀바스그룹 COO

데이터 스토리텔링…
데이터에 스토리를 입혀라

데이터는 명확한 근거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발생하는 ‘메시지의 모호함, 근거의 희박함, 논점의 두서없음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잘 짜여진 데이터를 근거로 활용하다보면, 그만큼 소통의 초점도 명확해진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통해야하는 마지막 단계라고 믿는다. 과연 그런지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데이터가 가진 수많은 장점을 더 극대화해주는 방법이 있다. 바로 스토리를 갖는 것이다. 스토리를 가진 정보는 그렇지 않은 정보보다 훨씬 침투력이 강하다. 그러므로 복수의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메시지 전달을 달성하는 데이터 스토리텔링 능력이야말로 데이터를 활용하여 의사소통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진화된 형태다. 데이터 하나하나가 가진 사실성이 한 장면 한 장면 극대화되면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할 때의 설득력은 잘 구성된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후 밀려오는 감동에 비견할 만하다.
간단한 예로 데이터 스토리텔링의 힘을 확인해보자. 미 국방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음 열한 개의 데이터는 ‘전쟁터보다 무서운 것은 마음의 병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더욱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를 형성하며 배열된 좋은 예시다.

01 전 세계에 파병된 미군의 숫자는 2000년 초반부터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02 하지만 부상자 규모는 2000년대 중반 최고조에 이르다, 다행스럽게 최근 감소세에 있습니다.

03 사망자 수 역시 최근 급감했습니다.

04 이상하게도 미군 전체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05 이들 중 해외 파병이나 교전을 직접 경험한 사람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06 이들은 주로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으로..

07 가정의 파괴와..

08 신체장애 그리고 약물 오용 등으로 고통 받아왔던 이들이며...

09 전쟁터가 아닌 미국 땅에서...

10 그것도 자신의 막사 또는 거주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11 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 그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의 규모가 작전 중 전사한 군인의 숫자를 앞질렀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데이터로 줄거리를 만들어라

다수의 데이터가 연이어 활용되었다고 해서, 메시지 피라미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관성이 있는 다수의 데이터를 동원해 사실성을 극대화하고 충분성을 확보하는 정도가 강화되었을 뿐이다. 즉, 메시지의 전달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들이 줄거리를 형성할 경우에는 메시지의 전달력이 극대화된다. 사실 미군 자살의 심각성은 열한 번째 데이터인 ‘미군 전사자와 자살자 규모의 역전’ 하나로도 무리 없이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메시지라도 좀 더 드라마틱하게 전달하기 위해 나머지 데이터들이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포진된 것이다. 그럼 그 전달력이 어떻게 증폭될 수 있었는지 하나씩 뜯어 살펴보자.

이 데이터 스토리의 최종 메시지인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마음의 병입니다’는 기본적으로 전쟁 관련 사망과 비(非)관련 사망을 대조시키는 형식을 띠고 있다. 이는 전쟁 비관련 사망 원인의 중요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구조인데, 그도 그럴 것이 군인의 사망 원인 가운데 전사 이외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상식과 적잖이 배치되기 때문에 듣는 이의 관심도를 순간적으로 높이게 된다.

데이터가 스토리를 만나면 강력한 힘이 생긴다

다시 말해서 극적으로 등장하는 열한 번째 데이터를 위해 사전에 여타 데이터들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데이터들은 역할별로 크게 네 덩어리로 나누어진다.
첫째 덩어리는 도입부에 해당하는 1번 데이터로, ‘미군, 파병, 증가’라는 키워드로 듣는 이의 관심을 환기한다.
두 번째는 전쟁 관련 사상자 규모를 설명하는 2, 3번 데이터로, 도입부의 미군 파병 증가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상자 규모의 최근 감소세를 전달해 듣는 이의 안도감 형성에 기여한다. 하지만 곧바로 뒤에 등장하는 4번부터 10번 데이터는 그 안도감을 최대한 역이용한다. ‘마음의 병’이라는 더 무서운 사망 원인의 가능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말이다. 즉, 2, 3번 데이터에 의해 형성된 안도감은 ‘마음의 병’이라는 새로운 사망 원인의 심각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형성된 희생양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11번 데이터는 그 두 원인을 직접 비교함으로써 설마 했던 듣는 이의 의구심을 강하게 확인시켜주며 강력한 메시지 전달이 완료되는 것이다.
만약 이 데이터들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전달한다면, 아마도 발표자는 3번과 4번 데이터 사이에서 듣는 이의 집중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4번부터 10번까지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전개해 몰입도를 더욱 증가시킨 후, 극적으로 11번 데이터를 보여주며 메시지를 마무리했을 것이다. 이렇게 스토리를 잘 구성하면 듣는 이의 집중도를 쥐락펴락할 수 있고, 집중도가 최고조로 유지됐다고 판단되는 그때,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가 스토리를 만났을 때 힘이 증폭되는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