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여유김여환 | 가정의학과 전문의(푸른청신경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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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딛고, 건강을 느낀다

우리는 움직임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의자 등으로 둘러싸인 환경은 인간을 비정상적인 체형으로 만든다. 비만이 그렇고, 일자목이 그렇다.

해부학자들은 1번 목뼈를 ‘아틀라스’라고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아틀라스 신은 두 손으로 무거운 지구를 떠받치고 있다. 두개골 바로 밑에 있는 1번 목뼈가 아틀라스 신처럼 두개골을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보면, 사람의 아틀라스는 형편없다. 가느다란 링으로 크기는 팔찌보다도 작다. 목뼈 7개가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7개를 다 붙여놔도 4kg나 되는 머리 무게를 지탱할 만한 통뼈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작고 힘없는 목뼈 7개는 앞이 볼록한 C자 모양을 만들어 위대한 아틀라스 신처럼 평생 우리 머리를 감당해낸다. 인체의 신비함이다.

2014년에 미국 뉴욕의 척추외과 전문의 케네스 한즈라즈(Kenneth K. Hansraj) 박사는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를 숙이는 자세에 따라 목이 받는 하중을 조사했다. 고개를 앞으로 15도 기울였을 때는 12.2㎏, 30도 기울였을 때는 18.1㎏의 하중이 가해졌다. 60도로 기울였을 때는 27.2㎏로, 10㎏짜리 쌀 포대 세 개를 목 위에 얹어놓은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정도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목 근육과 인대는 과부하가 걸린다.

거북이처럼 목이 앞으로 나오거나 일자가 되면 무게 분산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두개골에서 척추, 골반, 그리고 발바닥은 분리된 기관이 아니라 사슬고리처럼 근육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정작 아픈 것은 어깨인데 목이 잘못되어있고, 아픈 것은 발바닥인데 종아리나 골반이 틀어져 있는 것이다.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고유의 길이를 찾았을 때 비로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과부하가 걸려 이완을 잃어버리고 긴장만 하고 있으면 근육 사이를 지나가는 혈관과 신경도 아프다. 비정상적인 근육과 근막 사이에 끼이는 것이다. 그래서 목 근육이 뭉치면 어지럽기도 하고 팔이 저리기도 한다.

근골격계 질환의 궁극적인 치료 목표가 통증 해결이 아니라 바른 정렬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체의 정렬이 올바르지 못하면 통증은 재발한다. 보기 좋은 몸이 기능도 좋은 법이다. 바른 정렬인지를 아닌지는 걸어보면 된다. 평지를 10km 걷고 허리나 무릎, 발바닥 등에 통증이 생긴다면 잘못 걷고 있다. 고치고 걸어야 한다. 바른 정렬인 사람은 발뒤꿈치에서 새끼발가락, 엄지발가락 순으로 체중을 이동하면서 발전체를 꼼꼼하게 사용한다. 보폭도 넓다. 파킨슨병도 아닌데 종종 걸음을 걷는다면 문제 되는 근육부터 고치고 걸어야 한다. 근육이 건강하면 의식하지 않아도 바르게 걷는다.

두 발의 무게중심 이동이 정상인지도 봐야 한다. 건강한 걸음이란 보폭을 크게 해서 성큼 성큼 일자로 걷는 것이다. 팔자걸음은 팔자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사무실에서 슬리퍼를 신고 질질 끌면서 걸으면 그 습관도 고쳐야 한다. 한 걸음을 걷더라도 한발 한발 정성스럽게 걸어야 하체 근육이 정확하게 움직인다. 슬리퍼는 나쁘고 맨발이 좋다는 것이 아니다. 신발을 통째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신발 속의 발이 섬세하게 움직이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땅이 주는 에너지, 중력을 느끼는 요령이다. 잘못된 걷기 습관은 오랜 시간이 되어서야 이상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찮은 걷는 자세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이 생겼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걸으면 건강해지는 것은 맞지만 제대로 걷지 않으면 몇십 년 뒤에는 잘못된 걸음 자세 때문에 병을 얻는다.

“축구 때문에 무릎을 다쳤어요. 골프 치다가 팔꿈치 통증을 얻었어요.”라는 말은 있어도 “많이 걷다가 허리나 무릎이 상했어요.”라고는 안 한다. 걸어서 당뇨도 좋아졌고 고혈압도 좋아졌기 때문에 무릎과 허리가 아픈 것은 단순히 나이 들어서 생기는 퇴행성관절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주 천천히 문제를 일으키면 누가 범인인지 잘 모르는 법이다. 그렇다고 걷지 말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걸어야 치매도 암도 예방된다. 나이 들수록 더 많이 걸어야 한다. 근골격계 통증 때문에 운동을 포기한다면 앞으로 남은 날들의 건강을 포기하는 것이고, 그 통증을 참고 계속 운동만 한다면 지진이 유발되는 곳에 빌딩을 세우는 격이다.

목뼈가 달랑 7개라면, 발은 골격 구조의 25%에 해당하는 뼈로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한다. 하루에 8,000에서 10,000보 정도 걷는다면 발은 약 700여 톤의 하중을 받는다. 또 사람은 한평생 약 25만km를 이동한다는데, 지구 6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만약 사람의 발이 철도 기관사였더라면 ‘무사고 운전사’라고 표창장이라도 받을 것이다.

