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김광석 |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핀테크와 테크핀의 격돌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과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s)

이제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교재는 '인쇄된 책'이 아니라 디지털 교재가 된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에 디지털교과서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처음부터 디지털 세상에 태어난 이들을 디지털 세상의 원주민이라 하여'디지털 원주민'이라고 칭한다.

한편 아날로그 세상에 태어났지만 디지털 세상으로 바뀐 세상에 적응해온 세대가 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이주해 왔다고 하여'디지털 이주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지도책에서 스마트폰 지도앱을, 시계 알람이 아닌 스마트폰 알람앱을, 부동산 정보를 공인중개사무소에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변화했다.

오늘날 소비자는 디지털 원주민이거나 디지털 이주민이다. 소비자가 변화했으니 기업들도 변화해야 한다. 아날로그식 서비스와 제품 공급이 아니라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대면 서비스 방식으로 비대면 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프라인 채널에서 온라인 채널로 제품 공급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한다.

기업과 기술관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조사기관(IDC, 2015)과 컨설팅 회사 A.T 커니(A.T Kearney,2016) 등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산업 내에 기업이 최신의 디지털 기술을 실제적으로 활용하여 프로세스가 변화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미 각 산업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사업의 프로세스는 물론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빅데이터, 로봇,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들을 활용하여 기업들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농축산업에서는 스마트팜을, 제조업에서는 스마트팩토리를, 유통업에서는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로 변모하고 있는 시점에 주도권을 잡고 이를 선도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어디까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금융산업이다. 최근 금융산업은 영업점포를 줄여나가고 있다. 국내은행 영업점포는 2015년 7,325개에서 점차 감소해 2018년 4분기 기준으로 6,953개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은행뿐만 아니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점포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증권사 국내지점도 2016년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 금융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점포 방문을 통한 대면 서비스 수요를 줄여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금융기업들은 영업지점 및 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이른바 금융산업의 '자산경량화'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산업이 지점 및 영업점포를 줄인다고 해서, 금융서비스의 규모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서비스의 종류는 더욱 다양화되고 있고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2018년 금융 및 보험업의 총생산액은 98조 9천 40억원으로, 2000년대 약 20년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즉, 영업점포와 지점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대면 금융서비스는 축소되고 있는 반면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금융서비스는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금융소비자의 업무처리 현황을 보면, 입출금거래 시 대면거리를 하는 비중이 2005년 26.3%에서 2018년 4분기 8.8%로 축소되어 왔다. 텔레뱅킹이나 CD/ATM에 대한 의존도 역시 축소되고 있다. 반면 인터넷뱅킹에 대한 의존도는 같은 기간 18.6%에서 53.2%로 가파르게 증대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대한 배경에는 온라인 쇼핑이 있다. 2013년에는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10.9%였으나, 2019년 1분기에는 27.9%에 이른다. 온라인 쇼핑에 대한 의존도가 상승할수록 현금을 사용하려야 할 수 없는 환경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온라인쇼핑 거래액도 크게 PC기반의 '인터넷 쇼핑'과 휴대폰 기반의 '모바일 쇼핑'으로 구분되는데, 이미 2015년에 역전되어 모바일 쇼핑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0년에 들어서는 7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급결제산업의 성장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됨에 따라 지급결제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상했다. 현금이 아닌 다른 지급결제방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그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SMS와 PIN, 1회용 비밀번호인증 등의 간단한 인증서비스가 정착되고, 금융 규제 완화 및 모바일 결제앱을 이용한 송금서비스 등으로 지급결제수단이 다양화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내로라하는 IT대기업들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앞다투어 출시했으며, 이베이,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한 전자상거래 플랫폼들도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스트라이프(Stripe)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결제서비스 분야의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스트라이프에 등록한 신용카드는 어떤 상점에서든지 결제가 가능하며 전 세계 135개국 이상의 통화로 결제가 가능하다. 또한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도 가능해져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체인식기술과 화자인증기능 등에 기반해 결제 시스템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파나소닉의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한 무인편의점을 오픈했다. 세븐일레븐도 이미 롯데카드가 개발한 정맥인식기술 등을 활용해 무인편의점을 오픈했다. 구글은 구글 페이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연동해'말 한마디로'개인 간 송금(P2P)이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케이, 구글,○○○에게 송금해줘" 한마디로 송금이 가능해졌다. 공인인증서, 복잡한 아이디와 비밀번호, OTP가 필요 없어졌다. 구글은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을 통한 송금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다. 목소리만 듣고도 오직 '나'의 명령만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화자인증'기능을 갖춰나가고 있다.

글로벌 리딩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

스페인의 가장 혁신적인 금융기관으로 알려진 카이샤은행(CaixaBank)은 간편 결제서비스 제공에 앞장서고 있다. 카이샤은행은 이미 2014년에 유럽에서 처음으로 사용자가 비접촉식 시스템을 사용하여 상점에서 구매대금을 쉽게 지불할 수 있는 '스마트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카이샤은행의 고객은 카드를 손목에 휴대하여 스페인 전역 30만 개 이상의 상점에서 쉽고 간편하게 대금을 지불할 수 있다. 또한 2016년에는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고 자사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삼성페이와 연계한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이샤은행은 2016년 BAI 글로벌 혁신 어워드에서 지불 혁신 부문을 수상했다.

마스터카드는 기존의 시장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경쟁 우위를 스스로 파괴하여 디지털화 및 비금융회사의 진입 등에 의해 촉발된 지급결제 시장의 변화 속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강점을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 카드 시장에 집중하기보다는 새롭게 등장하는 채널을 위한 지급결제 플랫폼 등을 선제적으로 출시함으로써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제조사인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의 사물 인터넷(IoT) 기반 냉장고에서 온라인 쇼핑이 가능하도록 하는 지급결제 플랫폼'그로서리 바이 마스터카드(groceries by Mastercard)'를 개발했다.

비자카드는 위치기반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다. 고객의 소비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행태를 분석하고 향후 예상 경로 및 소비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화된 쿠폰을 발송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다. 모든 고객에게 똑같은 쿠폰 및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존 모델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라

핀테크는 미래를 주도할 것이다. 핀테크는 한국이 놓쳐서는 안 되는 산업이다. 한국의 핀테크 산업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정부·지방자치단체·금융회사·IT기업들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핀테크지원센터 등의 매개체를 이용해 다양한 기관들이 활발히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핀테크 산업은 여러 기술의 융합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교환, 공동 기술 개발 및 서비스 제휴가 필요하다. 산업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산업의 발전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창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지금결제산업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사업진출 가능성 등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금융사들만의 사업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유통사들, IT기업들, 금융사들을 막론하고 지급결제 서비스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생체인식기술 등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육성하거나 벤처기업들과의 기술제휴를 시도하기도 한다. 혹은 자체개발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단순한 사업성을 넘어서 소비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본 산업의 중요성은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적인 노력도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는 그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과 산업이 있다. 한편 정부는'현금이 아니면 지급결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을 제로화하기 위해 전자금융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2019년에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등 규제완화의 노력이 증대되어 왔지만 여전히 낡은 규제들로 인해 새로운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상당한 실정이다. 이러한 정책적 뒷밭침 없이는 동전 없는 사회로의 이행이 불가능함을 깨달아야 한다.

한편, 핀테크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핀테크 산업은 상당한 초기 투자 자금과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지만 최근 고조된 불확실성으로 창업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핀테크 산업의 스타트업을 장려하기 위한 적극적인 인센티브가 요구된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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