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탐구이강봉 | 통계의창 객원기자

블록체인
역사 ‘10년’을 진단한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만든 「비트코인」

10년 전인 2008년 미국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안일한 상태에서 이익에만 열을 올리던 당시 금융 전문가들은 세계를 강타한 이런 돌발 사태를 사전에 예상치 못한 데 대해 큰 비난을 받으며, 스스로 자책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中本哲史)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빠르게 진전되는 온라인 추세에 맞춰 갈수록 기능이 떨어지는 달러화 등 법정통화(legal tender)를 대신할 온라인상의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을 만들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용어다. 가명의 개발자는 이 디지털 화폐를 만들기 위해 암호화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그리고 개인과 개인이 서로 금융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P2P 분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거래를 할 수 있는 기술 환경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주목했다.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블록체인(blockchain)에서 블록(block)이란 블록체인 특유의 제 3자가 참여하지 않는 당사자 간의 거래 기록을 말한다. 이 블록과 같은 거래기록들이 쌓여 있으면서 사슬(chain)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고 해서 블록+체인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를 창안한 나카모토 사토시는 이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해 다른 곳으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P2P(개인과 개인) 당사자들끼리의 자유로운 거래를 실현하고자 했다. 이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루어진 금융 거래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은행의 기본 업무는 저축을 받아서 그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저축 상품과 대출 상품이 등장하고, 사람들은 상품을 선택한 후 통장이라는 거래 장부를 발급 받게 된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모든 업무가 은행권으로부터 감독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과 은행과의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 전체 은행이 공유하고 있는 개인의 신용 정보를 들여다보고 개인의 재력, 능력 등을 감안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거래가 승인되는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다음 거래를 할 때도 유사한 절차가 진행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개인이 수행하고 있는 모든 거래에 대한 정보를 은행권에서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 개인도 모르는 신용정보를 은행 측에서 공표해 개인 거래자를 당혹케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반면 블록체인에서는 개인이 축적해놓은 모든 거래정보를 거래 참여자가 모두 공유하게 된다. 이전까지 이루어진 모든 거래 정보가 담긴 암호화된 거래 장부가 은행이 아니라 거래자 모두에게 주어지는데 이 장부를 ‘공공 거래장부’라고 한다. 은행에 주어지는 감독 권한이 거래자 각자에게 주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거래장부에서 발생한 또 다른 거래정보들은 거래정보가 쌓여 있는 블록체인 창고에 다시 축적된다. 더 늘어난 정보들은 또 다시 ‘공공 거래장부’에 추가되고 거래자들은 이 암호화된 거래 장부를 기반으로 새로운 P2P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주목 받는 이유

1990년대 이 블록체인 시스템을 지켜본 금융인들은 이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기존 금융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이들이 블록체인에 매료된 첫 번째 이유가 위력적인 보안 능력이다. 그동안 금융가에서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해킹, 도난사고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공공 거래장부’ 방식을 도입할 경우 위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수시로 거래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공공 거래장부’를 위조하는 일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 누가 장부를 위조해 거래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거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위조자가 갖고 있는 ‘공공 거래장부’의 내용이 컴퓨터로 연결된 다른 거래자들의 거래장부와 절반 이상 일치해야 한다. 위조를 가능하게 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수준의 연산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해시(hash)와 같은 위조방지를 위한 고도의 첨단 기술을 돌파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IT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해킹, 위조 문제를 해결할 경우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나중 문제다. 어느 국가, 지역이든 금융 비즈니스를 확대해나갈 수 있다. 뉴욕, 런던 등 주요 금융시장의 금융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통해 은행 감독 없이 자율적인 금융거래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JP모건,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등 50여 개에 달하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금융시스템 개발업체인 ‘R3CEV’를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막대한 자금을 블록체인에 쏟아 붓고 있는 중이다.

미래 산업혁신을 위한 중심 주제로 떠오른 블록체인 기술

올해 들어서는 블록체인이 미래 산업혁신을 위한 중심 주제로 떠올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교수는 비트코인을 ‘이기적인 통화’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향후 금융가를 바꾸어놓을 ‘중요한 핀테크 기술’이라며 그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 역시 “전 세계 은행 가운데 80%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것”이며, “2025년에는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10%가 블록체인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는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술에 버금가는 규모다. EU(유럽연합)는 지난 4월 ‘디지털 데이’를 맞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22개 회원국들이 블록체인 개발을 위한 상호협약을 체결했다. EU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회원국들이 기술 및 규약을 공유하고, 미래 블록체인 도입을 준비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DSM(Digital Single Market)’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독자적으로 블록체인을 시도할 수있는 단일 시장을 구축해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교차되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금융 시스템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EC의 안드루스 안시프(Andrus Ansip) 부회장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직전 연설을 통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가상화폐 실험을 위해 유럽이 가장 알맞은 적소이며, 이 실험을 통해 유럽이 블록체인 선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주목할 점은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교육, 의료, 환경, 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

기존의 선거방식을 보면 투표자들은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 통제기관으로부터 신분 확인을 받아야 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투표자 신분 확인을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으나 투표함 관리, 온라인 선거 등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스타트업인 ‘팔로우 마이 보트(Follow My Vote)’에서 블록체인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분산 네트워크를 활용해 온라인상에서 특정 선거구를 세밀하게 관리하면서 안전하고 선명한 선거를 수행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전력·음반·헬스케어 분야에서 블록체인 도입

전력(power generation)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활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넓은 국토를 지니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전력 수송을 위해 전기 공급자와 수요자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전력회사들은 현재 이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도입할 경우 중앙 통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아도 지역별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적정 관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가정·기업 등에서 (태양집열판 등을 통해 자체 생산해) 남는 전력을 인근 지역에 적정 가격에 되파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주장이다.

