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김광석 |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미리 살펴보는
남북한 교류시대의 경제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문’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및 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제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과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다양한 경제 개방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건설·철도·에너지 등 인프라 개발, 자원 개발, 관광 기획, 대북 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이 분주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경제협력이 순조롭게 이행될 경우 나타날 주요 경제적 현안들을 중심으로 미래를 그려보기로 한다.

한반도 미래전망

이 글은 스팁 메소드(STEEP method)를 이용해 종전 이후의 한반도 내 주요 메가 트렌드를 도출했다. S는 사회(Society)를, T는 기술(Technology)을, E는 환경(Environment)을, E는 경제(Economy)를, P는 정치(Politics)를 각각 의미한다. 즉 STEEP method는 사회, 기술, 환경, 경제, 정치 각각의 측면에서 일어나는 메가 트렌드를 분석하는 데 활용하는 정성적 분석방법론이다.

첫째, 사회(Society) 관점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분절된 상황하에서는 차이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 없었으나, 교류가 빈번해지면 그러한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념 및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이 심화될 수 있기에 합의를 이루기 위한 캠페인이나 공동체 문화 교육 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기술(Technology) 관점에서는 주요 인프라 관련 기술들에 관한 R&D가 집중될 전망이다. 북한의 인프라개발 산업을 중심으로 선진화된 기반 기술들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능형교통시스템(Intelligent Transport System, ITS)이나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 5G 등 교통·에너지·통신 인프라 기술들에 관한 R&D가 더욱 집중될 것이다.

셋째, 환경(Environment) 관점에서는 관광특구 조성 및 핵처리 안전화, 환경이슈 제기 등의 다양한 현안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지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 개성공단 등 관광특구를 조성하고, 국내외 관광객도 확대될 전망이다.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핵무기 및 핵폐기물 처리에 관한 논의가 진전되고, 강도 높은 개발로 야생동물 및 산림 보존이나 수자원 보호 등 다양한 환경이슈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경제(Economy) 관점에서는 북한 경제특구 조성에 세계의 주목이 모아질 전망이다. 남북 경협이 제개됨에 따라, 개성공단이 재가동 되고, 주요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절감이나, 규제 완화 지역 조성 등 다양한 리쇼어링 정책들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노동력이 인력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활용됨으로써 생산성이 제고되고,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북한의 주요 저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상업용·주거용 건축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다양한 인프라개발(교통, 통신, 물류, 에너지 등)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교육 시스템이나 의료서비스 공급이 확대되고, 육상물류(TKR+TSR) 확대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물류 효율화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TKR(Trans Korea Railroad)은 한반도종단철도를, TSR (Trans Siberian Railroad)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의미한다. 주요 화물을 철도운송을 이용해 유럽에 수출하게 되니 물류비가 절감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섯째, 정치(Politics) 관점에서는 새로운 국제정치 기조가 형성되는 등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북-중-러를 중심으로 한 정치동맹과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정치동맹 간의 대립구조가 허물어질 전망이다. 이는 아래 제시될 북한의 개방모델이나 북미 정상회담 추진 현황 등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의 전통적 동맹관계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 기조도 다양한 정책공약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평화와 사회통합을 강조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지원하는 정치기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북한의 개방모델

이쯤에서 북한이 어떻게 개방해 나갈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여러 언론을 통해 방향성이 어느 정도 정해진 모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식 발전모델보다는 베트남식 개방모델을 선호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중국과만 교류해 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경험을 바탕으로 서유럽의 발전상을 체감하면서 서구식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경우도 개혁·개방을 전개해 왔지만, 경제적 여건 등을 감안할 때 베트남식 개방이 북한에게 현실적으로 적정한 모델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

베트남식 개방모델은 흔히 1986년 ‘도이머이’ 정책으로 요약된다. 쇄신을 뜻하는 이 용어는 사회주의 기반의 시장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창한 개혁 개념이다. 베트남은 도이머이 정책 실시 이후 외국자본 유입이 급증했고, 연평균 7,6%의 고도 성장을 경험했으며, 2006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150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베트남식 개방모델의 주요 특징은 시장개방을 통해 해외 자본을 적극 유치함으로써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전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중국과의 교류 경험이 거의 없는 김 위원장은 혈맹임을 위시해 북한을 속국으로 인식하는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가졌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지 않아 왔다는 점에도 주목할만하다. 종전을 선언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주한미군이 더이상 위협의 대상이 아니라 우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미국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장치를 갖추게 된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개성공단은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간에 「공업지구개발에 관한 합의서」가 채택되면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2004년 6월 15개 기업이 시범단지 입주 계약을 체결했고, 2015년 12월말 기준 125개 기업이 입주했다. 당시 북측 근로자는 55,000여명에 이르렀고, 2005년 3월부터 2015년 12월말까지 누적 생산액은 약 32.3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진행하고, 2월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개성공단 중단을 결정했다.

많은 대중은 개성공단 철수에 관한 언론보도 내용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다시 개성공단에 재입점하기를 꺼려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96%가 재입주 의향을 밝혔다. 정부는 입주사들의 직접적 피해에 대해 지원금을 제공했고, 그 밖에 자금·세제·대체생산·고용 등 분야별 지원 대책을 시행해 왔다. 또한, 기업들이 두고 온 자산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렴한 인건비의 노동력을 활용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제조기업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개성공단 입주 및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기업들이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보험, 자금마련 등의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 우리은행은 2004년 개성공업지구에 지점을 개점했으나, 현재 철수 후 임시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IBK 기업은행도 개성공단에 입점하기 위해 전략을 강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개성공단 입점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징성이 매우 높고, 추후 남북경협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경협에서 경제통합(Economic Integration)으로 발전하거나, 통일이 이루어질 때의 기대가치는더욱 높다고 하겠다.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에 입점해 있는 CU도 영업 재개 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제조기업을 지원하는 편의시설로서 역할을 희망하고있다.

남북경협에 활용될 정부자금

4월 27일 남북정상은 도로, 철도, 발전소 프로젝트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우리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연간 3000억 원 이상 조성해 왔고, 누적기준 협력기금 잔액도 7조 1000억 원에 달해, 당장 단기 프로젝트 추진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장기적으로는 추가로 국제기구 중심의 협력기금이나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남북협력기금 조성 현황(누적액 기준)을 아래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은 다양하게 집행되어 왔다. 정부는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종전의 대결구도에서 공존구도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하에 대 북한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1988년 7월 7일 이른바 ‘7·7선언’(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을 발표했으며, 이 7·7선언에서 남한과 북한 주민의 상호 교류·방문을 허용하고, 남북한 교역의 문호를 개방하며, 국제사회에서 상호 협조하는 등의 정책방향이 제시됨으로써 남북한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향후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남북경협이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면, 남북협력기금 조성액도 확대되고 필요한 영역에 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안전장치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고 기업들은 개성공단 입주와 다양한 지원책들을 고려해야 하며 가계는 기대만을 고려한 ‘투기’가 아닌 위험을 고려한 합리적인 수준의 ‘투자’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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