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여유김용세 | 동화작가

아빠와 함께 하는
병아리 부화 프로젝트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교문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서 기른 적이 있다. 나 말고 친구들도 함께 샀는데 집에서 부모님이 반대를 한다며 병아리들을 우리 집으로 가져왔다. 그렇게 덤으로 얻은 녀석들만 자그마치 열 마리. 내가 산 두 마리까지 모두 열두 마리를 마당에서 길렀다.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기른 탓인지 정성이 깊은 이유인지 대부분의 병아리들이 큰 닭으로 성장했다. 병아리들을 기르는 동안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다. 친구들도 거의 매일 와서 병아리와 놀았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저녁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닭볶음탕을 상에 올리셨다. 난 닭고기를 다 먹고 날 때까지 그 닭이 어떤 닭인지 전혀 궁 금해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보다 쫄깃한 닭고기의 식감에 대한 기억만 가지고 잠자리에 들었을 뿐이다. 다음 날 아침, 책가방을 메고 평소처럼 마당에서 놀고 있는 닭들의 수를 세어 보았다.

‘한 마리가 적다. 그 한 마리가 내 뱃속에….’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처음 느껴본 기분이라 아직도 느낌이 생생하다. 어른이 된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개나리가 막 피어나던 봄날,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선생님, 교실에서 병아리 기르면 안 되나요?”

난 잠시 생각을 한 후, 답을 주었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구나. 마침 선생님도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활동을 찾으려고 고민하던 중이었거든.”

나처럼 어린 시절의 추억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기왕이면 병아리를 기르는 활동을 제대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화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병아리 부화 프로젝트가 어느덧 팔 년을 넘기고 있다. 그동안 병아리를 부화하고 기르면서 알게 된 노하우가 자녀와 함께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 아빠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적는다.

마트에서 파는 유정란(달걀)도 부화가 되는 걸까?

유정란을 부화하려면 우선 부화기가 필요하다.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온도와 습도 조절 및 전란(알을 굴리는 활동)까지 생각하면 시중에파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실 요즘은 만드는 것보다 완성품이 더 싼 것도 있다. 저렴한 부화기는 5~6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아이들과 처음 부화를 시작할 때는 3알짜리가 7만 원 정도였고, 20알짜리는 그보다 훨씬 비쌌다. 학급에서 부화를 하려면 적어도 20알 정도는 부화할 수 있는 부화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30만 원 중반대의 가격으로 20알짜리 부화기를 구입했다.

부화기가 준비되었다면 그 다음으로 유정란을 구해야 한다. 유정란을 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마트나 백화점에서 유정란을 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농장에서 판매하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농장에 직접 가서 사거나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농장에서 판매하는 유정란을 구입하면 된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파는 유정란도 농장에서 온 달걀들이지만 암탉이 낳은 지 며칠이 지났는지 알기가 어렵고, 냉장보관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부화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일반적으로 암탉이 알을 낳은 후, 7일이 지나지 않은 유정란이 부화율이 높다. 또, 유정란이 모두 수정이 된 알이면 좋겠지만 수정이 되지 않은 알들도 열에 한둘은 섞여 있다. 그런 이유는 농장에서 수탉과 수정을 하지 않고 암탉이 알을 낳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유정란의 입란 날짜와 이름을 적고 부화기에 쏘옥

알을 부화기에 넣기 전에 부화기의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학급에서 아이들과 입란 활동을 할 때, 연필로 달걀의 껍질에 입란 날짜와 이름을 적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더 애착을 가지고 부화 과정에 몰입하게 된다. 집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입란 과정을 진행하면 된다.
입란 시 부화기의 온도는 섭씨 37.7도로 설정하고, 습도는 55% 정도로 맞추어 준다. 부화가 진행된 후, 일주일이 지나면 검란을 통해 부화가 진행되지 않거나 도중에 멈춘 알들(부화중지란)을 골라내주어야 한다. 만일 이런 알들을 계속 방치하게 되면 부화중지란이 썩으면서 악취를 만들어내 부화기 안에 있는 다른 유정란의 성장을 방해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알들은 다른 알들의 원활한 부화를 위해 빼주는 것이 좋다. 부화를 시작한 지 17~18일이 경과하면 알 속이 공기주머니를 제외하고 온통 검게 보이는데 병아리의 몸이 알 안에 꽉 들어차서 밖으로 나갈 준비중이라는 신호이다. 이때는 부화기 내부의 온도를 37.2도로 내리고, 습도를 70~80%로 올려준다. 그리고 부화기의 전란 기능도 꺼주어야 한다. 곧 나올 병아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병아리는 모두 21일째 나오는 걸까?

