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광장김준래 | 통계의 창 객원기자

월드컵에는
어떤 흥미로운 통계가
숨어있을까?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아마 뜨거웠던 월드컵의 열기도 막을 내렸을 것이다. 자국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축구팬들의 뜨거운 열정이야 전 세계 어디나 똑같겠지만, 우리 국민에게 월드컵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변방에 불과했던 대한민국의 축구가 지난 2002년에 개최됐던 한·일 월드컵을 통해 주류(主流)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 모두가 목이 터져라 외쳤던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는 이제 전 세계인들도 사랑하는 전설적인 구호와 응원가가 되었고,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색의 물결은 전 세계인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감동의 드라마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월드컵 시즌만 되면 모든 국민들은 들뜬 기분으로 지내기 마련이다. 물론 이번에 열린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우리나라 국가대표님의 성적이 조금 아쉬웠지만 승부에 연연하다보면 월드컵의 참다운 재미를 놓치기 쉽다.

월드컵과 축구를 사랑하는 통계인의 한명으로서 월드컵에 얽힌 흥미로운 통계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월드컵 시작쯤에 살펴보는 통계를 통해 월드컵 결과를 다시 한 번 짚어보면 새로운 축구 보는 재미를 발견할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장 우승 확률이 높은 국가

우선 가장 관심이 가는 통계 수치는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우승 확률이 높은 국가는 어디냐는 점이다. 최근 스포츠 통계업체인 옵타(OPTA)가 발표한 월드컵 본선 32개국의 우승 확률을 살펴보면 브라질이 13.34%로 1위이고, 독일이 10.62%로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승패를 예측하여 돈을 거는 세계적 베팅 사이트들의 예상도 옵타의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예측 결과 역시 브라질과 독일의 배당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배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우승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브라질과 독일은 남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강호로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러시아 월드컵의 우승후보로 이들을 꼽고 있다.

브라질은 월드컵 최다 우승국이다. 지난 1958년 스웨덴에서 열린 월드컵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5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화려한 전력을 과시한다. 다만 약점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2002년 월드컵 우승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반면에 독일은 드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와 함께 4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려 최다 우승 공동 2위국이라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승 횟수는 브라질보다 한 번 더 적지만, 직전 대회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우승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브라질 대회에서 맞붙은 브라질과 독일전은 지금도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충격적 결과를 낳은 경기로 유명하다. 당시 준결승에서 독일과 만난 브라질은 우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7대 1로 참패를 당한 바 있다. 자신들의 안방에서 독일에게 굴욕을 당한 브라질로선 이번 러시아 월드컵이 과거의 빚을 갚을 기회가 되는 셈이다. 현재의 대진표만 놓고 보면 브라질과 독일은 결승이나 준결승에서 맞대결이 가능하다. 브라질과 독일 모두 조 1위로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16강부터 승승장구한다면 결승에서 두 나라는 만나게 된다. 반면에 두 나라 중 하나가 조 2위에 머문다면 우승후보 맞대결이 16강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우리나라의 러시아 월드컵 우승 확률은 얼마나 됐을까? 옵타의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우승 확률은 1.0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32개국 중 29위에 해당하는 순위다.

우리나라 뒤로는 0.87%의 튀니지와 0.81%의 파나마, 그리고 0.55%의 모로코 등이 거론됐는데,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나라는 11위의 일본으로서 2.15%의 우승 확률을 기록했다.

타이틀 수상자를 예상하는 것은 월드컵의 또 다른 재미

월드컵은 4년마다 세계 각국의 축구 강호들이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축구 대회다. 따라서 어느 나라가 우승하는지 만큼이나 선수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을 누가 수상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해 보는 것도 월드컵을 시청하는 또 다른 재미다.

우선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부트(Golden Boot)’는 공격수에게 있어 가장 영예로운 상이다. 월드컵 시작과 함께 제정된 골든부트는 가장 역사가 깊은 개인상이기도 하다.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프랑스의 쥐스텐 퐁텐 선수로서 1958년 대회에서 무려 13골을 기록했다.


반면에 야신상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골든글러브(Golden Glove)’는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골키퍼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였던 야신의 이름을 따서 지난 1994년에 제정됐다. 실점률과 슈팅 방어 횟수, 그리고 페널티킥 허용률 등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데, 지난 브라질 대회에서는 독일의 노이어 선수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또한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신인 선수에게 주는 상인 ‘베스트영플레이어(Best Young Player)’는 지난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 제정되었다. 첫 수상자는 축구 황제인 펠레이고, 가장 최근의 수상자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멋진 활약을 한 프랑스의 폴 포그바다.

마지막으로 1982년에 제정된 상으로 월드컵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MVP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Golden Ball)’은 기자단 투표로 선정된다. 투표에서 2등과 3등을 기록한 선수는 실버볼(Silver Ball)과 브론즈볼(Bronze Ball)을 나란히 수상하게 된다.

골든볼 수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역대급 스타들의 행진이라 할 만큼 화려함을 자랑한다. 1982년의 초대 수상자인 파울로 로시를 비롯하여 마라도나와 호나우두, 그리고 올리버 칸 및 지네딘 지단 등이 골든볼 수상자들이다.

