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최기영 | 통계청 농어업통계과 사무관

북한 농업통계 개발을 위한
원격탐사기술의 활용

원격탐사기술이란 무엇인가

2013년 2월 28일. 이날은 특별할 것 없이 평범했던, 그래서 아무도(?) 기억 못하는 날이지만 통계청 국가통계작성 역사에서 의미 있는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이다. 통계청은 2012년도 경지면적조사를 현장조사 없이 원격탐사로 실시했고 그 결과를 2013년 2월 28일 공표했다. 이 ‘원격탐사’라는 조사방법은 당시까지만 해도 통계조사에서 새롭고도 생소한 과학기술이었다. 원격탐사란 비접촉, 비파괴 방식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진 대상에 대한 정보를 추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언뜻 잘 와 닿지 않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각종 위성영상이나 항공사진 등을 이용해 촬영 지역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을 원격탐사라 한다.

이 원격탐사는 어떤 통계조사에 응용될 수 있을까? 우리는 각종 영상정보에서 많은 국토 정보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토지이용변화라든가 농경지 이용실태 등을 영상정보로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주요 선진국에서는 원격탐사를 농업통계에 주로 응용해왔고 통계청도 지난 2008년부터 원격탐사를 농업통계조사에 도입했다. 나라마다 원격탐사 도입 목적은 다르지만 대개 경지면적과 작물별 재배면적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 농작물의 생산량 예측, 즉 작황 모니터링을 목표로 한다.

북한지역도 원격탐사!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위성정보 등을 활용한 원격탐사는 이미 통계조사에 응용 중이다. 원격탐사는 기존 현장조사와 비교해 많은 장점과 단점을 가진다. 그중 통계조사의 측면에서는 다음 두가지 장점에 주목할 만하다.

통계청은 이러한 장점을 이용해 전수조사인 경지총조사 및 경지모집단 관리 업무에 원격탐사를 도입했고 2012년 이후 울릉군과 같은 섬 지역과 휴전선 부근 민간인통제구역의 표본조사구에 대해서는 원격탐사로만 경지면적조사를 실시한다. 특히 두 번째 장점은 우리에게 새롱눈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것은 바로 분단으로 인해 멀고도 가까운 우리 땅, 북한 지역의 통계조사다.

남한과 북한에 적용할 수 있는 원격탐사 방법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북한 지역을 촬영한 영상정보만 존재한다면 얼마든지 현재 기술적 한계 내에서 통계조사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위성정보로 북한의 농경지 이용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멀다고, 분단이라고 실행하기 어렵다면 원격탐사가 아니다.

현재 원격탐사 실용화가 가능한 농업통계조사는 경지면적조사와 벼와 보리를 비롯한 일부 작물의 재배면적조사이다. 이 중 북한 지역에 대해서는 벼 재배면적 원격탐사를 먼저 실시했다. 왜 벼 재배면적조사일까? 북한은 여러 가지 정치적 이슈뿐만 아니라 식량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안고 있다. 식량 중에서도 쌀은 주곡이기에 중요한 곡물이므로 쌀 생산량은 국민 먹거리 공급에 중요한 정보다. 이 쌀 생산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벼 재배면적의 파악이 1차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북한 벼 재배면적조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현장조사를 대신해 원격탐사를 활용한다고 해서 통계조사의 기본 절차가 달라지진 않는다. 가구를 방문해야 하는 조사가 있다고 하자. 먼저 조사대상처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할 것이다. 조사대상에 대한 모집단 정보가 있어야 전수조사를 진행하거나 모집단 정보에서 표본을 추출해 표본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북한 벼 재배면적조사도 마찬가지다. 과연 어떤 곳을 원격탐사해 벼 재배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지 조사대상에 대한 기본정보가 있어야 한다. 통계청은 그 조사대상을 논으로 보았다. 벼는 논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논에 대한 정보를 먼저 수집하그 논에서 벼가 재배되는지의 여부를 ‘벼 재배시기의 위성정보로’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원격탐사를 활용한 북한 벼 재배면적조사의 과정은 다음과 같은 두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통계청은 지난 2012년, 북한 벼 재배면적조사를 위한 원격탐사 방법론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①단계에 해당하는 작업을 마친 상태다. 매년 1~2개 시도를 대상으로 고해상도 위성영상을 활용해 논 지도를 만들었다. 지난해에 비로소 모집단 정보를 갖춘 셈이다. 이제는 본격적인 원격탐사 단계가 남았다. 통계청은 올해 북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벼 재배면 적 시험조사를 실시한다. 향후 연간 통계로서 북한 벼 재배면적 통계를 공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종 조사방법 및 면적 추정 방법 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남아있는 문제와 향후 계획

필자가 인상 깊게 본 과거 연구 중 하나는 1990년대 초반 모 대학의 석사학위 논문으로 저수지 농업용수관리를 위해 인근 벼 재배면적을 위성영상으로 파악하는 연구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학원생들의 연구주제일 정도로 벼 판독은 방법론적으로 숙성단계이며 최근에는 데이터과학의 붐을 타고 기계학습과 딥러닝을 이용한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통계청도 2012년 이후 시험연구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벼 판독을 위한 원격탐사 방법론에 대해서는 꾸준한 모니터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단순히 영상판독이 가능하다고 해서 통계가 쉽게 만들어지고 정책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격탐사는 기본적으로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구름 한 점 없는 영상으로 벼를 판독할 경우 판독정확도를 90% 이상까지 기대할 수 있으나 이런 영상을 얻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영상에 구름이나, 심지어 구름 그림자만 있어도 벼 판독 난이도가 올라간다. 또한 원격탐사시에는 영상의 촬영시기와 판독자에 따라서 서로 다른 판독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지역에 따른 대기상황과 기상여건이 같으리란 보장이 없고 영상판독 작업자가 같은 정확도의 분류결과를 얻으리란 보장도 없다.

통계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계학적 방법론을 시험연구하기 시작했다. 2017년까지 구축된 모집단으로 올해 북한 전 지역 대상 시험조사를 실시하면서 통계작성에 한계가 될 수 있는 사항들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진행 중인 시험조사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통계청은 앞으로 북한 벼 재배면적조사를 공식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9년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해 2020년부터는 공식통계로서 북한 벼 재배면적을 공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원격탐사를 활용한 북한 농업통계 개발은 단순히 벼 재배면적 개발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전문적인 국가 농업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에 서는 오래전부터 위성정보를 활용한 쌀 수량 예측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그 성과를 북한으로 확장해 현재 북한 지역의 단위면적당 쌀 수량도 추정하고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벼 재배면적은 쌀 생산량 통계를 만들기 위한 1차 정보다.

만약 통계청에서 벼 재배면적통계를 생산하게 되면 농촌진흥청의 쌀 수량 추정량을 이용해 총 생산량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 벼 재배면적 공표 이후에는 쌀 생산량 통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의 독자적 노력이나 농촌진흥청과의 기술협력만으로는 북한 농업통계를 만들 수 없다. 환경부의 토지피복지도 사업, 국토교통부의 북한 지적원도 정보화사업과 접근불능지역 공간정보 통합체계 구축사업, 그리고 산림청의 북한 산림황폐지 모니터링 사업 등에 함께 참여하고 교류하면서 오늘의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자체적인 통계개발 노력과 더불어 관계부처 간의 협업을 지속해 대북정책과 통일시대 농업정책에 대비한 완성도 높은 정책지표를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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