무사고의 필수 조건은 기관차의 정기 점검이다. ‘발’도 ‘삶을 마치는 그날’까지 무사고로 지내려면 골반에서 발까지 이르는 하체를 점검해야 한다. 지치고 힘든 발을 위로하기 위해서 족욕도 추천한다. 운동 시작하기 전에 따뜻한 물에 10분 담그면 운동하는 내내 발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진다. 천연 족욕제(입욕제)를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사용해보자. 집에서 만든 족욕제는 계면활성제가 없어서 따로 발을 헹굴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노인질환을 살펴보면 유독 근골격계 환자 비중이 높다. 척추, 관절 등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노인 인구는 390만 명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고혈압(59%)이 가장 높고, 골관절염 및 류머티스 관절염(33.1%), 고지혈증(29.5%), 요통 및 좌골신경통(24,1%) 순이다. 소설가 故 박완서씨는 말년에 “젊었을 때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한 벗이더니, 차차 나이가 들면서 내 몸은 나와 틀어지기 시작했고, 인생 말년의 내 몸은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上典)’이 되었다.” 라고 말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그 전철을 밟을 것이다.

몸은 움직임이 달라져야 변한다. 몸이 변하려면 운동은 필수다. 그러나 통증을 예방하려면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스트레칭이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근육을 쓴다. 음식을 먹은 후에는 이를 닦듯이 근육을 쓴 후에는 매일 매일 관리해야 한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면 반대 방향으로 가슴과 팔을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그걸 안 했다고 근육이 당장 상하지는 않지만 흔적은 남아 있다. 그 흔적은 먼 훗날 근막유착이나 통증 유발점이 될 수도 있다.

스트레칭은 유연성을 증가시키는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요가나 발레처럼 몸을 과도하게 쭉쭉 늘리지 않는다. 과도한 유연성은 관절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오히려 더 많이 다치게 한다.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의자 병에 걸렸다면 장요근, 이상근 그리고 아킬레스건은 반드시 늘려준다. ‘다리 찢기’는 이 세 가지 근육을 동시에 스트레칭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다리 찢기를 한다. 다리 찢기가 안 되는 사람은 세 근육을 따로 따로 스트레칭하면 된다.

첫 번째는 장요근이다. 장요근은 배 속에서 허리와 다리를 연결시켜 준다. 서 있을 때는 길게 펴져 있고, 의자에 앉아 있으면 90°로 찌그러져 있다.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허리 펴기가 힘든 것도 이 장요근 때문이다. 한쪽 다리를 바닥에 뒤로 길게 펴고, 한쪽 다리는 앞으로 무릎을 90°로 굽힌 상태에서 허리를 곳곳이 세운다. 뒤로 뻗은 다리 쪽의 사타구니가 늘어나면서 장요근은 이완된다. 번갈아 3회 한다. 요통에 좋은 스트레칭이다.

두 번째는 이상근이다. 이상근은 골반과 대퇴골을 연결하는 작은 근육이다. 무겁고 움직임이 많은 대퇴골을 잡고 있어야 하므로 늘 긴장하는 근육이다. 천장을 보고 누워 한쪽 무릎을 세우고, 반대편 발의 발목을 세워놓은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손으로 세워놓은 다리의 허벅지를 감싼 뒤 가슴 방향으로 당겨 주면, 4자로 구부린 엉덩이 안에 있는 이상근이 늘어난다. 번갈아 3회 실시한다. 좌골신경통에 좋은 스트레칭이다.

마지막으로 아킬레스건이다. 아킬레스건은 종아리 삼두근이 모여서 만든다. 근육은 딱딱한 것보다 말랑하고 폭신하면 건강하다. 종아리도 그렇다. 종아리에 알이 배여 단단하거나 아킬레스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발목이 굵다면 아킬레스건 스트레칭은 꼭 해줘야 한다. 종아리 심부에는 혈전도 잘 생기므로 혈액 순환에도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종아리를 제 2의 심장이라고도 한다. 벽에서 30cm 가량 떨어져서 벽을 바라보고 선다. 통증이 있는 쪽의 다리를 최대한 뒤쪽으로 뺀 상태에서 발바닥 전체로 바닥을 디딘다. 벽을 양손바닥으로 밀어서 체중을 팔 쪽으로 옮기면 뒤로 뺀 종아리 근육이 당길 것이다. 번갈아 3회 실시한다. 종아리에 쥐가 나거나 족저근막염에 좋은 스트레칭이다.

몸이 좋아지면 마음의 정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뇨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목적이 심혈관계의 합병증을 막는 것이라면, 암환자와 근골격계의 통증을 조절하는 이유는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막상 돌아갈 일상이 없다면 통증 조절은 의미가 없다.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 환자라도 뒷꿈치부터 체중을 이동하며 걷는 법을 배워야 당뇨도 막고, 치매도 막는다.

“이제까지 두 발로 잘 살아 왔는데 이 나이에 바꾸어서 무얼 하겠어.” 아니다. 70세에도 늦지 않았다. 삶이 조금 남았다고 바닥에 내동댕이치지 말자. 신발 속에 구겨 넣고 다닌 두 발에게 땅의 에너지를 편하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 나이 들수록 더 많이 걸어야 건강해지고, 건강해져야 조금 남은 삶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발을 포기하면 안 된다. 땅을 딛고, 건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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