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광장김준래 | 통계의창 객원기자
미세먼지 해결의 첫걸음은
정확한 통계에서 시작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로 인해 외출하기가 꺼려지는 요즘이다. 건강한 성인들도 외출하기가 꺼려질 정도로 대기 질이 좋지 않다 보니 임산부나 노약자 같은 경우라면 더욱 주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만큼 이제 미세먼지 문제는 단순한 대기오염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 파악 및 향후 대책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서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어떻게 해야 맞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심하다거나 약하다’ 같은 막연한 표현보다는, 과학적 통계 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정확한 수치를 가지고 접근해야만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
최근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AirVisual)이 발표한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미세먼지 중 입자의 지름이 10㎛ 이하의 먼지를 ‘미세먼지(PM10)’라 하고, 지름 2.5㎛ 이하의 먼지를 ‘초미세먼지(PM2.5)’라고 부른다. 마이크로미터(㎛)는 100만 분의 1미터(m) 단위로 머리카락의 지름이 60㎛ 안팎이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발생한 전 세계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국가 및 도시 단위로 측정하여 순위를 매긴 최초 자료다. 보고서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오염도가 높은 전 세계의 상위 100개 도시들 가운데서도 무려 44곳이 우리나라의 도시라는 점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에어비주얼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보다 세분화된 분석 자료를 발표했는데, 그 자료에는 전 세계 73개국 3000여 개 도시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7번째로 높았다고 작성되어 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방글라데시(97㎍/㎥)나 12위인 중국(41.17㎍/㎥) 등보다는 낮았지만 범위를 OECD 32개 회원국으로 좁히면 전체 26위를 차지한 칠레(24.9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가 된 것.
이처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거의 상식이 되다시피 했지만 최근 발표된 환경부의 자료는 그런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결과가 기재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초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기질 모니터링을 시작한 2015년에 대비하여 2018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약 12% 정도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15㎍/m³ 밑으로 떨어졌을 때를 알리는 ‘좋음’ 일수는 2015년 63일에서, 2018년 127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전 국민이 체감하는 공기질 저하 문제는 어떻게 된 것일까. 단순히 기분상의 문제일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변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초미세먼지 정도가 ‘나쁨’과 ‘매우 나쁨’으로 나타난 날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인 날은 2015년에는 하루도 없었지만, 2018년에는 5일로 대폭 늘어났다”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평균적인 초미세먼지 농도는 감소했지만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질 정도의 고농도 초미세먼지 발생 일수는 증가했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미세먼지 현상이 점점 양극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의 핵심 원인은 중국으로부터의 유입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대기환경을 연구하는 대다수의 전문가는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과 ‘중국에서의 대량 유입’, 그리고 이와 연계된 ‘대기 정체 현상’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선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의 경우, 에어비주얼 보고서를 살펴보면 아시아 지역에서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전력 발전에 사용되는 석탄과 수송 부문의 에너지로 사용되는 석유 사용을 지적하고 있다.
2018년에 발간된 ‘에너지통계연보’에도 우리나라에서 수송 분야의 석유 사용량과 전력 발전용 석탄 사용이 꾸준히 증가했다고 언급되어 있다. 따라서 전력 생산 및 교통에서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줄이지 않는다면 도심 내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에서의 미세먼지 유입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구글어스(Google Earth)가 제공하는 글로벌 기상 안내 서비스 채널을 보면, 우리나라와 중국 지역이 전 지구상에서 미세먼지 문제가 최악의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 지금까지 발표한 수치만 놓고 보면 미세먼지 농도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의 89㎍/㎥에서 지난해 51㎍/㎥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담당 부처인 환경보호부는 2013년부터 실시한 대기질 개선 정책에 따라 수도권 소재 공장들을 대거 지방으로 이전한 결과라고 자평하고 있다.
환경보호부가 자평한 것처럼 중국 당국은 지난 2015년 환경보호 감찰제도 시행 이후 기준을 위반한 수만 개의 공장을 폐쇄하는가 하면 일반 가정의 난방용 석탄보일러 사용도 강제로 제한해왔다. 여기에 2040년이 되기 전까지 가솔린과 디젤차의 생산을 중단키로 하는 등 동원 가능한 방법은 모두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많아서 중국 당국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도 어렵다. 중국은 아직도 대량으로 석탄을 소비하고 있으며 난방을 하거나, 전기를 생산하거나, 공장을 돌리거나 값싼 석탄을 대량 사용하고 있다. 베이징에 위치한 삼생환경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석탄 의존도는 무려 66%에 다다르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을 모두 합한 것과 같은 양의 탄소 배출이다.
