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광장윤건 | 한국행정연구원 행정관리연구실 부연구위원

증거를 통하여
정책을 세워라

정책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오늘날 정책 수행에서 통계는 핵심이 되어 가고 있다. 경제, 복지, 교육, 환경, 국방, 외교 등 어느 정책 분야의 경우에도 통계가 활용되지 않는 영역은 없다. 정확한 통계 없이 정책을 수행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입법자들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화되기 어렵다.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행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정확한 통계가 없으면 평가하기도 어렵다. 어떠한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 그것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통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고도로 합리화, 민주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주화된 체제에서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며, 설득을 위해서는 정책이 합리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가 기초하는 것은 합리적 정책 과정에서 기본이 된다.

정책을 집행·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계를 구비하라

통계기반정책평가제도는 말 그대로 정책이 통계에 기초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2007년 6월 19일 노무현 정부에서 발표된 “사회통계 발전을 위한 국가통계혁신계획”에서 시작된 것으로 통계와 정책 간 연계 강화를 통해 과학적 정책수립 체계를 확립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같은 해 10월 23일 통계법 시행령에 규정되고, 2012년에는 통계법에 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통계법 제12조의2 제1항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법령 제·개정을 통해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 정책과 제도의 중요 사항을 변경하려면 해당 정책과 제도의 집행·평가에 적합한 통계 구비 여부 등에 대한 평가를 통계청장에게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증거기반정책은 과학적 증거에 기초한 정책

통계기반정책평가제도의 도입은 증거기반정책(evidence-based policy)이라는 정책학의 한 흐름을 반영한다. 증거기반정책은 과학적 증거(scientific evidence)에 기초한 정책을 강조한다. 정책이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나 집단의 이데올로기나 편견에 기초하는 것을 비판하고, 경험적으로 검증하여 타당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증거의 질을 강조하는데 미국 대통령실관리예산처(the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는 엄밀성, 적실성, 신뢰성과 독립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제시한다. 방법론이 엄밀할 것, 현실적용 가능성이 있을 것, 외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을 것, 과정이 투명하고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증거기반정책은 미국과 영국 등 영미계 국가에서 특히 중시되고 있다. 미국은 정책 과정에서 실험적 방법을 중시해왔고, 오바마정부는 2014년 증거기반정책위원회법(Evidence-Based Policymakin Commission Art)을 제정하기도 했다.
영국은 블레어정부 이후 증거기반정책을 강조하면서, 현재 ADRN(Administrative Data Research Network)이라는 행정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자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기반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증거기반정책의 성공조건

이러한 증거기반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증거의 질은 기본이고, 정책 참여자의 협력이 필요하고 정치이념이 실용주의에 입각해 있어야 하며, 증거제출이 법제화되어 있어야 하고, 정책담당자가 증거를 신뢰하며 증거기반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증거기반정책은 운영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한계에 직면하기도 한다. 합리적 증거만을 강조하면서 이념이나 규범이 무시될 수 있고, 분석가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이해관계자 참여가 소홀히 될 수 있다. 정책과 연구 간 시계 불일치 문제는 심각하다. 정책의 시계가 너무 짧은 것이다.
특히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적용에 한계가 있으며, 충분한 정도의 증거의 양과 질을 확보하는 것 역시 용이하지 않다. 이러한 증거기반정책의 맥락은 우리나라의 통계기반정책평가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통계기반정책평가 제도의 현황

통계기반정책평가제도는 2008년 제도 시행 이후 10년이 지나고 있다. 통계기반정책평가제도에 따라 심사된 건수는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간 총 11,421건이다. 이중 실질평가건수1)는 3,270건으로 28.6% 정도이고, 이 중 412건은 통계개발/개선, 나머지 2,858건은 통계지표 활용 권고였다.
또한 통계개발/개선 권고에 대하여 이행점검을 실시하고 있는데, 2017년까지 81.7% 정도의 지표가 완료된 것으로 나타나고, 실제 지표 개발까지는 약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다.

1) 통계기반정책평가제도는 절차상 예비평가와 실질평가로 구분되며, 예비평가에서는 법령상 통계기반정책평가가 필요한 정책이 포함되어 있는지, 즉 실질평가의 필요성이 있는지를 평가하고, 실질평가에서는 실제 정책의 집행/평가에 필요한 통계지표를 구비하고 있는지, 개발/개선계획은 타당한지를 평가한다.

통계기반정책평가 발전을 위해 극복해야 할 한계점

이와 같이 통계기반정책평가제는 양적인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기반정책평가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첫째, 통계심사의 정책전문성 문제다. 정책에 활용되는 적실성 있는 통계지표를 제안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통계청은 통계전문성은 높지만 정책전문성은 낮다. 따라서 정책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법령 심사라는 한계다. 법령 제·개정 시에 적용되므로 입법예고기간까지 결과를 통보해주어야 한다. 지난 2011년에서 2016년까지 6년간 예비평가 기간은 4.9일, 실질평가 기간은 6.4일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으로는 정책을 심도 깊게 이해하고 실질적인 통계지표 권고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셋째, 부처의 만족도를 높이는 문제다. 이는 제도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통계지표는 부처의 정책 합리성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는 중장기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단기적으로는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하나의 불필요한 절차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도 시행 10년이 되면서 부처의 통계마인드가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기대치가 더 높아질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만족을 높이는 것 역시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통계기반정책평가 발전 방향

통계기반정책평가제도의 발전을 위해서 다음 세 가지 방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정책전문성 제고를 위해 정책 영역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책전문성과 통계전문성을 모두 가지는 국책연구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책전문성을 높이려면 분야별 정책전문가의 채용을 확대하거나 담당 인력의 교육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전 법령심사에서 사후 정책평가로의 큰 방향 전환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의 법령심사는 정책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발전시켜 나가되, 추가적으로 사후적인 정책평가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과 관련된 통계지표를 생산하는 다양한 제도 및 행위자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업무평가기본법상 정부업무평가제도에서는 각 부처가 성과관리시행계획상 정량지표를 제시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 통계기반정책평가제도와 연계될 필요가 있다. 통계개발원의 정책 분야 통계지표 개발과도 연계되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정책 관련 통계지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필요하다.
셋째, 부처 만족도를 제고하는 것이다. 부처 입장에서는 통계지표에 대한 권고뿐만 아니라 실제 개발 과정에서의 일정한 역할을 기대한다.
통계지표의 생산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통계예산이 확보되지 못하면 정책의 집행과 평가에 필요한 통계지표 역시 생산할 수 없다. 따라서 통계예산 확보 과정에서 통계청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한 현재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승인제도, 통계품질관리제도와도 연계가 필요하다. 부처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one-stop-service)가 가능하도록 운영될 필요가 있다.

(35220) 대전광역시 서구 한밭대로 713(월평동) 통계센터 통계교육원 | E-mail : stimaster@korea.kr
Copyright(c)2014 Staticstis Training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