독특한 점은 소속팀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골든볼을 수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인데, 지난 브라질 월드컵의 수상자인 아르헨티나의 메시도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결승전에서 독일에 패했지만, 예선부터 뛰어난 활약을 보인 관계로 메시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월드컵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강력한 킥

우승이나 개인상이 관심의 대상이지만, 월드컵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골대의 구석구석을 찌르는 선수들의 강력한 킥(kick)이라 할 수 있다. 킥은 공을 차는 위치와 기술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는데, 위치에 따른 구분으로는 프리킥과 코너킥, 그리고 페널티킥 등이 있고, 기술적으로는 회전킥과 무회전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치에 따른 킥 중에서 가장 통렬한 장면을 연출하는 킥으로는 단연 프리킥(free kick)이 꼽힌다.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상대 선수가 반칙을 했을 때 얻게 되는 프리킥은 축구 역사에 기록될만한 장면들을 많이 연출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브라질의 카를로스나 영국의 베컴 등이 유명하다. 이들의 프리킥은 상대 선수들이 아무리 수비벽을 쌓아도 공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한 채 골대를 향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영국 바스대학교의 스포츠과학센터 소속 연구진이 이들의 프리킥을 연구한 결과, 평균 22.8m 거리에서 16도의 각도로 찼을 때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의 속도는 시속 96~112km로 날아가며 1초에 10번 정도 회전할 때 가장 이상적인 프리킥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바스대의 관계자는 “프리킥을 찰 때 수비벽은 공으로부터 9.15m 이상 떨어진 곳에 쌓을 수 있는데, 공을 차는 선수에게 있어 그리 충분한 거리는 아니다”라고 밝히며 “따라서 적절한 각도와 속도를 유지해야만 이론적으로 프리킥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공식처럼 적용하여 훈련해야만 골을 넣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역 스타 선수들의 프리킥 실력은 어떨까? 축구통계 전문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whoscored.com)’에 따르면 호날두는 2015년 시즌 중 24차례의 프리킥 슈팅을 시도해 단 1골을 성공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프리킥 득점 성공률이 불과 4.2%에 그쳤고, 슈팅 정확도도 3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 같은 수치는 축구팬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이다. 호날두하면 골키퍼가 미처 손 쓸 틈을 주지 않고 골망을 흔드는 엄청난 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프리킥을 숱하게 실패하다가 어쩌다 한 번씩 성공시킨다는 사실을 아는 축구팬은 많지 않다.

반면에 페널티킥(penalty kick)의 경우는 페널티 지역 안에서 반칙이 일어났을 때 주어지는 킥이다.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주어지는 프리킥과 다른 점이라면, 수비벽을 쌓을 수 없고 오로지 골키퍼와 키커만이 대결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골키퍼나 키커에게 주어지는 심리적 압박감은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골대로부터 11m 떨어진 위치에서 벌어지는 페널티킥은 보통 0.4~0.5초 사이에 승부가 판가름 난다. 반면에 골대를 향해 날아오는 공을 보고 골키퍼가 반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0.6초 정도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만 놓고 보면 페널티킥은 키커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지만, 실제 성공률은 70~80% 정도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페널티킥이 단지 발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키커의 머리와 가슴이 함께 킥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키커의 컨디션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페널티킥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의 심리학자인 미하엘 바렐리(Michael Bareli) 박사도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축구에서의 페널티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다보면 심리학의 영역에 접어드는 경우를 볼 수있다”라고 전했다.

바렐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자신들의 주장이 실제로도 그런지를 확인하기 위해 총 286번의 페널티킥을 분석했다. 이론대로라면 키커가 골대안 위쪽 3분의 1 정도 되는 위치에 공을 찼을 경우는 무조건 골인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골대 안의 높은 쪽으로 차면 골키퍼가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쪽 위치로 공을 차는 것이 키커의 합리적 선택이지만, 실제로는 겨우 13%의 선수만이 높게 차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통계치가 나온 이유에 대하여 바렐리 박사는 “바로 실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낮게 차면 골키퍼에게 막힐 수 있겠지만 그건 무조건 선수의 책임이 아닌 반면에, 높게 찼다가 골대를 맞히거나 넘기는 건 명백한 선수의 실수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페널티킥이 주어졌을 때 통계치보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더 지배를 받는 경우는 골키퍼 역시도 마찬가지다. 바렐리 박사를 포함한 이스라엘 심리학자들이 311개의 페널티킥을 분석한 결과, 키커가 찬 공의 방향은 왼쪽과 가운데, 그리고 오른쪽이 평균적으로 비슷하게 나왔다.

하지만 골키퍼들은 무려 94%나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넘어지며 공을 잡으려고 시도했다. 정작 공은 똑같은 빈도로 날아오는데도 세 방향 중에서 가장 막기 쉬운 가운데를 포기하는 기묘한 행동을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페널티킥은 모순된 행동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높게 공을 차면 골대로 들어간다는 걸 알지만 무서워서 차지 못하는 키커와 킥을 하는 것을 보고 뛰는 게 최적의 선택임을 알지만 무서워서 먼저 옆으로 뛰는 골키퍼 등이 모두 다 모순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페널티킥을 살얼음이 얼어있는 얼음판으로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통은 승부의 주인공을 키커와 골키퍼 단 둘로 간주하지만 숨어 있는 통계치를 들여다보면 제 3자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우리처럼 공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축구팬들이 통계치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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