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김규철 |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통계로 이해하는
북한의 경제·사회

북한의 실제 모습을 알려면 통계 분석은 필수

작년까지만 해도 핵·미사일 실험을 지속하며 한반도에 전쟁의 불안감을 고조시키던 북한은 2018년이 되자마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신년사와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연이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까지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자연스레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현재 북한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북한의 실제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모습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대중매체에 나타난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북한 주민의 생활을 알아볼 수도 있다. 이러한 방법은 생생한 상황을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회와 국가라는 차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험의 나열이 아닌 신뢰성 있는 통계 분석이 필수이다. 북한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통계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 글은 북한의 경제·사회와 관련된 통계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구체적인 통계 지표를 통해 북한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맛보고자 한다.

북한에도 통계가 작성되고 있을까

‘북한에 통계가 있어?’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통계의 수집, 가공, 분석은 주로 선진국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로 여겨지는 북한에는 통계가 없거나 있어도 조악한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 관련 통계는 엄연히 존재하며, 그 양과 질도 일반적인 인식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물론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통계처럼 풍부하고, 세분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 중앙계획경제를 표방하는 국가들은 통계를 중요시해왔다. 수요와 공급에 따르는 시장경제원리가 아닌 국가의 계획하에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분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계가 기본바타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 초반에 소련이 해체되고 사회주의권의 계획경제가 붕괴하면서 북한에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닥쳐왔고, 그 이후 북한 당국이 발표하는 공식 통계는 상당부분 중단되었다. 계속되는 북한의 경제위기에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유니세프(UNICEF) 등 국제기구가 북한에 지원을 시작하면서 북한의 식량, 보건 등의 통계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또한 예전부터 북한과 체제경쟁을 하던 한국에서도 북한 관련 통계를 추정해오고 있다. 이렇듯 북한 통계는 북한 당국 이외에도 국제기구나 한국과 같은 외부세계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북한 통계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북한 통계를 주제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세분화할 수 있다.

1거시경제

북한의 거시경제 통계에는 경제총량, 국정환율, 재정 등의 자료가 포함되며, 매년 북한의 경제 발전 수준을 나타내는 한국은행의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은 경제성량률 이외에도 국내총생산(GDP), 산업구조에 대한 통계 수치도 제공하고 있어 북한의 거시 경제 추이를 살펴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수치들은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 (http://ecos.bok.or.kr/) 또는 통계청의 북한통계포털 (http://kosis.kr/bukhan/index.jsp)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2인구

북한의 인구 통계와 관련해서는 1993년과 2008년의 인구일제조사(Census), 2014년의 인구표본조사 자료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북한의 인구구조(총인구, 성별 인구), 인구동태(출생, 사망), 인구분포(도농 인구, 시군별 인구), 경제활동 인구 등의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자료별 작성방법이 일관되지 않아(예를 들어, 군인의 포함 여부) 수치 해석에 주의해야 하며, 데이터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제기되어 연구자들이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해 왔다. 국제연합(UN), 세계은행(World Bank), 통계청 등 외부기관에서도 북한의 공식 인구통계를 기반으로 총인구 등의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3대외경제(무역)

북한의 대외교역과 관련한 통계는 다른 분야보다 양이 풍부하다. 무역의 특성상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가 통계를 발표하기 때문에 상대국의 수입을 북한의 수출로, 상대국의 수출을 북한의 수입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대외무역 통계를 발표하는 기관도 UN, 국제통화기금(IMF),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협회(KITA)를 포함하여 북한과 교역하는 상대 국가의 세관까지 매우 다양하다. 북한의 무역 통계를 통해 수출입 규모, 교역 구조(국가, 상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던 주제인 ‘북한의 대(對)중국 교역 의존도 추이’나 ‘제재가 북한의 무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북한의 무역통계를 살펴보는 것이 필수이다.

4보건

북한의 보건 분야 통계는 1990년대 중반 국제기구가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부터 가용성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보건 분야의 통계는 국제 기준으로 자료의 수집 및 처리가 이루어져 상대적으로 신뢰성이 높은 통계이다. 앞서 언급한 인구일제조사 외에도 유엔세계식량계획(WFP)·UNICEF·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실시한 영양상태 조사(Nutrition Survey; 1998, 2002, 2004, 2012)와 UNICEF가 수행한 어린이·여성 영양상태 복합지수조사(Multiple Indicator Cluster Surveys; 1998, 2000, 2009) 등을 통해 어린이들의 영양실조실태, 모성 영양상태, 수질·위생상황, 각종 질병의 유병율과 백신 접종 현황 등에 대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5농업 및 식량

북한의 농업 및 식량 통계는 북한 당국의 공식발표 통계, 국제기구의 추정통계, 통계청의 추정통계 등이 있다. 농업 통계의 주요 항목은 농업의 비중, 경지면적, 곡물의 생산량 등으로 이를 통해 북한의 농업부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곡물 생산량과 같은 대표적인 통계치도 기관별로 다른 방법론을 적용하여 상이한 값을 보여준다. 이 중에서 현지 실사를 통해 북한의 공식 자료와 자체 추정 자료 등을 모두 이용하는 FAO의 통계가 가장 신뢰성 있는 자료로 여겨진다.

