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탐구전승민 | 과학칼럽니스트
용어 탐구
공장에서 나와
현실로 뛰어든 로.봇.
현시대에는 현실 속에서 일을 하는 고성능 로봇이 없을까. 있다. 바로 공장 등 제한된 환경에서 일을 하는 산업용 로봇이다. 로봇이 복잡한 현실사회에서 일을 할 능력이 없으니, 로봇에게 맞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 속에서 일을 시키는 것이다.
누구나 로봇 산업을 말하는 시대가 왔다. 새 시대에 로봇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정보화혁명(3차 산업혁명)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소프트웨어 기술은 이미 거대한 시장을 이루며 지구촌의 주력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소프트웨어 기술로 만들어낸 가치들은 어디까지나 PC나 스마트폰 같은 ‘정보단말기’ 안에서만 움직였다. 이것만으로도 영상과 소리 등, 정보를 넘어서 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제공할 수 있었고, 다양한 정보와 감성을 전달하며 세상의 혁명을 이끌었다.
이제 과학기술은 이 벽을 깨고 IT 기술을 무기로 모니터 밖의 세상, 즉 현실세계 역시 소프트웨어로 통제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IT기술과 현실을 연결하는 매개체, 즉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바로 로봇이다.
‘로봇’이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 무인비행기(드론)를 포함한, 자동화된 기계장치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 로봇 없인 새로운 현실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대는 로봇을 요구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최근엔 대부분의 차량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붙어있다. 차량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의 위치, 운전해서 찾아갈 경로를 보여준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쓸모가 있으니 누구나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운전은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참고해 사람이 직접 해야만 한다. 즉 자동차라는 ‘현실’ 속의 물건을 움직이려면 어디까지나 사람이 직접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3차 산업혁명 시대와 4차산업혁명 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정보화 기기 속 세상과 현실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결국 자동차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다는 말은, 내비게이션의 경로찾기 소프트웨어가 한층 발전하고, 이를 인간이 운전할 필요가 없이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자율주행차’가 시장의 주력으로 부각된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2012년 말 기준 현재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133억 달러. 이 가운데 제조용 로봇이 약 87억 달러로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서비스용 로봇은 46억 달러로 나머지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 사람을 위해 뭔가 제대로 일을 하는 로봇은 사실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이런 ‘어설픈’ 서비스 로봇조차 관련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다. 2012년 세계 서비스용 로봇의 매출은 약 46억4500만 달러. 2007년의 22억3200만 달러에 비하면 2배 이상 시장이 커진 것을 봐도 이런 흐름은 여실히 드러난다.
앞으로 진짜 서비스 로봇 시장, 즉 사람들이 생활하는 현실세계 속에서 로봇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공장용, 산업용 로봇을 넘어서서 현실사회에서 실제로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서비스 로봇’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의료용 수술 보조 로봇, 간병 로봇, 서빙용 로봇 같은 첨단 서비스 로봇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런 로봇은 대량생산과 시스템 안전화로 인해 로봇의 가격 역시 점차로 내려갈 것이다. 자동차 한 대씩 구입하는 것처럼 누구나 로봇을 구매하게 되고, 점차 로봇이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가 태동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로 해외 선진국들은 이 형태의 산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안아 옮기는 로봇, 화장실에 가기 편하게 도와주는 운송로봇 등 제대로 된 서비스로봇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미 하체근육이 약한 노인들의 걸음걸이를 보조하는 하체보조 로봇 할(HAL)의 임대 사업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하체마비환자를 위한 보행보조 로봇 판매를 시작하는 등 앞다퉈 ‘쓸모 있는 서비스로봇’ 시장이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과 일자리 시장
서비스로봇의 태동과 동시에 생기는 우려 중 하나는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자동화 서비스, 즉 ‘로봇’이 평범한 직장인들의 ‘직업안정성’을 빼앗아 갈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우려는 몇 해 전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BI)’의 조사결과 때문에 상당히 증폭되고 있는 듯했다. BI는 향후 20년 안에 로봇(또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장 유력한 업무’를 발표했는데, 이 조사에 따르면 텔레마케터가 인공지능에 밀려 사라질 일자리 1위로 꼽혔다. 자동응답 시스템을 가진 로봇이 진짜 사람처럼 고객과 대화하며 보험을 팔게 된다는 것. 회계와 감사 업무도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고, 대형 마트의 판매 사원, 컴퓨터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 집필하는 ‘테크니컬라이터’도 20년 안에 없어질 직종이란다. 부동산 중개인과 타이피스트도, 기계기술자와 항공기 조종사, 경제전문가도 로봇 때문에 20년 안에 사라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만 놓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일부 일자리는 사라지거나 축소되겠지만, 그만큼 로봇 세상이 가지고 올 부가가치 역시 크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McKinsey)는 2030년 기준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줄 지능정보사회에서 발생할 총 경제적 효과는 최대 4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 분야 신규 산업이 활성화되면 이것이 신규매출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먼저 다양한 산업에서 460조 원의 매출 중 무려 44%(약 199조 원)의 비용절감이 일어난다. 단순히 기업마다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비용절감을 꾀하기 위해 생기는 새로운 산업의 규모가 이와 같다는 의미다. 또 소비자 삶의 질 향상으로 인한 가치 창출은 38%(174.6조 원), 기술 발달로 인한 신규 매출 발생도 최대 19%(85.4조 원)에 달했다.
