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신현호 | 데이터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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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데이터가 바꾸는 세상

한동안 빅데이터라는 말의 홍수 속에서 살아온 듯합니다. SF영화를 보듯이 신비롭고 낯선 무언가가 곧 다가올 듯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변화를 느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현실과 다른 특별한 기대감이 더 멀게 만든 것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 라는 책은 2019년에 출판되었습니다. 그 당시 이 책을 접하면서 든 생각은 이 하나였습니다. ‘이런 주제의 데이터를 일부러 모은 것일까 아니면 이런 쪽 일에 종사하는 분일까.’

다루는 주제들이 연구적이거나 학문적이지 않고 오히려 살아가면서 한번쯤 던져봄직한 질문들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관에서 얻은 직감으로 쉽게 결론을 내어버리고 곧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관련된 데이터 통해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년에 인터뷰를 하려고 준비했었지만 갑작스런 사정으로 저자분과의 인터뷰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서점을 둘러보아도 우리 삶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 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통해 접근하는 책을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본다면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좋은 정보를 발굴하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인포그래픽와 같은 서비스가 발달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 작년에 내신 책에서 다룬 주제가 우리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주제를 연구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일부는 일하면서 얻은 자료도 있지만, 제 취미가 이런 것을 찾아보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취미 생활의 결과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지요. 남들 보기에는 괴상한 취미일지 모르지만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저는 너무 재미있습니다. 특히 그래프는 어떤 정보보다 많은 인사이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장의 그림은 천 개의 단어만큼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정보를 찾는 작업이 저에게는 마치 보물 지도를 보는 것처럼 흥분되고 짜릿한 일입니다.

● 이렇게 데이터를 통해 들으니 막연한 주장에 비해 이해하기가 더 쉬운 측면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데이터 리터러시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일반 국민들이 정보를 다루고 판단하는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식인이나 언론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해요. 데이터에서 정보를 얻고 이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이나 관심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포털에서 이런 기사들을 접하는 방식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본다면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좋은 정보를 발굴하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인포그래픽와 같은 서비스가 발달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해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로 말하는 것이 먹힐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 듯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목소리 크고 힘 센 사람 말이 통한다는 생각이 많은 것도 같습니다.

예전에는 지도자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나 경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나오고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어제의 지식이 오늘 쓸모없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데이터 자료가 없는 문서의 경우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 이번 선거에서도 많은 가짜 뉴스가 범람했습니다. 정보의 홍수가 오히려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짜 뉴스는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에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되어 있고 흥미로운 내용이라 빨리 퍼집니다. 심지어 팩트 체크라는 이름을 쓰는 가짜 뉴스도 많습니다. 나중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당사자들은 많은 상처를 입고 난 뒤죠.

제도적으로 가짜 뉴스를 방지할 방안을 만들기에 앞서 먼저 필요한 부분이 언론에 대한 신뢰 회복입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런 가짜 뉴스를 양산하게 만들고 이를 믿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가 됩니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에서 발표한 ‘뉴스 신뢰도 국제비교’에 의하면 한국의 언론 신뢰도가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언론이 권위 있고 신뢰가 쌓이면 가짜 뉴스는 크게 힘을 못 쓸 겁니다.

● 얼마 전에 데이터 3법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 장벽을 낮추어야 한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데이터 3법이 데이터 활용이나 산업에 있어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요?

분명 도움이 되리라고 여겨집니다. 세계적으로 데이터가 미래 산업에 있어 원유나 쌀처럼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개인정보보호 문제인데, 분명 앞으로 몇 번 개인정보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근절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교통사고를 근절할 수 없는 이치하고 같습니다.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고 자동차의 에어백을 강화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보완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교통사고가 무서워 도로통행을 막아버리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해결법인 거죠.

● 데이터 3법 이후 통계청이 어떤 역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마 통계청이 우리나라에서 데이터에 대한 가장 풍부한 경험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통계청이 세상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 보인다는 겁니다. 물론 지금도 적극적으로 하신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이제 통계청이 적극적으로 정책이나 산업에 대해서 주장하고 제안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뢰성 높은 국가통계를 생산하는 기본적인 업무에서 더 나아가 데이터 3법의 시행령 작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련 정책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고 봅니다. 전문성과 객관성을 지닌 통계청을 사람들은 절대 무시할 수 없어요. 적극적으로 사람을 확충하고 법률가나 전문가를 영입하여 정책 개발에 앞서 나가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실 근래 정책에 맞추는 통계라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서다보면 그런 오해를 받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그동안 논란 좀 있었죠. 제가 국회에서 보니 끝난 다음에 설명이나 해명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사전에 어떤 기준이 바뀌었고 어떤 이유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표하고 문제가 제기된 다음에 그것을 설명하려고하니 모든 것이 변명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어요. 사전에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나 해석하는 관점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통계 교육입니다. 일반인들뿐 만 아니라 국회 보좌관이나 언론인들에게도 적극적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통계청 서비스 사용 방법이나 지표가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몰라요. 예산을 확보해서 적극적으로 통계교육을 확대해 나가야합니다. 저는 이런 교육이 통계청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우리나라 데이터 산업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나 개선해 나가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데이터 제공 속도입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하려면 아무리 좋은 데이터라도 적시에 공급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물론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보호가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듯이 속도와 정확도도 상충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경우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한 템포 빠른 정보가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속도를 위해 전체적인 프로세스나 시스템, 인력 확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 코로나19 이후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코로나 이후 세상을 어떻게 전망하고 계시는 지요.

제가 학생이었을 때 성적 우수상보다 더 인정해주는 상이 바로 ‘개근상’이었어요. 몸이 아파도 학교에 갈 수 있는 근면 성실이 가장 인정받는 덕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아픈데 학교에 가면 당장 제정신이냐는 소리 들을 겁니다. 바로 비대면과 온라인 중심 생활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발전된 IT 인프라와 질서 있는 한국 국민들의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를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또 필수적인 제조업 기반은 각국이 갖추는 방향으로 돌아갈 것으로 여겨집니다. 바로 사회 복원력 확보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진국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마스크가 값싼 노동력 국가에서만 생산된 결과였죠. 우리나라도 처음 마스크 문제를 겪다가 바로 안정화 되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앞으로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이후의 삶에 대해서 현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가 바꾼 우리 삶의 모습에 대해서 얘기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코로나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회 일을 일단 그만두신다고 알고 있는데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현재 출판사와 다음 책에 대해서 상의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코로나에 대해서 좀 더 연구를 하고 싶고 이후로도 계속 증거기반정책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신현호 저자가 걸어온 길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 경제연구소 근무를 마친 뒤, 삼정KPMG 파트너로 근무하면서 기업 경영 컨설팅을 수행했다. 2012년 이후로는 국회에서 경제정책 분석과 입안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정책조정실장으로 근무했다.
•경제와 데이터분석 관련해서 각종 신문에 기고해왔고, < 나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2019) >를 집필했고 < IMF, 불평등에 맞서다(2020) >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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