일반적으로 21일이 되면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온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20알 정도를 부화해보면 19일째부터 하나둘씩 나온다. 그리고 21일이 지나 22일에 나오는 병아리도 있다. 부화의 진행속도가 빠른 경우도 있겠지만 일찍 나오는 병아리들 중 일부는 농장에서 하루 이틀 부화가 진행되다가 오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서 소개한다.

어느 날 병아리 부화를 2차까지 해서 경험이 풍부한 한 학생이 한 문제의 답을 못 찾겠다면서 문제집을 들고 왔다.

답지에는 정답이 ③번이라고 되어 있었다. 부화를 해보지 않고 단순히 지식만 배운 학생은 쉽게 ③번이라고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병아리를 부화해 본 이 학생은 19일부터 22일까지 병아리가 나오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쉽사리 정답을 적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병아리의 놀라운 본능

부화기 속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를 보고 있으면 그냥 깨고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을 깨는 모습을 인터벌모드로 촬영해서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병아리가 껍질의 한 곳만 깨는 것이 아니라 둥글게 돌아가면서 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껍질을 열고 나오는 힘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간에 알에서 나오려는 병아리의 놀라운 본능이다. 하지만 한 곳만 집요하게 깨는 녀석들도 있는데 이런 병아리들은 자의적으로 그렇게 깨는 것이 아니라 부화가 온전히 진행되지 않아 몸을 돌릴 수 없는 탓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녀석들은 대부분 알 속에서 운명을 다한다.
껍질을 깨고나온 병아리는 초치소한 24시간이상 부화기 안에 두어야 한다. 특히 더운 여름이아니면 만 이틀까지 넣어두는 것도 나쁘지않다. 부화하고 털이 말랐다고 병아리를 꺼내서 실온에 방치하게 되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죽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병아리들, 인공 파각

껍질을 깨다가 멈춘 녀석들을 그대로 두면 ‘사롱란’ 일명 ‘곤달걀’이 된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엔 이것도 귀한 것이라며 삶아 먹기도 했다고 하는데 웬만큼 비위가 좋지 않으면 먹기 힘들다.

여하튼 이런 곤달걀이 되기 직전의 녀석들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인공 파각이다. 인공 파각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껍질을 제거해주는 것을 말한다. 인공 파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각을 결정하는 시기이다. 만 스무하루가 지나면 살 확률이 거의 없다. 인공 파각은 주로 20일부터 나오려고 하는 녀석들 중 한쪽만 깨서 나오지 못하는 녀석들에게 시행해야 확률이 높다.

파각 중 피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위생상 라텍스 장갑을 끼는것이 좋다. 장갑을 낀 손으로 조심스럽게 바깥쪽을 향해 껍질을 조금씩 깨면서 벗겨주면 안에서 병아리가 작은 몸부림을 친다.

계속 껍질을 벗겨서 안에 있던 핏덩어리의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면 몸에 붙어 있는 막도 벗겨주고 탯줄도 떼어 내야 한다. 가끔 탈장이 된 녀석들도 있는데 이런 병아리들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하지만 탈장만 아니면 대부분 건강하게 잘 자란다.

인공 파각으로 태어난 병아리들은 몸이 완전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주로 다리에 힘이 없는 경우가 많다. 부화기 안에 그대로 주저 앉아 다리가 불구가 되기도 하는데 자세를 잡아주는 교정훈련이 필요하다. 교정훈련은 손으로 다리를 직접 교정해주는 활동과 탈지면 같은 것으로 둥지 모양을 만들어 주어 부화기 안에서 자세를 교정하는 방법이 있다.

