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박노진 | 식당 데이터 경영자

PEOPLE

알면 다르게 보이고,
보이면 길이 생긴다

요즘 신문 방송에 데이터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데이터에 접근해서 친해지기란 쉽진 않습니다. 숫자로 된 표를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지고 하품이 나옵니다.

『식당 공부』란 책을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 식당에서도 이런 접근을 하고 있었구나.

천안에 있는 한 식당 앞마당에 부부가 겨울을 준비하며 나무에 작은 전구를 달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자 작업을 멈추고 먼지 묻은 손을 털며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싱긋 웃으시는 모습이 연구실에서 잠시 산책을 나온 학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얘기를 꺼내자 쑥스러워하시다가 불쑥 이런 말을 던집니다.
“이 책 안 팔릴 거라고 출판사 여러 군데서 거절당했어요”

사실 나조차 식당 운영에 데이터 활용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손맛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손맛이라 것은 참 묘한 것이죠. 할머니가 뚝딱 만들어내는 음식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이 스며 있듯이, 오랜 세월 동안 내공을 닦은 사람만이 가지는 능력 같기 때문입니다.

“식당경영은 만성질환인 당뇨병 관리와 같이 일정 손익프레임에서 관리해야 하는 거예요.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야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죠. 이를 통해 작은 시도를 해나가야 해요. 그렇게 실패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것을 가질 수 있어요.”

○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매일 방문하는 곳이 식당일 겁니다.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왜 이 집은 사람이 많고 왜 저 집은 사람이 없을까입니다. 보통 음식 맛이나, 상권, 서비스 특성에 따라 식당의 성공과 실패를 많이 얘기합니다. 데이터를 살펴보게 된 어떤 계기가 있으신지요.

식당을 운영하다 보면 밤에 잠자리에 들 때 수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오늘 많이 판 걸까? 얼마 남은 거지? 부가세는 왜 이렇게 많이 나온 거야? 재료비는 얼마나 들어가는 거야? TV에 나온 식당은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을까? 우리 집 메뉴 구성은 괜찮은 걸까? 지난달과 이번 달의 매출은 차이가 없는데 이익은 왜 500만 원이나 줄어든 걸까? 손님은 몇 달에 한 번씩 우리 가게를 찾아주는 걸까? 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자주 오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지만 답이 찾기가 참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여기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포스 매출 자료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그 데이터를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 해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15년 동안 숫자들을 보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 다른 식당을 방문하실 때도 이런 데이터 경영적 시각으로 살펴보실 것 같아요. 식당을 방문하실 때 무엇 무엇을 살펴보시는지요.

제일 먼저 식당을 가서 보는 것은 청결한 이미지를 주는가입니다. 홀이나 주방이 지저분하거나 무질서한 느낌을 받으면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아서 맛에도 나쁜 선입견을 주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 집의 손익프레임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봅니다. 직원들이 몇 명이니까 매출이 얼마인지 추정해보고 메뉴의 원가를 분석해서 이 둘의 합이 매출의 몇 %를 차지하는지 어림잡아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테이블이 몇 석이고 방문한 시간대에 따라 회전율도 대략 짐작되니까 그 음식점의 대략적인 손익계산이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그것에 따라 직원들과 주인의 움직임과 얼굴을 봅니다. 허허, 하지만 음식이 나오면 다 잊고 맛있게 먹습니다.

○ 식당을 보면 대략 손익계산이 나오시는군요. 잘되는 식당과 안되는 식당의 차이가 바로 보이시겠어요.

잘되는 식당은 직원들의 분위기가 밝아요. 인사를 잘하거나 잘 웃거나 대답을 잘해요. 음식도 15분 이내로 빨리 나오고요. 신기하게 두 명 손님이 많아요. 재방문율이 높은 거라 유추할 수 있죠. 보통 단체 손님은 돈이 되니 잘해주고 두 명 손님을 신경을 덜 쓰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만족한 손님들이 단체 손님들을 데리고 오는 거예요.

반면에 안되는 식당은 주인이 카운터에서만 있고 손님한테 잘 오지 않아요. 주로 종업원을 시키기만 하죠. 또 직원이 손님들이 있어도 핸드폰을 보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그리고 정리 정돈이 안 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런 곳은 음식에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 식당 경영하시는 분이 이 글을 보고 계실 수도 있는데, 경영 상황에 따라 어떻게 데이터 활용이 가능할까요? 예를 들어 망해가는 곳, 어정쩡한 매출의 식당, 잘되는 식당에 따라 데이터 활용 방법이 다를 것 같아요.

망해가는 식당에서 왜 망해가는지 분석할 수 있다면 그래서 망하는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회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겠죠. 그 원인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요인이라면 빠른 폐업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어정쩡한 매출이 일어나는 식당은 선택과 집중을 하게끔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는 음식점은 성공하기 쉽지 않습니다. 청국장이면 청국장, 김치찌개가 맛있는 식당은 김치찌개에 집중해야 합니다. 다 잘한다고 해도 손님들은 어느 하나의 음식만 기억하는 법이거든요.

천안에 있는 어떤 고깃집은 입지도 별로인데다 메뉴도 여러 가지라 손님들한테 잘 기억되지 않았던 식당이었는데 점심때 김치찌개에 고기를 듬뿍 넣어주어 대박 난 사례가 있습니다. 김치찌개로 대박 나고 저녁에 고기로 다시 손님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입니다.

