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 | 밸류바인 대표

EDU

스몰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 창출하기

빅데이터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스몰 데이터

바야흐로 지금은 인공지능의 시대다.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한 재료가 바로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이동이 편리해졌다. 내비게이션에는 인공지능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간혹 의문이 든다. 왜 내가 원하는 길로 안내하지 않을까? 편한 길로 가고 싶은데 빠른 길로 안내한다. 1분을 단축하기 위해 좁고 위험한 길을 가고 싶지는 않다. 비록 1분이 늦어지더라도 5km를 돌아가더라도 간선도로를 이용하여 편하게 운전하고 싶다. 인공지능은 왜 내 마음을 모를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은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나의 마음을 읽으려고 한 적은 없다.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에서 나의 마음까지 읽고 정보를 제공해 주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 경지에까지 오르지는 못한 것 같다.

이러한 실시간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하면서 의사결정을 한다. 또한 순간적으로 주변의 여러 상황을 파악하여 의사결정을 한다. 빅데이터가 아니라 스몰 데이터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인간은 38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거쳤고 15만 년 전에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로 분화했고 그 이후 현재까지 질적으로 거의 같은 두뇌 구조로 되어 있다. 원시시대에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과 현대사회에 도시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은 같다.

원시시대에는 뱀이나 호랑이를 빠르게 인식해야 살아남았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빨리 피해야 한다. 설령 뱀이 아니더라도 손해 볼 일은 없다. 피하지 못해 뱀에 물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현대에도 다양한 위험 요소를 빠르게 간파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자동차의 굉음이나 폭발음을 들으면 빠르게 피해야 한다. 급발진이든 가스폭발이든 피하면 살 수 있고 설령 나에게 위해가 없더라도 피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우연을 필연으로 간주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눈치가 중요한 생존 수단이 된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지만 우리는 할수 있는 능력에 다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바로 스몰 데이터(small data)다.

스몰 데이터는 몸짓이나 말투, 인상 등과 같이 사소한 행동에서 나오는 소소한 데이터다. 소비자의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개인화된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데이터의 양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적은 양의 데이터다. 단순한 양이 아니라 데이터의 속성(feature, 특징 또는 변수)이 매우 작은 경우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특성을 나이, 성별, 키, 몸무게, 인상, 말투, 몸짓 등으로 데이터화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한 사람이 아니라 5천만 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면 속성은 몇 개 되지 않지만 데이터의 양은 5천만 개가 되어 대규모의 데이터가 된다. 일반적으로 빅데이터는 대규모의 양과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저장을 할 수 있는 속도, 그리고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 등 데이터 유형의 다양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를 뜻한다. 반면에 스몰 데이터는 규모 측면에서 양이 크지 않고, 실시간 데이터 수집 및 저장이 어렵고, 데이터의 유형이 다양하지 않은 데이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개인화된 데이터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개인화된 데이터를 비즈니스에서 활용하기 위해 그 동안 산업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해 왔다. 가장 오래되었으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방법으로 관찰법이 있다. 물론 지금은 특별한 기술이 들어간 기계의 힘을 빌린 관찰법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또한 오랜 기간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체계화된 방법으로 인터뷰가 있다. 인터뷰는 면접하는 방법으로 심층면접법, 표적집단면접법, 그리고 은유유도기법(ZMET), 컬처코드 등의 방법들이 있다. 대체로 텍스트 기반의 데이터로 질문을 통해 응답자의 내면의 세계에 들어가 보고자 한 접근방법이다. 아울러 질문지를 체계화한 서베이도 전형적인 스몰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이다. 스몰 데이터 연재를 통해 관찰과 인터뷰, 서베이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통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관찰법과 인터뷰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숨어 있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방법 : 관찰법

관찰(observation)은 체계적인 방식으로 관심 주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람, 사물, 사건의 행동 형태를 기록하는 것이다. 관찰자는 관찰되고 있는 사람들과 질문도 하지 않고 의사소통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지 또는 어떤 TV 프로그램을 보는지에 대해 응답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유행하는 패션을 관찰한 데이터나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스캐너로 바코드(bar code)를 읽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유행하는 색상이나 유형 또는 잘 팔리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다. 관찰의 결과를 바탕으로 신제품 기획이나 새로운 프로모션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은 사무실이나 워크숍에서 많이 사용하던 ‘포스트잇’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포스트잇을 사용하는 사람을 며칠 동안 관찰한다고 생각해 보자. 포스트잇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이나 고통스러운 점이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먼저 문제를 정의했으니,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포스트잇의 문제점을 분석해 보자. ‘메모를 보관하기 어렵다, 중요한 메모라면 다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바람에 날릴 정도로 잘 떨어진다, 분실 가능성이 있고 손상되기 쉽다, 메모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다, 작성한 글을 지우거나 재사용하기 어렵다.’ 등과 같은 불편이나 고충을 발견했다. 이제 고객의 불편과 고충을 해결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 실제 이런 문제에 착안하여 “접착제나 핀 없이 어느 곳에나 붙일 수 있는” 마그네틱 노트(Magnetic Notes)가 개발되었다([그림1] 참조).