두 가지를 모두 하면더 효과적이다. 교정이 잘 진행되면 이삼일 내로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되고, 일주일이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귀여운 병아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면

부화기에서 만 하루에서 이틀까지 보낸 병아리들은 육추기로 옮긴다. 육추기는 부화기에 비해 만들기가 수월하다. 아이들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번거롭다면 시중에 파는 것을 구입해도 좋다. 작은 것은 5만 원부터 큰 것은 10만 원까지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다. 육추기의 온도는 병아리들의 혈액순환을 위해 2주간 섭씨 37도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모이는 모이통에 담아두고 물통은 시중에 파는 조류용 물통을 사면 된다. 부화 후, 일주일간은 알갱이가 매우 작은 초이 사료를 주고 2주나 3주부터는 어린 병아리 사료를 주면 된다. 육추기에서 일주일 정도 자란 병아리들은 하루에 한두 시간씩 바깥바람을 쐬면서 적응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병아리를 기르면서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이 바로 이때다. 병아리와 함께 밖에서 놀며 아이들은 평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행복을 만끽한다. 병아리를 모래로 목욕도 시켜주고 지렁이도 잡아서 먹이로 주며 즐겁게 활동한다. 손이나 어깨에 올리며 노는 아이들도 있는데 병아리가 똥을 누는 것만 조심하면 꽤 괜찮은 활동이다.

이런 활동은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많은 도움을 준다. 비록 병아리가 반려동물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평소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도 병아리와는 잘 어울린다. 그리고 병아리가 매개가 되어 다른 아이들과 가까워지기도 한다.

병아리들과 헤어지는 것도 아름다워야…

아이들이 계속 병아리를 기르고 싶다고 교실이나 집에서 계속 기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똥냄새와 날리는 털, 그리고 닭 울음소리 등 매일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도 시골이 아니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른 병아리를 식용으로 활용하지 않는 한 어딘가로 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아이들의 마음도 가급적이면 다치지 않으면서 병아리들의 삶에도 문제가 없는 방법은 무얼까? 여기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친척집이나 주변에 있는 농장으로 병아리를 보내면 된다. 생각보다 병아리를 받아주는 농장은 가까운 곳에 많이 있다.

지금까지 연락을 해서 병아리를 거부한 농장을 만나보지 못했다. 또, 친척집 시골로 가지고 가는 아이들도 많았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닭을 기를 수 있는 친척집으로 보내서 지속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경우일지도 모른다. 또 가을에 알을 낳아서 유정란을 한 번쯤 보내줄 수 있는 곳도 나쁘지 않다. 이런 곳을 찾지 못할 경우 그저 병아리를 길러주기만 해도 감사한 곳으로 보내는 경우인데 이 경우도 병아리의 입장에서 불만은 없을 듯하다. 단지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아쉬울 뿐이지.

Tip | 아이와 함께 하는 병아리 프로젝트 활동

앞에서 말하지 못한 재미있는 활동 팁을 두 가지 안내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첫 번째 활동은 부화 전에 아이가 생각하고 있는 병아리의 모습을 그리게 하고, 부화한 후 직접 병아리를 보고 한 번 더 그리게 하는 활동이다. 상상한 것과 관찰한 것을 그리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이미지를 구상하는 힘과 사물을 관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두 번째 활동은 생명의 신비를 귀로 체험하는 활동이다. 부화를 시작한 지 20일 정도가 되면 병아리는 알 속에서 “삐약삐약” 소리를 낼 수 가 있다. 20일 전후로 부화기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어느 순간 병아리의 목소리를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알을 꺼내서 귀에 가까이 대어 주며 혀로 ‘똑똑’소리를 내면 병아리가 그 소리를 듣고 ‘삐약삐약’하고 대답할 것이다.

 
이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도 한 번 내 아이와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아빠, 아이와 해보면 좋겠지만…에 그치는 아빠, 그리고 세상에 이걸 어떻게…라고 생각하며 한숨만 쉬는 아빠 등 다양한 아빠들이 나올 수 있다. 나도 한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모든 아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피로에 지친 아빠들에게 지금 당장 해보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여유 있는 시간이 찾아왔을 때 한 번쯤 해봐도 좋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권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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