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여유김용세 | 동화작가

창가의 여유

직장인도
작가가 될 수 있나요

좋아하는 걸 쓰면 됩니다

“선생님, 책은 어떻게 쓰나요?”

작가 10년차를 넘어서면서 직장(초등학교)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그 질문을 다시 곱씹어 보면 묻는 사람의 의도를 쉽게 알 수 있다. 내게 질문을 한 사람들 역시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말. 그리고 그들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난 이렇게 답한다.

“좋아하는 걸 쓰면 됩니다.”

그들에게 한 나의 이 대답은 나를 작가로 만든 말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6년, 그리고 중·고등학교 6년, 이렇게 총 12년의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난 글짓기대회나 독후감대회에서 단 한 번도 상을 받은 적이 없다. 아니, 더 엄밀히 말하자면 원고지 세 장을 넘기는 일이 너무도 어려웠다. 항상 의무적으로 써야하는 글짓기 대회의 최저 분량은 원고지 3장. 난 대부분의 세 번째 장을 ‘니다.’ 혹은 ‘다.’로 마무리했다. 이런 내가 작가가 되었다는 건 토종닭이 남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무리와 하늘에서 합류하여 남쪽으로 날아가는 일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내게 책을 처음 권한 사람은 다름 아닌 직장 선배교사였다.(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는 내가 그 선배교사일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여섯 권이나 되는 책을 집필한 중견 작가였다. 신간이 나오자 그 선배교사는 같은 6학년 교사들에게 자신이 집필한 책을 한 권씩 나눠주었다. 그리고 한마디 덕담처럼 우리 모두에게 책을 써보라고 권했다.

그날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모인 사람 전부’였고, 그 생각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은 ‘나’뿐이었다. 여기서 실행으로 옮겼다는 말은 원고를 쓰고 그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한 사람을 뜻한다.

그 선배교사의 말 중에 내게 가장 다가온 말은 이렇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조사해서 모은 후, 그것을 그럴싸하게 엮으면 책이 됩니다.” 이 말은 지금 작가가 된지 십년이 지난 나에게도 항상 유효하다.

작가가 좋아해서 쓴 책은 매력이 있다

그날 난 선배교사의 말을 듣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수학’도 떠올랐다. 다른 것들은 애써 꺼내야 되는 것들이라 일단 제외시켰다. 음악과 수학 중에 고민하던 난, 방향을 수학 쪽으로 결정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수학이었기 때문이다.

주제가 정해지자 내가 해야 할 일이 별 고민 없이 떠올랐다. 일단 내가 쓰고 싶은 수학 관련 서적을 조사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수학을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낸 책’을 찾기 위해 대형 서점을 찾았다.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제목과 목차, 그리고 작가의 말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 취지에 맞으면 앞의 다섯 장 정도는 꼭 읽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가 내가 그토록 찾던 책을 찾았다. 바로 김성수 작가의 『피타고라스 구출작전』이라는 책이었다. 그 전까지의 살펴보던 책들이 대개 다섯 장이나 여섯 장에서 내 손을 벗어났다면 이 책은 끝장을 넘길 때까지 내 손을 붙드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다 읽고 나서 내 마음에 든 생각은 ‘나도 이런 책 한 권 쓰고 싶다.’였다.

난 책을 구입해서 곧장 집으로 갔다. 그리고 집에서 다시 찬찬히 읽으며 분석을 시작했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수학’, 아이들에게 필요한 ‘재미와 흥미가 있는 수학’이 모두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해서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이야기로만 충분히 읽을 만한 책이었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수학 문제들은 모두 알쏭달쏭하면서 풀고 싶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 부분이 정말 매력적인 책이었다.

좋아하는 것이 주는 선물, 그리고 피드백

이제 내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일 년간 6학년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재미있는 문제를 만들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찾아 변형을 시키는 작업을 했다. 아이들은 문제 자체에 빠져들어 재미를 느꼈고, 난 그런 문제들만 모아 따로 정리해두었다.