자동화된 만큼 일자리는 점점 사라질 거라는 우려도 많다. 맥킨지 역시 또 다른 보고서에서 8억 개의 일자리가 로봇 등장으로 사라질 거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근로시간 전체를 100% 자동화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약 0.3%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자동화율이 10%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이 무려 97%에 달한다. 이 말의 뜻은, 일부 직업은 자동화로 대체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역시 피할 수 없지만, 그 대신 로봇산업이 성장하며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비슷한 시각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독일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는 독일 내에서 로봇이 1대가 늘어날 때 제조업 일자리는 평균 2개가 사라지지만, 제조업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다른 업종에서 일자리가 늘어나 고용구성에만 변화를 주고 독일 내 총 일자리에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추정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일례로 로봇이 재난현장에 걸어 들어가 공장밸브를 잠그고, 탈출하는 기술을 겨루는 ‘재난구조로봇경진대회(DRC)’는 2015년 본선을 마치고 2015년 여름 최종 결선에 한국의 KAIST 팀이 우승했다. 현장에서 본 로봇의 성능은 어설프고 답답한 부분이 많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은 감지됐다. 만약 더더욱 기술이 발전해 전 세계 로봇 전문가들이 고성능 재난구조 로봇을 개발하는데 결국 성공하고, 이 로봇이 능숙한 구조대원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해 낸다고 치자. 이런 로봇 한 대를 움직이려면 몇 사람이 필요할까. DRC 대회 당시, 주최 측은 대회 당시 너무 많은 인원들이 몰려들까 염려돼 각 참가팀의 인원수를 제한했는데, 40명을 넘어서는 안 됐다. 즉 로봇 한 대가 구조대원 한 사람 몫을 하게 만들기 위해 동원된 석·박사급 엔지니어 숫자가 40명이었다는 말이다. 방사능으로 가득한 위험한 현장에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할 수 있게 되었을 뿐, 들어가는 인력은 오히려 40배로 늘어났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정말로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일까. 아니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존재일까?