[그림1] Tesla Amazing의 Magnetic Notes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통찰로 연결되는 관찰을 할 수 있을까? 제대로 관찰하려면 어떤 대상을 유심히 바라봐야 한다. 유심히 바라보면, 이전에는 쉽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충 훑어보고 지나치는 수동적인 보기가 아니라 관심을 두고 주의 깊게 탐색해야 한다. 아서 코넌 도일의 추리소설 《보헤미아의 스캔들》에서 탐정 셜록 홈스는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라고 일갈했다. 적어도 비즈니스에서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면 셜록 홈스 같은 관찰 마인드가 필요하다. 즉,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두고 유심히 뚫어지게 관찰해야 한다. 오래전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제자들에게 “벽돌 사이의 금까지도 스케치하라.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날마다 밖으로 나가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고 관찰한 뒤 자세하게 기록하라.”라고 했다. 우리 역시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흥미를 갖고 이상하거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감지(sensing)하고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훤히 꿰뚫어 보는 통찰(insight)을 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다.

숨어 있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방법 : 인터뷰

인터뷰(interview)는 관심 주제에 대해 연구자(interviewer)가 응답자(interviewee)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심층 면접(in-depth interviews)이 있다.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심층 면접은 구조화되어 있지 않고, 직접적이며, 개인적인 면접으로 응답자(소비자)의 심리 전반에 내재해 있는 지식, 신념, 태도, 동기, 감정 등의 정보를 획득하고자 할 때 유용하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아이들의 시간 단축과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쉽게 조립할 수 있는 블록을 만들어 제공했으나 지속해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매출 감소가 가장 큰 문제지만 그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고객 니즈를 파악했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봉착한 레고(LEGO)는 독일의 한 소년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레고광일 뿐만 아니라, 열정적인 스케이트 보더였다. “당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물건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소년은 닳고 낡은 아디다스 운동화 한 켤레를 가리키며 “이 운동화는 나에게 우승컵이자 금메달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여기서 우승컵이자 금메달이라고 한 의미는 무슨 뜻일까? 만약 레고에서 판매했던 즉각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쉬운 레고 블록이었다면 이게 우승컵이자 금메달이 될 수 있었을까. 고객이 원한 것은 시간 단축과 즉각적인 만족감이 아니라 자신이 이 지역에서 최고의 스케이트 보더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표였다. 이후 레고는 “블록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rick)”라는 전략으로 선회하여 성공을 거두고 당시 세계 최고의 완구 제조사인 마텔(Mattel)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인터뷰를 통해 통찰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캐묻기와 같은 면접 기술(skill)도 있어야 한다. 캐묻기(probing)는 의미 있는 응답을 획득하거나 숨어 있는 문제를 찾아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캐묻기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어떤 내용인지 좀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무엇이든지 좀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등과 같은 질문으로 계속 파고들어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토마토 수프에 대한 신제품을 개발하여 시식하게 한 다음 “이 토마토 수프가 어떻게 개선되었는지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라고 질문을 해보자. 응답자가 “글쎄요, 우선 색상이 좀 변한 것 같네요.”라고 응답했다면 캐묻기로 “색상이 좀 변했다고요?”라고 질문하면 된다. 그리고 “네, 아주 짙어 졌어요.”라는 답변을 받았다면 이어서 “아주 짙어져요?”라는 추가 질문을 하면 된다. 그러면 응답자는 “네, 수프가 아니라 토마토 소스 같아요.”라는 답변을 했다고 가정하자. 심층면접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토마토 소스라는 의견을 수집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개발한 토마토 수프와 응답자가 말한 토마토 소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통찰하면 된다.

데이터의 본질은 새로운 가치 창출

관찰이나 인터뷰 또는 서베이를 통해 어떤 이상한 점을 발견, 즉 감지했다면 이를 통해 그 데이터의 이면을 훤히 꿰뚫어 보는 깨달음, 즉 통찰해야 한다. 그리고 통찰을 바탕으로 개선 활동을 해야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다([그림2] 참조). 데이터 기반의 개선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겨야 새로운 가치가 나왔는지 혹은 그렇지 못한지를 알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실행(action)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데이터의 본질은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마그네틱 노트나 레고는 스몰 데이터로 센싱을 한 다음 실행으로 통찰을 증명했다. 스몰 데이터이든 빅데이터이든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규모가 아니라 센싱과 통찰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림2] 스몰 데이터 기반 가치 창출 프로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