중국 인구는 14억 명이 넘는다. 그중 수억 명의 인구가 비교적 추운 지역인 동북지방에 몰려 있는데 이들이 난방을 위해 석탄을 매일 태운다면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데다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오염물질도 적지 않다. ‘한반도에 미세먼지를 전달하는 국가’라는 인식에서 당분간 벗어나기는 힘든 현실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기 정체의 경우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중국 쪽에서 서풍이나 북서풍이 불어왔다. 특히 동절기에는 북서쪽의 차가운 시베리아 대륙 고기압이 내려오는 상태에서 북동쪽으로 캄차카반도에는 저기압이 위치하는 서고동저형의 겨울철 기압 배치가 유지되었다. 그래서 북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왔고 과거에는 고기압이 강해서 바람도 강했으나,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압 배치가 달라지고 바람의 세기가 점차 줄어들어 대기 정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중국발 스모그가 우리나라에 이르러 빠져나가지 않고 누적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이런 현상이 겨울철에만 한시적으로 발생되었지만, 지금은 사시사철 변하지 않고 연중 상시화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공개한 ‘2018년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 사례별 원인분석’에 따르면 미세먼지 발생원인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2%이고 고농도일 때는 최대 6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환경부는 최근 열린 한·중 환경장관회담에서 “한국 국가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국외 기여분이 82%까지 이른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고 밝히면서 “우리 국민은 겨울과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국외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중국이 보다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까지 미세먼지 해결에 집중
한 국가의 대기오염을 논할 때, 외부에서만 원인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내부에서도 막대한 양의 석탄 화력발전소와 폐기물 소각장, 전체 자동차 중 40%를 넘는 디젤 자동차 등이 증가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에 한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석탄 화력 발전소와 폐기물 소각장 퇴출 등 강도 높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외에도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까지 미세먼지 해결에 집중하고 있어서 멀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해결방안으로는 ‘공동연구’와 ‘환경기준 강화’를 꼽을 수 있다. 공동연구의 경우 중국이 요구한 ‘객관적 증거’의 확보를 위해 환경부는 한-미간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오는 2020년 3월까지 환경위성 발사를 통해 과학적 연구결과를 확보하고 객관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환경기준 강화는 미세먼지 ‘나쁨’ 경우 예전 기준인 51~100㎍/㎥에서 36~75㎍/㎥으로 대폭 내렸다. 또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주의보’와 ‘경보’ 기준도 90㎍/㎥에서 75㎍/㎥로, 180㎍/㎥에서 150로 각각 강화됐다. 이를 2017년 미세먼지 측정치에 적용하면 ‘나쁨’ 예보 일수가 12일에서 57일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민간기업의 경우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미세먼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대표 통신기업인 KT는 지난 2년간 구축한 2000여 개 자체 측정망을 통해 전국 지자체와 협력하면서 종합대응상황실 구축과 살수차나 집진차 동선을 설정하여 미세먼지 저감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T가 개발한 에어맵 코리아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의 현재 위치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미세먼지 수치를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일정 관리’에서 장소와 시간을 설정해 놓으면 설정 지역의 미세먼지 예보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받을 수 있다.
KT는 전국적으로 2000여 개의 미세먼지 측정소를 설치했다. 특히 서울 측정소 간 간격은 약 1㎢ 내외로 촘촘하게 구축돼 나의 인근 지역 생활권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KT는 측정 데이터 정확도를 위해 한국대기환경학회와 협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KT는 전국 각지에 구축된 2000여 개의 외부 측정소를 비롯해 500개의 측정소를 추가 구축하고 이동형 관측센서 7000여 개를 투입하여 미세먼지 측정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구축 계획 중에는 소형 공기질 관측기가 부착된 ‘스마트 안전모’의 시범 테스트가 눈길을 끌고 있는데, 시범 테스트에서 성능이 입증되면 현장 직원에게 배포한다는 것이 KT 측의 계획이다. 스마트 안전모는 경기창조경제신센터가 보육하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것으로 작업자 호흡기 주변의 공기질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소형센서가 안전모에 부착되어 있다. 위험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가 측정될 경우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마스크 착용 안내를 하며, 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모 착용 알림 기능이 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KT는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등산로 및 공원 등에도 미세먼지 신호등 설치를 통해 미세먼지 관련 정보를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전 국민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 기반 생활 가이드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