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광장구자룡 | 밸류바인 대표

빅데이터 시대, 스몰데이터를 주목하자!


데이터는 양, 기술이 아닌
마인드다

변화를 감지하는 스몰데이터

늦가을 속리산 문장대에서 40대 여성 등산객들을 많이 만났다. 문장대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서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니 등산객도 만났다. 여기는 해발 1000미터 정도이고 이날은 월요일이었다. 그리고 최소 6시간 이상 등산을 해야 하는 곳이다. 등산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주요 산에는 주말마다 수많은 등산객들로 넘쳐 나는 현상은 오래전에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동네 뒷산이나 둘레길에서 자주보았던 광경을 깊고 높은 산에서 마주치니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떤 현상의 단서가 될 수 있을까? 트렌드는 어떤 현상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보면 이미 메가트렌드가 된 현상, 즉 빅데이터로 증명이 되는 현상도 중요하다. 그러나 마케팅과 경영 차원에서 본다면 메가트렌드를 보고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드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아울러 기존 사업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는 데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체로 어떤 트렌드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메가트렌드가 되면서 시장이 커지고 사업적으로 성장을 한다. 문제는 안정화된 이후 새로운 변화를 읽어내지 못할 때 위기 상황이 온다. 데이터가 필요한 순간은 바로 이런 새로운 변화를 알고 싶을 때다.
데이터는 어떤 현상의 단편을 포착하여 수치화 혹은 기호화한 것이다. 좋은 데이터는 자유롭게 변환되고 활용되어 어떤 현상이나 결과를 유추할 수 있는 데이터다. 데이터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수집하여 일정한 형태로 테이블을 만들고 체계적인 분석 과정을 거치면 설명력이 높은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앞의 등산객 데이터는 관찰을 통해 인지한 상황이다. 단 한 번의 관찰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만약 평일, 중년 여성, 등산이라는 키워드에서 통찰을 얻고자 한다면 이런 상황에 대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바로 스몰데이터(Small Data)에서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혁신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문제를 인식하고 확인하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량의 데이터를 일반적으로 스몰데이터라고 한다. 최소한의 데이터만을 수집해서 사용해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통찰을 줄 수 있다면 굳이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소량의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기 때문에 작업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도 있다.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양이 대규모이고, 데이터의 종류가 다양하고, 수집된 데이터가 정확하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수집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스몰데이터는 몸짓, 습관, 호감, 비호감, 망설임, 말투, 장식, 암호 등 한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인터뷰(좌담회)를 하거나 설문조사(servey)를 통해 수집할 수 있다. 또한 고객의 소리(VOC) 데이터, 품질 데이터, 거래 데이터 등과 같이 별도로 수집하지 않더라도 전산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는 데이터들도 있다.

스몰데이터로 통찰하기

스몰데이터를 사용하여 경영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브랜드 전문가인 마틴 린드스트롬은 레고의 고객이었던 열한 살의 독일 소년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단서를 포착했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을 통해 레고의 위기상황을 극복했었다고 한다. 레고는 2003년 초에 전년도 대비 30% 매출이 감소했고, 2004년에도 매출 10%가 감소하는 위기를 맞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정말로 레고를 돋보이게 하는가?’라는 연구 과제를 설정했다. 그리고 “가장 자랑스러운 물건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독일의 한 소년은 한쪽 면이 울퉁불퉁하게 닳고 낡은 아디다스 운동화 한 켤레를 방안에서 들고 나왔다. 그 소년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이 운동화는 나에게 우승컵이자 금메달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짧은 순간에 낡은 스케이트보드화를 보면서 그 소년이 바라는 것은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시도하여 최고의 기술을 통달한 다음 얻게 될 사회적 명성이라는 점을 포착했다. 굳이 레고에 바라는 점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동안 레고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되었다.
레고는 타깃고객들인 밀레니얼 세대들이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도록 크고 쉬운 블록을 만들었다. 고객들이 기대하는 최고의 명성을 레고 블록은 무시했었던 것이다.
레고는 이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핵심 제품에 다시 집중하여 블록크기를 원래대로 돌렸다(back the brick 전략). 블록의 크기를 더 줄이고, 더 정교하게 하고, 난이도를 더 높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조립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후 10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5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아울러 최대 완구업체인 마텔사의 매출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오래전부터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필수품이 된 냉장고를 사용하면서 어떤 불편을 겪은 적이 있는가? 대체로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면서 특별히 불편하지 않은 이상 불편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설문조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고객의 사용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제품을 개선하거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


