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여유김닛코 | 만화칼럼가

슈퍼히어로물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

경제공황과 슈퍼히어로 만화의 발흥

미국의 만화는 유럽, 특히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경제대공황으로 장기 불황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만화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강한 남성들이 등장하는 모험만화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슈퍼히어로 만화는 이때 첫 등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1936년에 신문을 통해 첫 등장한 ‘팬텀’이라는 캐릭터가 슈퍼히어로 1호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리 포크라는 만화가가 창조한 팬텀은 마스크로 정체를 숨기고 활약하는 최초의 히어로였습니다. 곧이어 신문 만화가 아닌 보다 역동적인 구도와 화려한 색채로 구성된 잡치 형식으로 출간하는 만화들이 생겼고, 이때(1938년) 데뷔한 것이 바로 디씨 코믹스의 ‘슈퍼맨’이었습니다. 슈퍼맨의 등장은 슈퍼히어로 만화뿐 아니라, 미국 만화 전체에 황금기를 가져왔습니다.
디씨에서는 슈퍼맨에 이어서 탐정인 ‘배트맨’과 최초의 여성 슈퍼히어로인 ‘원더우먼’도 탄생시켰고, 모두 큰 인기를 끌었죠. 영국도 거꾸로 미국의 만화를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슈퍼맨의 성공으로 인해 많은 아류작이 나왔는데, 이중 포셋 출판사에서 나온 〈캡틴 마블 어드벤처스〉는 슈퍼맨을 넘어서는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당연히 디씨 코믹스는 포셋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죠. 긴 법정 다툼 끝에 디씨가 승소했고 아예 캡틴 마블의 권리를 사들였지만, 그 사이에 마블에서 같은 이름의 히어로인 〈캡틴 마블〉시리즈를 만들어 출판해버렸습니다. 정작 캡틴 마블을 책의 제목으로 사용할 수가 없게 된 디씨는 캡틴 마블이 외치는 주문인 〈샤잠!〉을 책의 제목으로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마블과 디씨가 슈퍼히어로 만화를 양분하다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하면서부터는 전쟁만화의 붐이 일었습니다.애국심을 강조한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면서, 훗날 마블 코믹스가 되는 타임리 코믹스에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가 탄생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대표 히어로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서 슈퍼히어로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선정적이고 잔혹한 묘사가 자주 나오는 공포물이 유행했습니다. 만화를 아이들의 것으로 생각하던 당시의 어른들이 이를 좋게 볼 리가 없었죠.

정신의학과 박사인 프레드릭 워담은 만화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맹비난을 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근거가 없었지만, 정신의학과 박사라는 타이틀 덕분에 여러 언론에서 그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곳곳에서 만화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미국 정부는 만화의 검열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1954년부터 만화 출판사들은 정부의 금지조항을 따를 수밖에 없었죠.

많은 출판사들은 검열조치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쓰러졌지만, 마블과 디씨는 오히려 이때 성장을 해서 60년대에 업계의 주류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피를 흘리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조항을 이용해서 슈퍼히어로물을 제대로 부활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슈퍼히어로들이 한데 모이다

50년대까지만 해도 마블은 디씨의 상대가 되지 못했었지만, 60년대에 들어서 스탠 리와 잭 커비라는 두 전설적 인물들의 활약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를 맡은 스탠 리는 히어로의 성격 묘사에 많은 신경을 썼으며, 잭 커비는 본인의 탁월한 과학지식을 이용해 역동적이고 웅장한 표현과 묘사에 집중했습니다.

자신들의 초능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 ‘판타스틱 포’가 등장했고, 신화의 세계를 빌려온 히어로 ‘토르’도 첫 선을 보였습니다. 최고의 인기는 역시 ‘스파이더맨’이었는데, 실수도 저지르고 고민도 많이 하는 이 어린 히어로는 같은 나이대의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반면 디씨는 잘 나가는 히어로들을 한 팀으로 묶은 〈저스티스 리그〉를 출판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것을 눈여겨 본 스탠 리는 토르와 헐크에 당시 덜 인기 있던 ‘아이언맨’, ‘앤트맨’, ‘와스프’를 더해 팀으로 묶은 〈어벤저스〉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로써 한권의 책을 사면 다른 캐릭터의 시리즈까지 사게 만드는 마블 유니버스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마블의 종합 판매고는 상승했습니다. 스티브 디코, 존 로미타, 닐 애덤스 등 훗날 또 다른 전설이 될 작가들이 마블 유니버스를 확장시켰습니다.

