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김광석 |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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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법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비판하지만, 소를 잃었기 때문에 외양간을 고쳐야 할 필요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를 겪은 후, 외환 건전성을 확보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 기능을 강화해오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뼈아픈 경험 후에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위기에 처해본 자가 위기 극복 방법을 알지 않겠는가?

2020년 코로나19와 2021년 뉴노멀(New Normal)

2020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1930대 대공황 이후 가장 흉악한 경제위기를 경험했 다. IMF의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4%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세계 경제성장률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세계 경제는 2.6% 플러스 성장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계 경제성장률은 –0.07%로 거의 0%에 가까운 마이너스 수 준이었다. 2020년 팬데믹 경제위기는 그만큼 가혹한 위기였다.

충격이 지나가고 나면 전과 후는 달라지곤 한다. 일 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필자는 신간 『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전망』을 통 해 2021년의 구조적 변화를 조망했다. 예를 들어, 보 건에 관한 국민적 필요와 정책적인 강조가 한층 증가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될지라도 다른 전염병이 다시 찾아올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사회· 문화적으로도 낯선 군중들과 어울리는 활동들에 의시 적·무의식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될 것이다. 그밖 에도 비대면 서비스나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다가 코로나19 의 영향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 라 이전 수준보다 한층 높은 수준으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코로나19는 일시적 변화만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가져올 구조적 변화

첫째, 글로벌 벨류 체인(Global Value Chain, 이하 ‘GVC’) 상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함 에 따라 이미 제조업 회귀현상이 전개되어왔다. 세계적으로 해외직접투자 유입액 (Foreign Direct Investment Inflow)은 2015년 20,418억 달러 규모를 기록한 이후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2018년에는 14,952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들어 해외직접 투자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2021년까지 이런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 된다.

2020년 세계 주요국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지역 간의 봉쇄(lock down)와 시설들의 폐쇄(shut down)가 본격화되었고, 주요 산업들은 주요 부품의 공급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한국도 자동차,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의 주요 산업들이 중국, 미국, 유럽 등으로부터 원자재와 부품의 조달에 문제를 겪은 바 있다. 특히 많은 선진국은 그동안 마스크를 비롯한 위생용품들의 제조기지를 신흥국에 두었기 때문에 전염병 대응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GVC상의 일부 부문을 해외에 의존하기보다 자국에 집중하는 현 상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주요 정책들 중 하나로 리쇼어링 정책(U턴 기업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현지 법인들을 본국으로 회귀시켜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자국 우선주의가 확대되는 것이다. GVC가 약화 되고 LVC(Local Value Chain)이 강조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둘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가 가파르게 진전되고 있 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변화를 앞당겨 놓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디지털 트 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축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 경제의 핵심축이 ‘전통산업 → ICT 제조 → ICT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가총 액을 기준으로 글로벌 Top 10 기업들의 분포를 확인해 보면, 1990년대 ICT 기업은 IBM, General Electric, BT Group 등 3개에 불과했다.

2000년대에는 4개의 ICT 기업이 Top 10 기업에 들어섰고, 2020년에는 Apple, Amazon, Microsoft, Alphabet, Facebook, Alibaba 등의 ICT 기업들이 주를 이루 게 되었다. 특히 ICT 산업 중에서도 ICT 제조에서 ICT 서비스로의 변화가 눈에 띈다. 모든 변화가 코로나19로 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가 경제주체들의 디지털 서 비스에 대한 요구를 폭발시켰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요 산 업들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비대면 서비스(Untact service)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됨에 따라 온라인쇼핑과 게임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다. 과거 비대면 서비스는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반강제적으로’ 소비자 전체로 확산했다. 온라인쇼핑이 급증하면서 지급결제서비스가 고도화 되고, 온라인 교육 및 화상회의가 도입되면서 ZOOM과 같은 플랫폼 사용자가 급증했다

오프라인 환경하에서 조차도 키오스크(Kiosk)가 빠른 속도 로 보급됨에 따라 판매원 등을 만나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대면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 홈트(홈트레이닝)와 커넥티드 게임의 수요가 증가하고, 앱으로 배달음식을 즐기면서 ‘홈코노 미’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경험해본 사 용자들은 편리성과 유용성을 인식해 코로나19 이후 더욱 의존 적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사회·문화도 상당 부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테니스를 즐기는 저자는 동호인 테니스 풍경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테니스 경기는 통상적으로 네트 앞에서 상대편과 악수를 하며 시작하고, 경기 중 파트너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응원한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접촉을 최소화한 채 라켓을 부딪치며 인사하고, 응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게 만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는 에티켓도 자리 잡게 되고, 기침할 때 팔꿈치를 이용하는 교육도 확대되었다.

한국을 상징하던 집단주의(collectivism) 문화도 쇠퇴하며, 개인주의(indivi-dualism)로의 전환이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가족에서 핵가족 제도로 변화하고, 1인가구가 주된 가구 유형으로 등장하며, 아파트형 주거공간이 확대되면서 개인주의적 문화로 전환되고 있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문화적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도 마찬가지다. 대면보고와 대면회의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도 효율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보고와 재택근무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보급도 확대되고 고도화될 것이다. 비대면 회의의 편리성을 경험한 기업들은 이러한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이를 더욱 활용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회식문화가 상당 비중 줄어들고, 유연근무제도가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밀레니얼 세대가 기존 세대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한 직장환경에서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 2차-3차로 이어지는 회식문화를 지양해왔던 터에 코로나19는 이러한 변화를 증폭시켰다. 최근 G7 재정부 장관 회담, G20 정상회담, IMF 정기 미팅 등과 같은 국제 주요 회담들이 화상으로 진행되었고, 이는 향후 공공 및 민간 조직 내에서 실시간 화상 회의 및 교육의 활용이 늘어날 가능성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와 대응

외양간을 어떻게 고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또다시 소를 잃지 않도록 말이다. 기업 들은 코로나 이후 펼쳐질 변화를 그려보고, 그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겠다. 제조기업들은 GVC의 변화를 인식하고, 생산기지 이동 및 다변화를 검토하며, 정책적인 지원들을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확보하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달하던 서비스를 디지털·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해 나 가야 한다.

사회문화 및 조직문화의 변화에 걸맞은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들도 그런 변화에 기초해 유망한 영역으로의 진로를 설정하 고, 요구되는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투자 의사결정 면에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 19의 경제적 충격을 복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고, 기업 과 가계가 발 빠르게 변화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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