‘스마트 그리드’를 더세분화해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에서는 ‘Lo3 에너지(Lo3 Energy)’란 스타트업이 설계한 ‘브루클린 마이크로 그리드(Brooklyn Micro Grid)’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50여 개의 가정 및 기업체가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음반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이 검토되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모든 음반은 ‘스포티파이(Spotify)’, ‘애플(Apple)’과 같은 글로벌 음반 스트리밍 업체에 의해 통제돼 왔다. 음악을 생산하는 작곡자, 가수 등은 이들 음반회사에 모든 권한을 위임해야 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도입할 경우 대형 스트리밍 업체 대신 자곡자, 가수 등이 직접 스트리밍 서비스를 수행하면서 네티즌 등과 음반을 직접 사고 팔 수 있다. 실제로 ‘보이스(Voice)’란 블록체인 음반 시스템이 등장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대형 음반사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 작곡자, 가수, 음반 구입자가 실 가격에 음반을 거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공룡기업들이 지배해온 음반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MIT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 ‘메드렉(MedRec)’이란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의사와 환자간에 발생하는 의료기록을 중앙통제 없이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 또한 헬스케어 기기 등을 통해 수시로 발생하는 의료정보들을 환자와 의사가 긴밀하게 공유할 수 있다. 관계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의료 시스템 전반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대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활용

공공기관 등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자금관리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UN이 집행하는 개발자금 가운데 약 30%가 부패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고 개탄한 바 있다. 이후 UN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금관리 시스템을 도입, 자금손실을 방지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UN 세계식량계획(WFP)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통해 시리아 난민을 위해 가상화폐를 지불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국제학술지 논문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특집기사를 통해 과학계에서 새로운 블록체인 활용방안이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경우 연구 활동과 관련, 다양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 일부 과학자들은 화폐 대신 학술논문과 같은 데이터를 거래할 경우 데이터 보안은 물론 데이터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런던의 기술개발업체인 ‘디지털 사이언스(Digital Science)’의 특수 프로젝트 책임자 요리스 판 로섬(Joris van Rossum) 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논문 작성자의 신뢰도를 쌓아나가는 것은 물론 보다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사이언스 루트’, ‘플루토’ 등 개발업체들 역시 과학논문 소통에 이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대학원 등을 통해 발표되고 있는 논문을 관리하는 일 역시 수월해질 수 있다. 그밖에 대학, 연구소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학술자료들을 서로 열람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운영하듯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존의 학교 재정관리 등 다른 부문에서도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다며, EU 전체 차원에서 교육 당국과 블록체인 전문가들 간의 협의를 통해 새로운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교육분야에서도 활용

블록체인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가 발표한 보고서는 기존 교육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할 경우 교육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기록용 종이 인쇄물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교에서 작성하고 있는 개인적인 학습 및 성적에 대한 기록, 교사의 다양한 커리큘럼, 대학의 학사·석사·박사 학위증, 기타 각종 교육수료증에 이르기까지 보안 처리가 가능해 분실 위험 없이 안전에게 관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광고분야에서도 활용

광고에도 블록체인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 인터넷광고협의회인 IAB는 최근 ‘비디오 광고를 위한 블록체인(Blockchain for Video Advertising)’ 제목의 백서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비디오를 활용한 디지털 광고에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전까지 디지털 광고는 호스트에서 여러 곳으로 광고를 확산시키는 중앙집권화된 전송 방식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피어투피어 네트워크(Peer-to-Peer Network) 방식의 분산적 전송방식이 가능해졌다는 것. 실제로 최근 광고업계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더 많은 광고를 전송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자카드 사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는 1초 동안 무려 2만 4000여 건의 광고를 전송할 수 있었다. 이는 금융가에서 시도하고 있는 암호통화처럼 실시간으로 수많은 광고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전문가들은 초당 수십만 건의 광고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2.0에서 3.0 시대로 진입

블록체인 과학연구소 설립자인 멜라니 스완(Melanie Swan)에 따르면 블록체인의 진화 패러다임을 크게 3단계로 나누고 있다. ‘블록체인 1.0’ 단계는 디지털 화폐다. 비트코인을 통화, 화폐로서 활용하는 단계를 말한다. 그러나 금융 등 한정적인 분야에서만 활용되고 있는데 낮은 확장성, 느린 거래 속도 등이 거래의 불편함을 유발하는 등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최근 기술발전은 이 1.0 단계를 손쉽게 넘어서는 분위기다. 멜라니 스완 소장은 금융과 경제 산업 전반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블록체인 2.0’ 단계로 왔다고 보고 있다. 개인이 3자의 개입 없이 다양한 정보를 빠른 속도로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속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플랫내 자체 의사결정 기능의 미비하고, 하드포크 발생 이슈나 블록의 트랜잭션 용량 제한, 처리 속도 지연 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스완 소장은 마지막 ‘블록체인 3.0’ 단계를 말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 전반에 적용되는 상황을 말한다. 지금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블록체인이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적용하는 단계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처리시간 지연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분산장부관리 기술, 블록체인 내의 자체 의사결정 합의 기능, 그리고 실시간 전송 용량 등 시간을 지연해왔던 요인들을 해결해야할 과제가 남아 있다. ‘블록체인 3.0’에 이르면 사회 전반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고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사회 전체에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거버넌스 역할이 축소되고, 대신 사회 구성원 모두에 의한 완전한 신뢰, 실시간 감시, 철저한 보안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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