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WINTER
김현정 | 타샤의 책방 대표
겨울은 날씨가 추워서 바깥 활동보다는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마주앉아 도란도란 책을 읽으면서 입말 놀이나 간단한 요리 만들기 활동을 할 수 있는 음식 관련 그림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그림책들을 읽으면서 다양한 맛을 나타내는 단어도 찾아보고 카레라이스, 케이크, 빵, 피자, 김밥, 고구마 요리를 같이 해보면서 포근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영양가 풍부한 야채 가득 카레라이스
글 : 이시즈 치히로 | 그림 : 야아무라 코지 | 천개의바람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야채 반찬을 먹이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반찬 속에 숨겨둔 야채 한 조각도 귀신같이 찾아 뱉어내곤 합니다. 이럴 때 부모는 어김없이 잔소리와 훈계를 늘어놓게 되지요. 야채 반찬을 상 위에 올리는 날, <채소가 최고야> 그림책을 슬그머니 꺼내 아이에게 읽어주면 어떨까요.
<채소가 최고야>에는 우리가 매일 밥상에서 만나는 채소들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오늘은 채소들의 달리기 대회가 있는 날이에요. 감자, 브로콜리, 가지처럼 응원하는 채소들도 있습니다. 출발~! 알통이 올통볼통한 마늘이 맨 먼저 뛰어나오지만 파릇파릇 파슬리도 후다닥 달립니다. 순무가 단숨에 쑥쑨 선두로 달려나왔고요. 이런이런~! 달리기하던 단호박이 자전거를 타고 오는 오이와 부딪혀서 데굴데굴 강에 풍덩 빠져버립니다. 달리기 경기하던 토마토, 무, 당근, 셀러리들과 낚시하던 고구마아저씨까지 단호박을 구해내기 위해 다시 힘을 모읍니다. 영차영차! 결승선에서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과연 1등을 한 채소는 누구일까요?
이 책에는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해. 그래야 건강해져.’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그런 뻔한 훈계는 아이들에게 지루할 뿐입니다. 아이들은 가지각색 색깔과 모양, 맛을 지닌 채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리기 실력을 겨루는 광경을 깔깔거리며 볼 겁니다. 그리고 채소들의 화합과 우정, 건강한 몸과 마음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책을 다 본 후에는 냉장고에서 채소들을 한아름 꺼내보세요. 채소들을 예쁘게 썰고, 카레가루를 푼 물에 채소들을 퐁당 넣어보고요. 그렇게 해서 채소들의 수영대회를 열어보는 거예요. 이름하여 ‘야채카레라이스’ 요리를 만드는 거지요. 창밖에 내리는 하얀 눈도 감상하며 아이와 호호 불며 야채카레라이스를 먹으면 긴 겨울도 따스해질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웃긴 고구마 말놀이
글,그림 : 사이다 | 반달
작가는 자신의 아이들이랑 같이 고구마를 캘 때의 경험으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림책을 넘기면 힘들게 고구마의 덩굴을 쭈욱 뽑아 올리는 장면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둥근 고구마, 길쭉한 고구마, 큰 고구마, 작은 고구마.... 한 뿌리에서 나온 고구마이지만 어쩜 이리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지요. 너무나 재미있는 건, 고구마들이 말끝마다 “~구마.”라는 말을 붙이며 서로 대화를 한다는 겁니다.
‘고구마는 둥글구마.’ ‘고구마는 길쭉하구마.’ ‘크구마.’ ‘작구마.’ 고구마의 생김새들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하고 책장을 넘겨보니, 더 재미난 이름의 고구마들이 나옵니다. ‘배 불룩하구마’ ‘굽었구마’ ‘털났구마’ ‘험상궂구마’ 하나같이 참 다르게 생겼습니다. 이렇게 아이와 입말 놀이를 하면 너무나 재미있답니다.
이제 이 고구마들로 요리를 할 차례입니다. 고구마는 쪄 먹어도 맛있고, 구워 먹어도 맛있습니다. 기름에 잘 튀겨 먹으면 아삭아삭 씹는 맛이 끝내주지요. 그림책을 다 본 후 아이와 함께 다양한 고구마 요리를 해 먹으면서 형제자매들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 해보세요. 고구마가 싫증이 난다면 감자를 가지고 해볼 수도 있답니다.
특별한 날을 위한 케이크 만들기
글,그림 : 이소을 | 상상박스
이 책은 우리 집 세 아이들이 모두 좋아해서 너덜너덜해진 그림책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생일이나 기념일 때마다 케이크를 꼭 먹게 되지만, 케이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잘 모릅니다. <케이크 파티>에는 요리를 좋아하는 지니와 남동생 비니를 통해 케이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줍니다. 주인공 지니가 어떤 요리를 할까 고민하자, 갑자기 오븐 안에서 빵이 ‘통~,통~,통~’ 뛰어옵니다. 빵이 케이크가 되고 싶다며 지니에게 부탁을 하자 지니는 빵의 꿈을 돕기로 합니다. 그러자 냉장고 속 친구들도 케이크가 되고 싶다고 우르르르 튀어나옵니다. 지니는 귤껍질을 벗기고, 바나나를 가지런히 썰고, 딸기와 포도를 목욕시키고, 빵에 생크림을 입히고, 짤주머니로 생크림 쿠션을 만들고, 드디어 멋진 케이크가 만들어지면서 냉장고에서 나온 친구들의 꿈이 이루어집니다. 촛불도 불고, 노래도 부르고, 신나게 춤도 추고, 책을 읽으면서 케이크 친구들과 즐겁게 파티를 하고 싶어집니다.