잘되는 식당은 굳이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아도 잘 됩니다. 이런 식당이 기업형 외식 업소로 성장하고 싶다면 데이터 경영을 도입하기를 추천합니다.

○ 김치찌개 사례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아마 여러 식당에 데이터 경영 방법을 전수해주셨을 듯합니다. 그 사례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청주에 어떤 보리밥은 장사가 엄청나게 잘되는데 데이터 분석을 해보니까 인건비 비율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을 알고 직원을 더 충원했습니다. 그랬더니 손님들한테 음식이 제공되는 시간도 줄고 테이블을 치우는 시간도 줄어들어 오히려 매출이 더 늘어난 윈윈 효과를 경험했습니다. 시간을 줄여 회전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죠. 만약 데이터를 보지 않으면 직원 보강을 생각하기 어려워요. 당장 나가는 인건비만 머릿속에 떠오르거든요. 데이터를 통해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해야만 가능한 결정이죠.

냉면집 사례인데요. 여름엔 장사가 괜찮은데 나머지 계절은 힘들다고 해서 데이터 분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겨울에 불고기 주문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냉면집이다 보니 냉면을 겨울에도 팔 방법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불고기와 냉면을 세트 메뉴화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불고기와 냉면은 끌리는 조합이었어요. 이 메뉴를 통해 겨울철에도 많이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었지요.

그 외도 원가분석을 통한 메뉴를 개선한 초밥집, 수익성을 개선한 연어전문집 등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 책을 보면 가슴에 와닿는 문구가 많이 있습니다. ‘느낌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 문장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해주는데요. 느낌으로 아는 것과 그것을 숫자로 설명할 때의 차이점은 무엇인지요.

장사가 잘되거나 무난할 때는 느낌을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여도 다 맞거든요. 이래서 잘되는 것 같고 저래서 잘되는 것 같고요.

그렇지만 안되거나 어려울 때, 특히 이유도 없이 장사가 안되면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마치 등이 가려운데 엉뚱한 데를 계속 긁고 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알 것 같은데 그것이 아닌 것 같은 그런.

그럴 때 데이터를 보면 그 느낌의 실체를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 있는 거예요. 그 원인을 알게 되면 다르게 보입니다. 다르게 보이면 해결할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커요. 방법을 찾으면 그 위기를 넘기게 돼요. 그러면 한 단계 올라서게 되는 겁니다.

우리 가게의 하루, 한 달, 그렇게 1년을 온전히 숫자로만 표현해놓으세요. 그러면 문제가 닥쳤을 경우 그 안에서 막연한 느낌의 정체를 찾을 수 있어요.

○ 또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이 ‘모든 매출의 움직임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매출이 떨어지는데 그 원인을 모르면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 그 시행착오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알 수만 있다면 그것이 자산이 된다’입니다. 코로나로 많은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데이터 경영이라는 말에 공감은 하면서도 쉽게 다가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시고 싶으신지요.

생각보다 자신의 가게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지금 운영하시는 가게에 대해 어떤 진단을 하고 있는지, 매출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메뉴 구성은 적절하고 객단가 회전율은 어떤지, 고객은 누구인지, 직원의 생각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원가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마케팅 방법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야만 집중과 선택의 포인트가 보입니다. 즉 우리 가게만의 적정 손익프레임을 맞추고 그에 기초해 가성비 메뉴를 개발하고 고객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길이 보이는 거죠.

○ 시간대별, 요일별, 홀과 배달, 점심 저녁, 식사와 술 메뉴 등으로 매출을 쪼개어 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세부적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전략을 세우려면 다양한 자료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데이터화가 필요하다 또는 이런 데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시는 게 있으신지요.

요즘 포스는 매출에 대한 분석은 잘되어 있습니다. 이 자료를 활용하면 매출 위주의 분석자료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매입 관련 데이터는 잘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매입과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가게마다 다양하므로 이에 대한 취합데이터를 모으기 어렵죠. 여기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쉬운 시스템이 나오면 좋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인공지능형 데이터 경영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요즘 많이 얘기되고 있는 빅데이터는 소상공인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 돼요. 배추나 삼겹살 가격 동향 같은 이런 자료들이 있다면 식당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런 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면 그에 따라 효율적인 원가 계산이 가능할 거라 여겨집니다.

○ 사업자 등록증이 14개라고 하셨는데 13번의 시련을 거쳐오신 것 같습니다. 그때로 되돌아가서 한마디 해줄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 시절의 본인한테 무슨 말을 해주시고 싶습니까.

작은 식당의 경우 대표의 역량이 80%로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저한테 구사일행을 얘기하고 싶어요. 아홉 번 생각하고 한번 실행한다는 의미입니다.

2002년 첫 번째 식당으로 고깃집을 시작했습니다. 천안에서 규모가 꽤 큰 식당이었는데 2년 차에 광우병이 터져 쫄딱 말아먹었습니다. 광우병이 터지기 전에는 월1억 이상 팔았는데 80% 이상 매출이 급감해 어떻게 손써볼 도리도 없이 문을 닫았죠.

올해도 코로나라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외부환경에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이런 외부환경의 변화나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힘을 길러야 해요. 그게 무엇이냐 하면 바로 내 가게에 대해 숫자로 파악하고 있느냐예요.

제가 데이터 경영 수업을 하면 80%가 포기를 해요. 장기간 데이터를 모으고 숫자를 들여다보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해보지 않으면 작은 외부 변화에도 당황하게 됩니다. 충분한 준비와 구체적인 고민을 통해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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