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WINTER
김광석 |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 보아도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과제일 수 있다. 지난 약 50년 동안 세계 각국은 금융업과 지식기반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부가가치가 증대되면서 제조업이 총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해 왔다. 미국은 1970년 약 23.6%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5년 기준으로 12.0%에 달한다. 제조업 기반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독일과 일본도 제조업이 총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해 왔고, 주요국들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경우 제조업이 총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32.5%로 최고점을 기록하였지만, 경제구조 개편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제조업 비중은 상당 폭 하락하여 2015년 27.0%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2010년 이후로 제조업 비중이 하락해 왔지만, 총부가가치의 29.5%가 제조업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을 판단하는 주요 대상국인 중국과 견주어 보았을 때, 제조업 전반에 걸쳐 한국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중국 대비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한국의 중국 대비 세계 시장점유율은 제조업 전체 평균이 2000년 0.73에서 2015년 0.23으로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업종을 제외한 모든 제조업 영역에서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을 통한 제조업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업들이 기존 제조공정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면서 제조업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의 주요 기반 기술들로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 로보틱스, 3D 프린팅, 포그(Fog) 컴퓨팅, 사이버 보안 기술 등이 있다. 이러한 주요 기반 기술들이 제조 전 영역에 걸쳐 적용됨에 따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놀라울 만큼 증대되는 제조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
화학, 자동차, 철강, 항공, 식료품, 섬유 등 다양한 제조 산업에 걸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게 되면서, 생산성이 극대화 되고 기존에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에 변화가 일고 있다. 실시간 주문형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지고, 제조공정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가속화 되고 있다. 재고량을 극소화하고, 제품 불량률을 낮추며, 인건비가 절감되면서 생산성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공급사슬 전 공정에 걸쳐 사물인터넷, 센서, 클라우드 기반의 초연결화가 가능해 지면서, 제조사와 부품 공급업자간의 유기적인 연결성이 강화 되고 있다. 3D 프린팅 활용을 위한 소재의 첨단화가 진행되고 있고, 내구성·내열성이 요구되는 로봇을 위한 첨단 소재나, 초정밀 공정을 위한 첨단 신소재 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아날로그 생산 공정에서 필요한 기계, 부품 등의 자산 보안에서 빅데이터 중심의 사이버 보안으로 중점 보안 분야가 이전되고 있다.
그럼 제조업의 혁신 방향은 어떻게 가야할까. 6가지 측면으로 제시해 본다. 첫째, 맞춤형 생산을 통해, 소비자 기호에 맞춤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은 D&A(Data and Analytics) 등에 기초해 실시간으로 소비자 기호에 맞춤화된 제품을 공급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생산과정에까지 참여하는 적극적인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변화에 대응하고, 소비자의 제품개발 및 유통과정 참여를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도입이 요구될 것이다.
둘째, 디지털 노동(Digital Labor)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고령화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인건비 상승 등에 부담을 느끼는 신흥국에서도 기업들은 제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디지털 노동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자사의 생산 공정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적절한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생산성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들은 업종, 생산 품목, 가용 자원, 기존 생산 설비 등의 여건을 고려하여 스마트 팩토리의 기반 기술들을 적절히 제조 과정에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성을 극대화 하고, 제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조립, 포장, 하역, 운반 등의 다양한 생산 공정에서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킬 가능성을 타진하고, 적절한 기반 기술들을 적용시켜야 한다.
넷째, 공급사슬 구조의 연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급사슬 구조 하에서 자사만 독립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면 큰 의미가 없기도 하다. 공급사슬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호환성을 강화해야만 실시간 부품 공급체계 및 물류관리 시스템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가치사슬 내 대기업 협력사 지원’ 등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다섯째, 첨단 소재를 확보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로보틱스가 내열성, 내구성을 보완하거나, 생산 공정 내 센서 및 IoT를 부착하는 영역 등에서 첨단 소재가 요구된다. 이는 3D 프린팅의 활용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기초 기술에 해당하기도 한다. 첨단 소재 개발에 대한 R&D를 검토하고, 미래 유망 첨단 소재를 보유한 기업들을 M&A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섯째, 사이버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IoT 기반의 데이터가 급증하고, 고객 기반의 데이터 및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가 제조 공정에 활용되면서 사이버 상에서 발생하는 위협 또한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 물리 시스템에 기반한 스마트 팩토리 제조 공정의 외부 해킹은 제품의 설계 정보 유출로 연결되고,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유출로까지 이어져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네트워크 보안, 클라우드 보안, 빅데이터 보안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