준비물이 많이 필요한 케이크 만들기가 부담스럽다면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나카기오 리에코 글/오무라 유리코 그림/한림출판사)에서처럼 밀가루만으로 만들 수 있는 커다란 빵을 만들어 보아도 좋습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파란 모자와 옷을 입은 구리, 빨강 모자와 옷을 입은 구라는 그림선이 간단해서 아이들도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는 들쥐 형제입니다.
이들은 어느 날 숲 속에서 커다란 알을 발견합니다. 이 알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빵을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알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집으로 옮겨갈 수가 없습니다. 의논 끝에 집에서 빵 만드는 도구들을 숲에 가져옵니다. 빵 만드는 고소한 냄새가 숲에 가득 풍기고 하나둘 숲속 친구들이 모여들고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알껍데기로는 자동차를 만들어 요리도구들을 싣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따스한 색채와 아기자기한 동물들, 그리고 감동적인 결말 때문에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그림책입니다.
혹시 오븐이 없어서 빵 굽기가 어렵다면, 핫케이크 가루를 커다란 볼에 붓고 달걀과 우유를 넣어 아이와 휘휘 저으세요. 그리곤 커다란 프라이팬에 반죽을 부어 팬케이크를 만들어보세요. 온 가족이 각각 동물들이 되어 둘러앉아 폭신폭신한 팬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들쥐 형제가 모험을 한 숲 속에 있는 듯하겠지요?
서툴러서 더 귀여운, 요즘 엄마의 ‘피자’ 도전기
글,그림 : 정호선 | 사계절
요즘 아이들은 피자를 아주 좋아하지요. 그림책 속 주인공 아이도 피자를 아주 좋아하는 어린이입니다. 공부할 때도 피자를 먹고 싶어 하는 생각뿐입니다. 수학시간에 시간을 배우는 시계모양도 피자로 보입니다.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피자를 시켜달라고 조릅니다.
엄마는 마침 불량패스트푸드에 대한 뉴스기사를 본 뒤라서 직접 만들겠다고 아이 데리고 장을 보러 나섭니다. 피자라고는 식빵 피자 한 번 만들어 본 적 없는 엄마인데 말이지요. 엄마표 피자는 밀가루 반죽부터 시작되어 새콤새콤 소스도 만들고, 피자에 올라가는 토핑도 준비해서 오븐에 구워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만든 엄마표 피자는 맛이 이상합니다. 곧 다가오는 아이의 생일날, 엄마는 케이크 대신 딸아이가 젤 좋아하는 피자 3단 케이크를 준비합니다. 과연 그 맛이 어땠을까요?
책 맨 뒤에는 ‘피자 레시피’가 자세히 나와 있어서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피자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어렵지 않으니 꼭 해보세요. 급할 땐 종이로도 피자를 만들 수 있답니다. 배달되는 피자보다 엄마의 사랑과 정성으로 만드는 피자, 이번 겨울에 아이에게 꼭 만들어보세요.
아빠랑 함께 몸놀이하면서 스킨십을 느껴요
글,그림 : 윌리엄 스타이그 | 보림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은 참 보기 좋습니다. 근심이나 걱정은 없고 맑고 환한 기운이 온몸에서 퍼져나오거든요. 그런데 그림책 속 피트는 우울한 표정을 짓습니다. 비가 와서 밖에 나가 놀지 못해 속상한 거지요. 아빠는 아들의 마음을 금세 눈치 챕니다. 아들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피자놀이’를 생각해 내지요. 아들 피트를 피자반죽처럼 반죽하기 시작하다가, 식탁 위에 올려놓고 진짜 피자를 만드는 것처럼 종이를 오려서 다양한 토핑을 뿌리는 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고난 후 피자놀이를 하자며 부모를 조르게 됩니다. 피자놀이로 한판 충분히 즐겼다면 이번엔 <돌돌말아 김밥>(최지미 글그림/책읽는곰)처럼 ‘김밥놀이’를 해봅니다. 얇은 이불 한 장 위에 아이를 눕혀놓고, 김밥 속 다양한 친구들인 밥보, 단무지씨, 시금치양, 햄맨, 꼬마당근, 달걀지단을 불러모아 올려놓은 흉내를 낸 뒤 이불로 돌돌 말아서 이리저리 굴려주면 됩니다.
늦게 잠드는 아이를 일찍 재우고 싶다면 잠자리에서 꼭 해보세요. 아이들이 현실 속에서 피자나 김밥을 먹을 때마다 부모와 함께 몸놀이로 즐겼던 ‘피자놀이’와 ‘김밥놀이’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스스르 눈을 감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