2012년 삼성전자는 설문조사를 통해 사용자들의 하루 평균 냉장실 사용 빈도가 81%이고, 냉동실 사용 빈도가 19%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한국 여성의 평균 허리 높이가 85cm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실은 조사를 하지 않아도 대체로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이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조사 결과에서 어떤 통찰을 할 수 있을까?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특히 기존 제품의 사용 환경에 익숙해지면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그것이 불편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마케터가 이상한(불편한) 점을 감지한 다음 그 속에서 통찰을 얻고 이를 개선한 신제품을 시장에 내 놓았을 때 내가 원했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느낀다.


실제 사용자 관점에서 보면 사용 빈도가 절대적으로 많은 냉장실이 아래쪽에 배치되어 있어 허리를 굽혀가며 불편하게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 불편을 인지하지 못했고, 개선을 요청하지도 못했다.
삼성전자에서 신제품으로 ‘지펠 T9000’을 2012년 출시하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은 불편한지도 몰랐던 것이다. 소비자들의 사용패턴에 맞춘 ‘와이드 상냉장-서랍식 하냉동’으로 구조를 바꾼 T타입 냉장고는 출시 한 달 만에 1만 대를 판매하고, 이후 월 평균 1만 대씩 판매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도 이제는 상냉장-하냉동 방식으로 냉장고를 만들고 있다.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스몰데이터에서도 마케터가 어떤 감지와 통찰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몰데이터 분석 방법

숨어 있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수집한 스몰데이터에서 시장의 변화를 읽어낼 단서를 찾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통찰하는 분석 방법을 스몰마이닝(small mining)이라고 한다. 스몰마이닝은 사업과 마케팅의 근간이 되는 잠재적이고 표현되지 않은 욕구를 발견하여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혁신하거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할 때 유용한 분석 방법이다. 스몰마이닝은 먼저 문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에서 단서를 찾고, 찾은 단서를 서로 연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변수와 변수 간의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고객의 욕망(보상)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앞에서 예시한 평일에 높은 산을 등산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주말을 피해 평일에 등산 온 이유, 여성들끼리등산 온 이유, 등산과 여가, 등산과 건강, 여성과 우울증, 여성과 요실금, 여성과 갱년기, 등산과 갱년기, 등산과 산행음식 등 등산과 관련된 변수들을 통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장시간 등산을 하는 경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행동식(점심)이다. 보통은 집에서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구입하기도 하는데 일행들과 함께 먹을 때 눈치를 보게 된다. 심리적 부담이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남성들은 군대에서 전투식량을 접해보았지만 이런 경험이 없는 여성들은 원터치 전투식량을 마냥 신기해하는 것을 보았다. 다음에 우리도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인증사진을 찍어 갔다. 그만큼 고통이 있었다는 하나의 단서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해결되지 않은 고통을 해결함으로써 고객의 욕망, 즉 보상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콘셉트를 정리한 다음 실행해야 한다. 실행으로옮겨지지 않은 분석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레고의 위기극복이나 삼성전자의 냉장고 혁신은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겼기 때문에 결실을 맺었다. 새로운 사업이나 새로운 가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창출된다.

데이터는 기술보다 마인드다

데이터는 복잡다단한 현상에 대한 바르고 정확한 지식을 얻고, 이를 지렛대 삼아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으로 하나의 렌즈와 같다. 어떤 관점으로 렌즈를 통해 사물을 들여다보느냐의 문제이지 데이터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스몰데이터이든 빅데이터이든 데이터를 통해 현상을 파악하고 제대로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때 데이터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따라서 데이터는 양과 기술이 아니라, 마인드다.
데이터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잇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스몰데이터로도 필요로 하는 시장의 변화를 감지(sensing)하고 통찰(insight)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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