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이임복 | 세컨드브레인 연구소 대표

5G가 만들어가는 세상
메가 데이터의 시대

2019년 4월 3일. 세계최초 일반용 5G 상용화가 시작됐다. 아직 제한된 곳에서만 이용이 가능하고 속도 역시 LTE에 비해서 그다지 빠르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는 체감요금 때문에 크게 환영받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지켜냈다.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기습개통이 되었는데 도대체 5G가 뭐기에? 5G가 되면 뭐가 좋아지기에 이런 비난을 감수한 걸까.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만약 ‘5G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지 못했다면? 아마도 그때는 그때대로 온갖 비난이 가득했을 것이다.

5G가 되면 뭐가 좋아질까? 이에 대한 답을 우린 너무 잘 알고 있다. 속도가 빨라진다. 3G에서 LTE로 넘어오며 경험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개인 소비자들이 가입하기에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그래서 통신 3사들은 저마다 5G가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해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공통적으로는 더 빨라진 세상에서 더 대단한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그래도 와 닿지 않는다. 왜일까?

우리는 초시대에 살고있다.

잠깐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국내에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디바이스 하나가 들어와 모든 변화를 이끌어냈다. 애플의 아이폰 3gs 덕분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어떤 걸 많이 할까?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기, 전 세계 누구와도 실시간으로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하기, 궁금한 게 있으면 참지 않고 검색하기, 돈 보내기, 투자하기, 영상 보기, 사진/영상 찍기. 세상이 변했다. 그쯤은 이제 누구나 다 한다. 지난 10년 우리는 이미 스마트해졌다. 스마트폰이란 도구를 통해 우리의 능력은 업그레이드됐다. 이런 ‘초’능력을 가지고 이미 ‘초’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놓은 게 언제인지 기억하는가? 거의 없다. 꺼놓기는커녕 꺼질까봐 노심초사하며 보조배터리까지 한 개쯤은 가지고 다니는 게 요즘의 모습이다. 왜일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전원이 꺼지는 순간 우리는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것들을 못하게 된다. 불편을 넘어선 불안. 그래서 우리의 스마트폰은 꺼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없던 10년 전, 삶의 기본값은 오프라인이었다. 필요할 때 가끔 컴퓨터의 전원을 켜서 온라인 세상으로 접속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놓지 않는다는 건 실시간으로 언제나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24시간 연결된 초연결 사회를 살고 있다. 하루 24시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며 무수히 많은 자신의 아날로그 데이터를-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누구와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디지털로 바꿔 생산해낸다. 한 사람이 아닌 수많은 사람의 수많은 데이터. 이 데이터가 바로 빅데이터다. 4G LTE를 넘어선 5G의 시대는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수집되고, 분석되며, 예측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5G 세상은 바로 '속도'

그렇다면 5G의 세상은 뭐가 다른 걸까. 5G의 특징은 앞에서 말했듯 ‘속도’다. 이론적으로 영화 한 편을 다운받는데 20초가 걸렸다면 5G의 세상에서는 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단하다. 그런데 별로 와 닿지 않는다. 20초도 충분히 빠른데 굳이 4초 만에 다운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5G는 ‘초고속’이 아닌 ‘초저지연’에 초점을 맞춘다.

초저지연이란 뭘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하철에서 모바일 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한 번만 상대편을 맞추면 이기게 되는데, 아…….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았다는 표시가 뜬다. 이러면 안 되는데…… 다시 접속된 후 결과를 확인해보니 패배. 추천받은 웹사이트를 접속했을 때 접속되지 않는다면 과거에는 그래도 ‘새로고침’ 정도는 눌러줄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바로 닫기를 눌러버린다. 이렇게 사이트를 느리게 하거나 게임을 느리게 하는 ‘렉-레이턴시’를 사람들은 견디지 못한다. 초저지연성은 바로 이 ‘렉’을 줄이는 걸 뜻한다.