‘로봇 중심 사회’는 반드시 온다
‘팍스 로보티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뜻하는 ‘팍스 아메리카’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앞으로 사회 전체가 로봇을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이 담겨 있는 말이다. 여러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팍스 로보티카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들 왜 로봇이 시장의 중심이 될 거라고 여기는 걸까. 그 까닭은 다른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반기술’로서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소비제품이지만, 자동차로 다른 자동차나 냉장고를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로봇은 이야기가 다른데, 로봇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이를 응용해 같은 산업용 로봇을 만들 수 있고, 군사용 로봇, 가정용 서비스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자동차나 냉장고 같은, 로봇이 아닌 전혀 다른 제품도 만들 수 있다. 즉 모든 생산 활동의 근간에 로봇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파급 효과를 무사하기 어렵다. 1차적으로 ‘가정용 로봇이 몇 대가 팔릴 것인지’ 그 수요만 생각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사실 로봇처럼 직접 생산에 관여하진 않지만, 이런 구조를 조금이나마 갖고 있는 분야로 정보기술(IT) 을 꼽을 수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기기에 들어갈 반도체나 메모리 구조를 개발할 때도 누구나 컴퓨터를 써서 일을 한다. 그 제품을 판매할 때도, 재고를 조사할 때도, 배송을 할 때도 누구나 IT기기를 써서 일을 한다. 그러니 IT분야 기술은 최소한의 수요를 유지하고, 그로서 시장 장악력을 가질 수 있는 기초산업이다. 더구나 로봇은 IT기기와는 다르게 물리적으로 직접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어 그 파급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로봇은 모든 지식과 기술이 들어가는 과학기술의 종합상자
로봇이 미래 경제혁신의 견인차로 각광받는 건 현재까지 개발한 거의 모든 지식과 기술이 들어가는 ‘과학기술의 종합상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로봇의 몸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금속 뼈대와 각종 액추에이터, 전압관리, 컴퓨터 시스템 관리 등은 기본이다. 이것들을 하나로 연결해 일괄 조종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제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주방 일을 돕는 가사도우미 로봇을 만들려면 관절만 30~40개가 들어가고, 이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관절 하나마다 1~3개 정도의 액추에이터가 연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각각의 액추에이터를 제어하기 위해 로봇 속에 전자회로 기판만 수십 장이 필요하다. 여기 연결되는 전선의 숫자는 미처 다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 중 전선 하나, 명령어 하나만 잘못돼도 로봇은 맥을 잃고 주저앉는다. 이런 로봇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유지하려면 지금까지 가전제품이나 컴퓨터를 판매하던 것과는 비교조차 어려운 고도의 생산성과 유지보수 능력도 필요하다. 기업은 훨씬 높은 많은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의 내부 구조를 되짚어 보자. 휴보는 상·하반신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따로 있다. 사람은 걸어가다가 책상 위에 있는 컵 하나를 집어 들려고 하면 그대로 한 팔을 뻗어 낚아채면 그뿐이다. 하지만 로봇은 전혀 이야기가 다른데, 자칫 중심이 치우쳐 그대로 나동그라질 수 있다. 그러니 상 하체를 제어하는 컴퓨터를 따로 두고, 서로 유기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동작을 완성한다. 팔을 뻗으려고 하면 바로 뻗는 게 아니라 하체에 있는 컴퓨터에 신호를 보내고, 상,하체가 팔을 뻗어도 될 타이밍을 결정한 다음, 하체가 중심을 먼저 이동해 놓은 다음 팔을 뻗어야 한다. 좀 더 세분화해 보면 이야기가 훨씬 복잡하다. 상체가 제어하는 메인 컴퓨터 아래 다시 여러 대의 프로세서가 들어 있고, 하체가 제어하는 메인 컴퓨터 아래도 여러 대의 프로세서가 연결돼 있다. 보통 연산장치 숫자가 20여 개 정도 필요하다.
사실 프로세서가 몇 개가 있느냐 하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로봇의 신경망 구조에 대해서만 설명한 것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일일이 어떻게 제어할지는 순전히 엔지니어 숙제다. 모터의 출력, 하중이 걸리는 위치, 각 부품의 무게, 금속의 피로도까지 모두 감안해야 한다. 재료공학이나 기본적인 물리법칙 등도 완전하게 꿰뚫고 있어야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로봇의 기본 구조를 처음 설계하는 사람 역시 이런 부분을 모두 감안해서 설계해야 한다. 로봇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심어서 잘 제어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하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하드웨어의 특징을 완전히 이해하고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IT’ 산업은 어디까지나 소프트웨어가 중심이다. 물론 하드웨어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이는 ‘연산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소프트웨어로 더 효율적으로,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 연산속도 그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은 아니다.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산업은 어떨까. 반대로 하드웨어가 중심이다. 최근엔 자동화 기술도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자동차의 통제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직접 한다. IT산업과 자동차산업은, 이 한 가지만으로도 거대한 산업을 이루기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로봇이 모든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은 결코 허언처럼 들리지만은 않는다.
