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광장김준래 | 통계의창 객원기자
통계광장
한류 콘텐츠의 인기 비결을
알고 싶다면 통계를 찾아보자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리아(KOREA)’라고 하면 ‘동아시아에 있는 분단 국가’ 또는 ‘과거 6.25 전쟁을 겪었던 가난한 나라’ 쯤으로 인식하거나, 이마저도 모르는 사람들은 대한민국과 북한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랬던 KOREA가 최근 들어서는 과거와 전혀 다른 문화강국의 이미지로 전 세계에 각인되고 있다. 바로 ‘한류(韓流)’라는 콘텐츠 덕분이다. ‘K-팝(K-POP)’이 이끄는 음악을 중심으로 드라마와 음식, 화장법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들이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한류 콘텐츠는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을까. 우리의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의 드라마가 어째서 재미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단순히 ‘좋다’라는 표현이 아니라 통계를 통해 보다 명확하게 알아보자.
한류의 탄생과 진화
한류는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리에 소비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신조어인 만큼 탄생 배경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조금씩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관계자는 “한류라는 신조어는 중국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특히 지난 1997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국내 드라마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한류라는 단어가 탄생했다”라고 말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한류 확대를 주요 업무로 하는 문화관광부 산하의 민간 재단이다.
이처럼 한류는 드라마를 통해 탄생했지만 만약 드라마 위주의 수출에만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한류는 존재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드라마의 인기가 한풀 꺾일 무렵인 당시의 한류는 장르와 대상 연령, 그리고 지역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동력이 요구되던 시기였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한류의 세계화를 이끈 ‘K-팝’으로서, 업계에서는 이 시기를 초기 한류와 구분하여 ‘한류 2.0’이라고 부른다.
‘한류 1.0’이 드라마를 통해 중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면, ‘한류 2.0’은 K-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일본을 무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지화라는 전략을 통해 일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K-팝은 국내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이 대거 일본의 가요 차트를 석권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류 1.0’이 드라마를 통해 중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면, ‘한류 2.0’은 K-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일본을 무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지화라는 전략을 통해 일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K-팝은 국내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이 대거 일본의 가요 차트를 석권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제로 국내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1990년대의 중국은 자본주의의 물결이 들어가면서 가족 해체 현상이 나타나던 시기였다. 그리고 K-팝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의 일본은 음반 산업이 침체기에 머물던 시기였다.
이처럼 K-팝은 침체된 일본 음반 시장의 돌파구가 되었지만, 그 범위는 대부분 아시아 시장에 머물렀다. 팝의 원조 국가들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활동이라는 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성과가 미미했다.
K-팝으로 한류 2.0 시작
아시아권에서만 인기를 끌었던 K-팝은 2012년에 접어들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노래로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 바로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이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의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 순위에서 1위를 달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팝송과 관련된 순위 중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빌보드에서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말춤’을 따라하는 등, 강남스타일은 국내 음악 역사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관계자는 “강남스타일의 폭발적 인기는 K-팝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를 보여줬다”라고 평가하며 “이 노래 하나가 한류를 전 세계로 전파시킨 원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은 치밀한 기획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로또’ 같은 행운이 따른 노래였다. K-팝을 전 세계가 인정해주는 음악의 주류(主流)로 편입시켰다고 보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따라서 K-팝이 본격적으로 성공하려면 단발성의 노래가 아닌 K-팝을 이끌어 나갈 진정한 스타가 필요했다.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이 등장한 것은 바로 이 무렵이다. 이들은 단발성이 아닌 다양한 노래를 통해 K-팝을 전 세계에 알렸다. 놀라운 점은 BTS가 음악에 관한 가장 빠르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무대인 미국 진출을 처음부터 목표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대신 BTS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해외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이들은 빌보드를 포함하여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음악 차트를 석권하면서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차트를 연이어 석권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가수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걸그룹으로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와이스는 일본 데뷔 앨범을 25만 장이나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 초 발매한 일본 싱글 앨범으로 오리콘 차트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류 콘텐츠의 발전으로 신 한류도 기대
BTS를 중심으로 여러 그룹이 이끄는 K-팝이 한류의 중심이라는 사실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한류 콘텐츠의 인기 및 소비는 K-팝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제시된 통계 수치를 살펴보면 한국에 대한 연상 이미지로 K-Pop을 떠올리는 한류콘텐츠 소비자가 16.6%로 가장 많았고, 한국을 연상시키는 제품에서는 지난 2016년 7위였던 K-Pop이 2년 만에 3위까지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류콘텐츠 호감도 부문에서도 ‘한국 K-팝 콘텐츠가 마음에 든다’라는 응답이 2016년에 비해 18.2%나 증가하여, 전년에 대비해 20.1%가 증가한 예능프로그램 다음으로 증가 폭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 한류콘텐츠 인기도 부문에서는 한식과 패션·뷰티 다음으로 38.9%를 기록한 K-팝이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년에 대비하여 최고로 많이 증가한 5.7%의 애니메이션에 이어, 전년 대비 증가 값이 두 번째로 높은 5.5%를 기록했다.