문제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된 후, 난 원고 집필에 들어갔다. 글을 쓰며 내가 놀란 것은 원고가 이상하리만큼 술술 써진다는 것이었다. 원고지 세 장을 쓰기 어려웠던 내가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글을 잘 쓰게 된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글을 썼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수학’ 그리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수학’을 이야기로 재미있게 담아낸 원고가 한 달 정도 걸려서 완성이 되었다. 그리고 퇴고를 하는 데 두 달을 사용했다. 여러 차례 퇴고를 하고 나는 아내에게 제일 먼저 원고를 건넸다.(사실 아내 말고 내 원고를 성의 있게 읽어 줄 사람이 그 당시에는 없었다. 사실 지금도 내 책의 첫 독자는 항상 아내다.)

원고를 읽은 아내는 나에게 형식적인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다고 평가해주었다. 그 말에 자신감을 얻은 난, 다음날 바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출판사에 투고하는 방법

출판사에 투고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한 마디로 원고를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서 출판사의 홈페이지 투고란에 올리면 된다. 몇몇 출판사들은 출력본을 요구하기도 하기 때문에 등기를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웹상에서 투고가 가능하다. 나의 경우는 원하는 출판사가 모두 홈페이지에서 가능했기에 홈페이지 투고란을 이용하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출판사는 『피타고라스 구출작전』을 출판한 ‘주니어김영사’와 어린이 책을 많이 출판하고 있던 ‘웅진주니어’였다.

원고를 업로드하고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갔다.

‘언제쯤 연락이 오는 걸까? 혹시 선택받지 못한 원고는 연락조차 하지 않는 걸까?’

다양한 생각들이 한 주간 내 머리 속을 가득 메웠다.(사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원고를 받으면 빠르면 하루, 늦어도 한두 달 안에는 답신을 준다. 물론 원고가 채택되느냐 그렇지 않는냐와는 별개의 일이다. 경험상 빠른 연락은 출판 제의가 들어오고 한 달 이상 지난 경우는 대개 출판의 의사가 없음을 알리는 메일이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원고를 보낸 지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주니어김영사에서 연락이 왔다.(내가 웅진주니어보다 더 바랐던 출판사였다.) 내가 처음 써서 보낸 원고가 놀랍게 채택이 된 것이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이후로 일 년 가까운 기간 동안 초고는 수정에 수정을 거쳐 점점 책다운 모습을 갖추어 갔다.(일반적으로 퇴고 기간은 작가의 역량에 따라 다른데 초보 작가나 직장인 작가의 경우, 대개 육 개월에서 일 년까지 꽤 오래 걸린다. 하지만 중견 작가의 경우는 한두 달 만에도 퇴고가 끝나는 경우도 많다.) 마치 커다란 조각상을 만드는 과정처럼 틀을 잡고 점점 섬세하게 다듬어 나가는 퇴고의 과정은 예술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 과정에서 초보 작가들은 대개 편집자와 소통을 하며 글을 다듬는 것뿐 아니라 출판과정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초보 작가는 중견 작가로 발전하게 된다.

내 원고가 거의 완성되자 편집자는 그림 작가를 섭외했다. 그림 작가의 선택은 글 작가와 출판사가 협의하에 결정하게 된다. 한동안 그림 작가와 편집자, 그리고 나, 이렇게 삼자간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그림 작업이 끝나자 일러스트 작업에 들어갔다. 상대적으로 일러스트 작업기간은 짧았다. 두 주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이건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다.

처음 문제를 만드는 것부터 글을 쓰고, 원고를 완성해서 그림에 일러스트까지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거의 2년 정도 걸렸다. 이렇게 해서 나의 첫 책인 『12개의 황금열쇠』가 출판되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반응이 상당히 좋았는데 그 덕에 대만으로 번역되어 수출까지 되었다.