6시장(장마당)

북한의 시장 관련 통계는 시장가격(쌀 가격), 시장환율(미 달러화 대비 북한 원화 환율) 등 재화의 가격과 관련한 자료와 시장의 수 및 면적 등과 같이 시장 자체에 대한 자료가 존재한다. 시장가격 및 환율 통계는 대표적으로 ‘데일리NK’에서 발표하고 있으며, 시자의 수와 면적 등의 자료는 2016년에 통일연구원에서 발간된 홍민 외(2016)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북한 경제가 상당히 안정화되었다고 평가받는 큰 이유는 2013년 이후 쌀 가격과 환율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이후 증가하고 있는 시장의 수는 북한의 시장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이외에도 철도 및 도로 총연장, 항만하역능력 등의 산업 분야 통계도 존재하며, 최근에는 인공위성에서 측정한 북한 지역의 야간 조도 통계를 통해 북한 주민의 후생 수준을 간접적으로 추정하기도 하는 등 북한 관련 통계도 다양하게 발전해오고 있다.

통계로 본 북한에 대한 오해와 진실

북한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점을 통계를 통해 무엇이 진실인지 살펴보자.

1북한은 폐쇄국가인가

북한은 무역의 비중이 높지 않은 폐쇄경제국가일까 아니면 무역으로 먹고사는 개방경제국가일까? 사회주의 경제체제 및 자급자족(자강력 제일주의)을 지향하는 북한이 개방경제국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국가에 가깝다. 실제 통계 지표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해보자.

무역의존도는 수출과 수입을 더해 GDP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무역의존도를 산출하기 위해서 북한의 GDP와 수출,수입액의 통계가 필요하다. 먼저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한국은행과 UN에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GDP는 북한의 물량에 남한의 가격과 부가가치율을 곱하여 계산되는 특수한 값이므로 달러로 전환하는 것이 권장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UN에서 발표하고 있는 달러화 기준 북한의 GDP와 북한 수출입 데이터를 기반으로 북한의 대외의존도를 계산해보자. 2015년 UN이 추정한 북한의 GDP는 163억 달러로 나타났다. 그해 북한이 수출한 금액은 31억 달러, 수입한 금액은 35억달러로 북한의 무역의존도는 41%에 달한다. 만약 남북교역 금액인 27억 달러를 총 무역액에 더해 무역의존도를 계산하면 57.5%에 이른다. 북한의 무역의존도는 2008년에 역대 최고치인 63%에 이르는 등 200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50%를 넘는 것으로 확인된다. 밀수 등 공식 무역에 잡히지 않는 거래까지 포함하면 북한의 무역의존도는 세계평균인 60%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 경제는 상당한 정도로 개방적이며, 무역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것을 통계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그러나 2016년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로 이 수치가 38%로 급락했다. 2017년의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값을 추산할 수 없으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그 값이 더 떨어졌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2북한의 어린이들은 모두 영양실조인가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라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었다. 당시 북한의 아사자는 공식적으로 약 33만 명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당시의 상황에 머물러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수준이 아프리카의 최빈국보다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현재 북한 어린이들은 여전히 영양실조 상태일까?

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태는 국제기구가 수행한 4차례의 영양상태조사(Nutrition Survey; 1998, 2002, 2004, 2012)와 3차례의 어린이·여성 영양상태 복합지수조사(MICS; 1998, 2000, 2009)에 나와 있다. 경제위기가 절정이던 1998년 북한 어린이의 급성영양장애 유병률은 15.6%로 전 세계에서 최악의 수준이었다. 당해 저소득 국가의 평균값과 사하라 이남 국가들의 평균값이 10% 정도로 나타난 것을 보면, 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태가 상당히 심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값은 점차 감소해 가장 최근인 2012년에는 북한 어린이의 급성영양장애 유병률은 4%로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 국가의 평균 유병률인 8.2%는 물론 중하소득 국가인 캄보디아나 인도네시아보다 낮은 값이다. 오히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균값인 3.6%에 근접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통계를 통해 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태를 살펴보면 우리의 생각보다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태는 1990년대 중후반 최악의 경제 위기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상황이었으나, 2000년 이후 점차 개선되어 최근에는 중하위권 소득 국가의 수준보다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가뭄과 홍수, 그리고 열악한 농업 수준 때문에 북한의 어린이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 통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현재 북한 통계의 수준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하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새로운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거나 탈북자 면접 조사를 통해서 양적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그 예이다. 북한의 실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북한을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 관련 통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차후에 남북 협력의 기회의 문이 열릴 때 무엇보다도 북한 통계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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