한국만의 경쟁력 어떻게 키울까
한국의 로봇시장 구조를 보면 진한 아쉬운 점도 남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정기적으로 ‘기술수준평가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세계 과학기술 중 핵심 120개를 추려 주요 5개국(미국, 일본, 유럽, 중국, 한국)의 수준을 고루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 보고서는 각종 첨단기술이 총망라 돼 있지만, 상당부분의 항목에서 미국이 1위를 차지한다.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이 세계 맹주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숨은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미국도 유럽이나 일본에 뒤지는 분야가 여럿 나오는데, 주로 의료나 헬스케어, 정밀산업 및 서비스 전자기기 등 국가별 특기분야에 집중돼 있다. 처음부터 미국만큼 전 분야에 대규모 자본과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우니 자신의 철학을 갖고 특기 분야에 철저히 몰입한 결과다.
하지만 한국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빠져있다. 미국처럼 군사기술의 발전을 기본철학으로 삼고 다양한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형태는 거의 유사하다.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도, 수술용 로봇도, 인간형 로봇기술도 모두 손을 뻗는다. 그러다 보니 모든 분야에 1위 자리는 일본과 미국, 유럽에 내어주고 많은 분야에서 힘겹게 2위 자리에서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이다.
최근 들어 국내 우리나라 로봇기술과 시장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과학기술분야에서 평균 세계 3~4위권의 기술과 시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성과는 정부의 로봇 투자 덕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로봇시장이 2007년 이후 연 평균 약 36.5%의 성장해 왔다는 걸 생각하면 결코 허황된 수치는 아니다. 규모면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해 왔는데, 15여 년 전인 2003년엔 1679억 원 수준이던 국내 로봇시장 규모도 2016년엔 4조4750억 원으로 거의 30배에 달한다.
여기서 다시 1년 1년 뒤인 2017년엔 5조5255억 원으로 1년 새 다시 20.2%가 늘어났다. 거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이다. 세계 로봇시장은 약 15% 정도 성장해 왔다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첨단 서비스 로봇에 대한 연구 지원 필요
사실 산업용 로봇에 대해서는 세계 1위라는 단어를 써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노동자 1만 명 당 로봇 대수는 396대인데 비해 일본은 322대, 독일은 273대 정도다. 조사 대상 45개국의 평균은 58대라는 점을 비교하면 대단한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이미 수치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는 미국·일본·독일과 함께 선도그룹에 속한다. 2013년 세계에서 판매된 산업용 로봇 16만2000대 중 70%가 한국·일본·중국·미국·독일 등 5대 로봇 수요 국가에 팔렸다. 국내 로봇 수출액은 점점 증가해 2015년 8159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엔 여기서 다시 14.4%가 늘어나 9336억 원으로, 2017년엔 1조984원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로봇의 형태다. 현재 세계 로봇시장의 3분의 2는 제조용 로봇이다. 하지만 1/3을 차지하는 서비스용 로봇의 비율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공장에서 일을 시키던 로봇을 변형해, 이제는 앞선 제어소프트웨어 기술과 접목해 실생활에서도 무언가 로봇에게 일을 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2012년 세계 서비스용 로봇의 매출은 약 46억4500만 달러. 2007년의 22억3200만 달러에 비하면 2배 이상 시장이 커진 것은 이런 흐름을 잘 대변한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판매 중인 서비스 로봇의 수준도 문제다. 대부분은 그리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 없는 ‘청소용 로봇’ 같은 것들이 상당수다. 그 이외에는 과거의 IT기술이 기반한 오락용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런 서비스 로봇은 사실상 로봇이 아니라 컴퓨터인데, 로봇 모양을 한 컴퓨터가 대부분 화면과 음성으로 서비스를 하는 형태다. 미래에 로봇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삶. 로봇 혁명에 대비하려면 이런 구조와 철학을 갖고는 다소 취약점이 있다. 실제로 로봇의 서비스 산업을 고려해야 한다. 의료용 수술 로봇, 간병 로봇, 서빙용 로봇 같은 첨단 서비스 로봇의 비중이 점점 높아질 것을 고려하면, 관련분야 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현시대에, 분명 한국의 로봇산업은 현재 변화의 중심에 있다. 한국로봇기술이 선진국을 모방해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한 것은 우리나라 산업발전 형태와도 닮아있다. 앞으로 한국이 이런 역량을 살려 코앞으로 다가온 서비스로봇 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할 때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철학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거기에 적합한 로봇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기업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