처음 책 쓰기에 도전하는 당신에게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전업 작가처럼 매년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기는 어렵다.(실제로 지인 중 필력이 좋은 전업 작가 몇 분은 일 년에 수십 권의 책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일 년에 한 권이나 여러 해에 걸쳐 한 권의 책을 출판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조사해서 잘 정리한 후, 그럴싸하게 엮으면 정말 책이 된다.

처음 책 쓰기에 도전하는 경우, 두려움이 먼저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오는 것이기에 잘 써야 한다는 생각만 버리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다시 말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막상 모니터 앞에서 자판에 손을 올리면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땐, 좋은 음악을 듣거나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보고 그냥 푹 쉬어도 좋다. 하지만 이런 날이 계속되면 책 쓰기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만일 일주일 정도 이렇게 글을 쓰지 못한 채 흘러가면 다른 대책을 적용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번엔 처음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멍하니 모니터만 보고 있더라도 최소 한 시간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며 버텨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최소 한 시간은 타이핑을 쳐봐야 한다. 이런 훈련은 마치 운동선수가 근육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뇌의 글쓰기 근육도 이렇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책 쓰기 방법

이제 본격적인 책 쓰기 방법을 살펴보자.

처음엔 내가 어떤 책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상당히 길 것이다. 사실 이게 정상이다. 그런데 책은 내가 어떤 걸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기도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이디어가 ‘뿅’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아이디어들은 도로 뇌 속에 갇혀 영원히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책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날부터 메모광이 되어야 한다.

메모를 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각기 자기의 성격이나 습관에 따라 하면 된다. 하지만 그 타이밍은 지켜 주어야 한다. 일단 좋은 글감이 떠올랐다면 지체 없이 수첩이나 스마트폰의 메모장을 열어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메모들을 짬짬이 반복해서 읽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은 사고를 확장하고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메모와 확인 활동을 반복하다보면 점점 자신이 써야할 책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책의 제목이나 글감이 확실히 정해졌다면 이제 그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구조화해야 한다. 흔히 ‘시놉’ 혹은 ‘시놉시스’라고 하는데, 자신이 글을 어떻게 써나갈지에 대한 설계도와 같다. 설계도가 정확하면 이야기의 전개도 정확하게 진행이 되고, 설계도가 자세하면 이야기의 전개도 세밀하게 이루어진다. 또, 독창적인 설계도는 독창적인 글을 만들고, 화려한 설계도는 화려한 글을 만든다. 그만큼 시놉은 중요하다.

시놉에는 필수 요소가 있다. 이야기의 흐름인 기승전결이 잘 드러나야 한다. 그리고 캐릭터의 성격이 명확해야 한다. 또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반전이 하나 정도 있으면 좋다.

위의 조건에 맞는 시놉을 작성했다고 해서 무조건 그걸 토대로 글을 쓰는 건 아니다. 건축설계사가 설계를 했다고 모두 건물을 짓는 것은 아니듯 말이다.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최소한 세 가지 정도의 시놉은 짜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 중에 가장 쓰기에 좋고 매력 있는 시놉을 선택해서 글을 쓰는 게 좋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다음은 여러분들의 역량이 알아서 글을 만들 것이다. 단 포기는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글이 완성이 되면 퇴고를 한 후, 자기의 원고를 성실하게 읽어 줄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이상 찾아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작가들이 흔히 착각하기 쉬운 게 바로 내 머리 안에 있는 세계를 타인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피드백을 통해서 교정하는 작업이 퇴고의 역할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고를 다 작성했다면 컴퓨터에 저장만 해두지 말고 꼭 투고를 해야 한다. 아무리 신에게 로또 1등에 당첨되게 기도를 하더라도 로또를 사지 않으면 안 되듯이 꼭 출판사에 투고를 해야 한다.

나를 작가의 길에 처음으로 불러준 편집장의 말 중에 공감이 되는 멋진 말 한마디로 책 쓰기에 대한 나의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는 가장 멋진 방법은 바로 내가 쓴 책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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