2019년 초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 처음으로 네이버가 부스를 열었다. 이번에 전시한 것 중 가장 주목을 끈 건은 네이버 랩스의 양손잡이 로봇 ‘엠비덱스’였다. 엠비덱스는 두 팔이 달려있는데, 없는 게 2가지 있다. 하나는 다리, 하나는 머리다. 그렇다면 머리는 어디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로봇의 몸속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니다. 이 로봇의 뇌는 저 하늘 위 클라우드에 있다. 그래서 ‘브레인리스’ 로봇이라 부른다. 클라우드에서 명령을 내려 실시간으로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연현상’이 벌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일상생활에서야 큰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만약 천 분의 일초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 공장이나, 자율주행차라면? 원격진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긴급한 상황을 보며 원격으로 수술을 지시하는데 신호가 끊긴다면 치명적인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렇듯 5G는 ‘지연’ 없는 세상을 만든다. 하지만 로봇, 원격수술, 자율주행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주목하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당장 ‘5G가 이런 거구나’하고 느끼게 될 부분은 엔터테인먼트다. 앞서 이야기한 스마트폰에서의 게임은 스트리밍 방식의 게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2019년 하반기 구글은 ‘스태디아’란 이름의 게임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징은 어떤 구형 스마트폰에서 접속하더라도 고화질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아닌 태블릿, PC, TV까지도 모든 디바이스에서 이어서 게임을 할 수 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언제 어디서라도 영화와 드라마를 무제한으로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넷플릭스’의 게임화 버전이라 생각하면 좋다. 게임에 필요한 다양한 연산처리 부분을 우리가 들고 다니는 로컬 디바이스가 아니라 클라우드에서 처리하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이런 고화질 고연산의 데이터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역시 5G가 필요하다.

연결의 시대가 온다

마지막 남은 하나의 특징은 ‘대량연결’이다. 우리는 이제 모든 사물이 대화를 시작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밖에 나와 있으면 집에 있는 공기청정기가 미세먼지 수치가 높다고 메시지를 보내온다. 에어컨이 온도가 높다고 말한다. 냉장고가 우유가 떨어졌으니 주문하겠냐고 묻는다. 로봇청소기는 청소를 시작해도 되는지 묻는다. 주위를 둘러보라. 사물인터넷(IoT)는 우리의 눈이 미치는 곳에 있는 모든 사물이 입을 열어 대화를 시작하는 시대를 말한다. 이렇게 많은 사물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화의 수단은 바로 ‘인터넷’이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한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이 출근하자마자 동시에 와이파이에 접속해 넷을 서핑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면 속도가 느려질까 아니면 그대로일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느려진다. 고속도로 2차선에 차들이 쏟아져 나오면 당연히 막힌다. 여기에 해당하는 차들은 우리가 쓰는 각자의 스마트폰이다. 그런데 모든 사물이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다? 더 많은 차가 달려야 하기에 더 넓은 도로가 필요하다. 그래서 5G의 핵심은 대량연결이다.

모든 연결은 데이터로 통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 중 공통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연결’이다. 연결은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해낸다. 최근 택시업계와 IT 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결국 생존권과 혁신에 대한 문제인데, 주목할만 한 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빌리티업체인 미국의 우버, 동남아시아의 그랩, 중국의 디디추싱 같은 공유 모빌리티 기업의 뒤에 소프트뱅크 손정의의 자본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왜 소프트뱅크는 모빌리티 기업에 투자한 걸까? 그건 바로 플랫폼에서 수집되는 데이터 때문이다. 평소 어떤 사람들이 어디를 자주 가는지를 알게 된다면 미리 예측해서 차량들을 보내놓는 게 가능해진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동 경로에 대한 메가 데이터는 다시 분석되어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생산해낼 수 있다. 차량 공유에만 속하는 일일까? 아니다. 연관되어 있는 로컬매장들과 제휴를 통해 쿠폰을 판매할 수도 있고, 개인들을 위한 맞춤형 광고를 송출할 수도 있다. 이렇게 차에서 다양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운전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토요타와 손을 잡고 자율주행 셔틀을 개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 데이터다.

빅데이터시대를 넘어 메가데이터 시대가 다가온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해왔다. 2020년 5G가 안정적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하고 단말기의 가격이 내려가며 통신료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5G 가입자 수는 지금보다도 더 늘어나게 된다. 너무 많은 사물이 인터넷을 써야하니 이제 인당 과금이 아니라 자율주행차라면 자율주행차에 대한, 스마트홈이라면 스마트홈 시스템에 대한 별도의 5G 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보다 훨씬 많은 대량의 데이터가 생산되는 시대가 된다. 2019년 5월 30일 에릭슨엘지의 ‘소비자를 위한 5G의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량은 1인당 월 5.6기가였다고 하는데 5G를 사용하는 한국인 5명 중 1명은 월에 250기가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할 거란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더해 자율주행차는 1대당 1시간에 약 4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해낸다. 다섯 시간을 달리면 40테라바이트다. 이런 차가 수백만 대면 정말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과연 이런 데이터를 공급하는 망이 견딜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필요한건 기존 데이터의 분석과 통계를 활용한 분석이다. 이제 빅데이터를 넘어 메가데이터의 시대를 준비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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