‘자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라는 응답에서도 역시 2016년에 대비해 K-팝의 인기가 11%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하여 47.1%를 기록했으며, 만나고 싶은 한류스타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도 K-팝의 강세가 반영된 결과가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치는 국내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K-팝 아이돌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외에도 K팝의 글로벌 돌풍 현상은 한국에 대한 연상 이미지나 자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제품에 대한 견해뿐 만 아니라 한류 콘텐츠의 소비나 향후 전망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류 콘텐츠의 소비 비중은 2016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증가했는데, 특히 K-팝의 소비 비중 증가 값이 9.1%로 모든 조사 콘텐츠 항목 중 가장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한류 콘텐츠와 관련된 활동 참여 의향 역시 K-팝 동호회에 대한 참여 의향이 지난해에 비해 11.3%나 늘어나서, 작년과 대비하여 증가폭이 가장 큰 활동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관계자는 “더 이상 한류는 주변 국가나 일부 콘텐츠에만 해당하지 않고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찾아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아시아권을 대상으로 드라마나 음악 등이 이끈 한류가 이전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 앞에 ‘K’자를 붙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우리의 화장법을 알려주는 K-뷰티나 음식을 맛보게 해주는 K-푸드, 또는 우리의 문화를 체험하게 해주는 K-컬쳐 등과 같은 신조어를 통틀어 ‘한류 3.0’이라고도 부르는데, 이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신(新) 한류’의 등장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키즈 콘텐츠의 등장과 플랫폼의 변화
한편 한류콘텐츠는 최근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바로 ‘키즈(kids)’ 콘텐츠다. 최근 국내 키즈 산업을 들여다보면 영상 콘텐츠가 대부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키즈 콘텐츠가 지닌 영향력은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순위를 살펴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 채널의 대표 콘텐츠였던 뷰티나 먹방 관련 동영상들보다 어린이들의 일상과 놀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키즈 콘텐츠’가 더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유튜브 분석 통계 전문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구독자를 기준으로 국내 상위 13개 채널 중 8개가 키즈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채널의 구독자 수를 모두 더하면 무려 3,500만 명에 달한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추세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외에서도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중심으로 키즈 콘텐츠 소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미 경제지인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세계 최고 수입의 유튜브 스타 2018’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장난감 체험 채널을 운영하는 7살 소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키즈 콘텐츠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콘텐츠의 이용 증가 경향을 들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 네트워크 속도가 개선됨에 따라 기존 다운로드 방식을 취했던 콘텐츠 이용이 스트리밍(streaming)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음원에서부터 출발하여 현재 동영상 서비스에도 스트리밍 방식이 적용되고 있고, 스트리밍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한류콘텐츠들도 온라인 또는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한류 콘텐츠와 관련된 상품을 소비하는 데 있어 온라인 스트리밍 이용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나누어 한류콘텐츠 이용 경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온라인 또는 모바일 스트리밍을 통한 한류콘텐츠 이용이 현저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영상 콘텐츠 영역을 살펴보면, 2017년에는 2016년에 비해 TV 이용은 감소한 반면에 대다수의 콘텐츠 분야에서 무료 온라인·모바일 스트리밍 이용이 TV를 통한 이용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능의 경우, 작년에는 TV를 통해 시청하는 이용자가 가장 많았던데 반해 2017년에는 무료 스트리밍을 통한 이용자가 가장 많았다. 2017년 무료 온라인·모바일 스트리밍 이용 비율은 62.6%로,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접하는 경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TV 이용은 2016년 대비 0.4%가 감소하여 60.2%에 그쳤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비슷하다. 2017년 들어 온라인과 모바일의 스트리밍 이용율은 60.8%로서 TV 이용률인 53.5%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TV드라마의 경우에는 TV를 통한 시청이 2016년에 비해 0.7% 줄어들었고, 영화는 TV이용이 전년에 비해 6.1%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의 스트리밍 이용은 11.8% 정도 증가하여 TV 이용 비율을 온라인과 모바일 스트리밍 이용 비율이 많이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K-팝 분야 역시 온라인과 모바일상의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을 접하는 비중은 62.3%로서 TV 이용 비중인 55%를 앞질러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간의 차이는 7.3%로서, 영상 콘텐츠 중 가장 그 차이가 큰 폭으로 나타난 애니메이션 분야와 동일했다.
이렇게 몇년 사이 한류 콘텐츠를 온라인과 모바일 스트리밍을 통해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는, 앞으로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을 통한 스트리밍이 전 세계적인 주요 한류콘텐츠 유통경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만든다.
또한 앞으로 한류 콘텐츠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스트리밍 플랫폼 활용 전략이나 다양한 스트리밍 관련 정책 마련이 중요해졌다는 시사점도 제공한다.
이러한 발전의 지속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수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면서도 기술의 흐름을 읽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기대감과 함께 블록체인과 콘텐츠의 결합으로 인한 활용성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 등을 통해 융합적 생태계가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융합하려는 노력, 이것이야말로 한류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지금 필요한 자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