또한 미술사조인 팝아트와 만화가 결합하면서 만화는 ‘최신 유행’이 되었고, 대학가에서 열풍이 불자 마블은 각 대학교를 순회하며 자사의 만화를 홍보했습니다. 히피문화와 오컬트 신비주의의 유행에 따라 닥터 스트레인지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시작되면서 오래전 사라졌던 캡틴 아메리카도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캡틴은 어벤저스의 멤버가 되어 마블 유니버스를 이끄는 히어로가 되었습니다.

슈퍼히어로 만화의 위기와 돌파구

하지만 문제점도 많았습니다. 만화 안에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적 요소가여전했죠. 최초의 흑인 슈퍼히어로 ‘블랙 팬서’가 탄생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원더우먼은 초능력을 잃고 남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캐릭터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만화업계의 근로조건도 매우 열악해서 유명 작가들도 출판사로부터 착취를 당해야 했습니다.

70년대부터 미국의 만화산업은 침체기에 들어갔습니다. 만화의 검열이 계속 되는 가운데 컬러TV까지 보급되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도산하면서 마블과 디씨가 점유율을 다 차지해버렸습니다.

마블은 인기를 끌지 못했던 〈엑스맨〉에 사춘기, 민족성, 성별 등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사회로부터 차별받는 슈퍼히어로’라는 새로운 설정을 만들었습니다. 엑스맨 시리즈는 큰 인기를 얻어 마블의 최대 수입원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디씨의 〈원더우먼〉 드라마와 〈슈퍼맨〉 영화가 전 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두면서 슈퍼히어로 만화의 영상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80년대에는 워너브라더스에 인수된 디씨가 〈배트맨〉 영화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마블의 만화들을 수집하는 열성팬들의 팬덤이 형성된 것도 80년대였습니다. 이들은 자신들끼리 책을 서로 사고팔고, 정기적 집회인 코믹콘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만화책의 비닐포장을 뜯지 않고 되파는 행위가 유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화책만을 파는 전문 매장이 생겨났습니다. 규제가 사실상 효력을 잃으면서 폭력과 성적인 묘사, 정치적 내용이 담긴 작품들이 다시 나오게 되었고, 수준 높은 스토리와 그림을 선보이는 ‘그래픽노블’이라는 새로운 종류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91년부터 주식을 상장하게 된 마블은 십대를 노린 전략을 택했습니다. 마블 캐릭터들을담은 수집용 카드를 출시하고, 하나의 만화책에 여러 버전의 표지를 내놓는 방식 등의 마케팅을 개시했습니다. 또한 토드 맥팔레인, 짐 리, 롭 라이펠드 등의 멋진 그림체를 지닌 만화가들을 고용하여 붐을 일으켰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300만부 이상이라는 만화 사상 최고의 판매고를 올린 데 뒤이어, 〈엑스포스〉가 350만 이상을 판매하며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극심한 침체기를 피해갈 수 없었던마블은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말았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마블의 대표였던 스탠 리는 엑스맨이나 판타스틱 포, 데어데블 같은 캐릭터들의 영화화 판권을 여러 회사에 나누어 팔아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한 완구회사에서 마블을 인수한 덕분에 파산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슈퍼히어로 만화, 다양성을 확대하다

21세기에 들어선 만화산업은 다양하게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만화는 디지털로도 출시되었고, 영상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마블은 〈블레이드〉, 〈엑스맨〉,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영화화하였고, 디씨는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마블 스튜디오를 통해 자체 제작한 영화 〈아이언맨〉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발달한 컴퓨터그래픽 효과와 현대적인 스토리로 각색한 내용 덕분에 아이언맨은 세계 최고의 히어로 자리에 올라섰고, 회사의 가치도 높아졌습니다. 이후 마블이 디즈니 그룹에 인수되고 후속 영화들이 계속 성공하면서 만화에 이어서 영화에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확립할 수 있었고, 이제 디씨를 넘어서 ‘마블’이란 브랜드를 전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심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성공은 슈퍼히어로 만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서 신규독자들이 많이 유입되게 해주었습니다. 디씨도 디씨 유니버스를 젊고 새롭게 개작하면서, 두 회사는 현재도 서로 엎치락뒤치락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대형 출판사들은 여성과 다문화, 성소수자 등의 다양성 히어로의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전에도 없던 것은아니지만, 메이저 히어로에서 보기는 힘들었었죠. 마블이 특히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미즈 마블’과 ‘아이언하트’, 새로운 ‘고스트 라이더’ 등이 대표적입니다.

영상 분야뿐 아니라 게임 분야에서도 마블과 디씨는 〈마블 퓨처 파이트〉와 〈인저스티스〉로 대표되는 여러 인기 게임들을 출시하여 큰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그 어느 시기보다도 슈퍼히어로 만화의 시장은 다각도로 확장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슈퍼히어로 영화에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목소리와 장르 자체를 폄하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마블의 영화들이 연이어 성공하고 있어서 한동안 그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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