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광장김준래 | 통계의창 객원기자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
에스토니아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가장 잘 대비하고 있는 국가는 어디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을 꼽겠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열의 아홉은 ‘에스토니아(Estonia)’를 꼽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에스토니아? 이름조차 생소한 국가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그러나 한걸음만 더 들어가 보면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 나라는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중이다.

에스토니아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2% 수준이고, 국토 면적도 우리나라의 절반에 불과한 조그마한 북유럽의 국가다. 그렇다고 다른 북유럽 국가들처럼 잘 사는 나라도 아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 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서, 세계 40위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에스토니아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유럽에서 창업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국가’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의 경제자유지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조세 경쟁력, 그리고 세계은행(IBRD)의 디지털 국가인덱스 지수 등에서 모두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모두가 알아주는 수출 품목이나 지하자원 하나 없는 이 나라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선도 국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에스토니아가 자랑하는 ‘전자정부(e-Government)’ 시스템 덕분이다.

에스토니아가 자랑하는 전자정부 시스템

에스토니아는 지난 1991년 독립 당시, 국토 면적에 비해 부족한 관공서를 새로 짓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자금 조달과 관련하여 어려움에 직면하자, 건물을 짓는 것을 최소화하는 대신 디지털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처음 시작은 독립 이후 확보한 정보와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것이었다. 다만 비용과 IT 인프라가 부족했던 에스토니아 정부는 중앙집권적 DB를 만들 수가 없어서 지방정부와 민간이 각자의 DB를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들 DB를 연결해주는 엑스로드(X-Road) 프로젝트를 2001년부터 시행했는데, 이 엑스로드 시스템을 발판으로 에스토니아 전자정부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엑스로드 프로젝트의 핵심전략은 ‘지속가능한 정부 운영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의 극대화’였다. 이를 위해 에스토니아 정부는 20여 년에 달하는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등, 전자 정부의 밑그림을 그려 나갔다.
그 결과, 오는 2020년까지 중장기 전략을 마련한 에스토니아 정부는 전자정부의 골격을 크게 ‘납세(e-Tax)’와 ‘보건(e-Health)’, 그리고 ‘선거(e-Voting)’ 및 ‘거주(e-Residency)’ 시스템 등으로 구분했다.



e-Tax 시스템

첫째로 e-Tax 시스템은 납세자에 대한 과세 및 환급을 지원하는 전자세금신고시스템으로서, 에스토니아인들은 모든 세금신고 중 약 95%를 e-Tax 시스템으로 납부하고 있다.
특히 납부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3분 정도가 소요되므로 절차상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납세 의무는 에스토니아에 최소 183일 이상 연속으로 거주했을 경우 부여된다. 또한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영주권을 소지한 사람에 의해 등록된 법인은 세법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되는데, 비즈니스가 외국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이중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Tax 시스템의 특징 중 하나는 ‘원클릭 세금 환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환급은 물론, 주류나 담배 등에 포함되어 있는 포장소비세 등의 환급까지 한 번에 처리가 가능하다. 납세자는 보안 ID를 사용하여 로그인 한 다음,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사전 양식에 자동으로 채워진 데이터를 검토한 후 신고 양식을 승인하면 끝난다. 기존에 이미 수집되었던 데이터는 납세자에게 다시 요구하지 않고 자동으로 양식에 표시되며,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에만 납세자가 해당 부분에 대한 변경 작업을 수행 후 신고 양식을 승인하면 된다.



e-Health 시스템

두 번째로는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e-Health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헬스케어에 디지털 솔루션을 적용하여 보다 유연한 시스템을 구현하고, 효율적인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하여 의료비를 절감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들의 건강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도입되었다.
e-Health 시스템은 전자 건강기록(Electric Health Record)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 도입된 이후로 국민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하여 추가하고 있는 중이다. 전자 건강기록을 통해 확보한 환자들의 데이터를 통합하여 이를 표준 형식으로 제공함으로써 의사와 환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의사는 응급 상황 발생 시, e-Health 시스템을 이용하여 환자의 혈액형이나 앓고 있는 질병과 같이 중요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또한 환자는 e-Health 시스템이 제공하는 환자를 위한 포털에 접속하여 자신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e-Health 시스템은 질병 발생과 관련한 다양한 통계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질병이 발생하게 되면, 보건 당국은 시스템을 가동하여 환자들의 추세를 파악한 뒤 전염병을 추적할 수 있다.
e-Health 시스템이 환자들의 데이터로 가동되는 만큼, 개인정보를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 보안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위해 에스토니아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이웃 국가인 핀란드나 스웨덴 등에 보건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여 양국 국민들은 어느 곳에 있든지 자신의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처방전을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e-Voting 시스템

전자정부의 세번째 축인 e-Voting 시스템은 유권자의 물리적 위치나 연결된 디바이스와 관계없이 인터넷에 연결만 되어 있다면 간단하고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자 투표 솔루션이 핵심 인프라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지난 2005년에 처음 e-Voting 시스템을 사용하여 지방 선거를 치루었고, 2년 후인 2007년에는 의회 선거에도 적용하면서 효과적 투표 시스템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는 ID카드나 모바일 ID로 e-Voting 시스템에 접속한 후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유권자의 신분은 투표 전 선거관리위원회에 도달하기 때문에 익명성을 보장받게 된다.
e-Voting 시스템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재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투표 첫날 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남은 투표 기간 사이에 생각이 변했다면, 언제든지 e-Voting 시스템에 접속하여 재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맨 마지막에 투표한 것만이 결과에 반영되므로 중복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e-Residency 시스템

마지막으로 전자정부의 네 번째 중심축인 e-Residency 시스템은 전 세계 누구든지 온라인에서 발급 받을 수 있는 전자영주권이다. 200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발급받은 ID카드에 접속하여 PIN 번호를 입력하면 계좌개설부터 시작하여 법인설립, 그리고 인터넷 뱅킹 및 결제 등을 포함한 각종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하다.
이 같은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이유는 EU 환경에서의 비즈니스와 에스토니아가 제공하는 디지털 서비스의 수혜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e-Residency 시스템이 제공하는 전자영주권은 디지털 선도국가를 목표로 하는 에스토니아의 전략 방안 중 가장 핵심적 사항이다. 온라인상에서 가상의 영주권을 주고, 에스토니아가 만들어 놓은 사이버 영토에서 바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전자정부의 핵심은 전자영주권 제도

에스토니아의 전자영주권 제도는 지난 2014년에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167개국에서 약 4만 8천명의 사람들이 전자영주권을 발급받았으며, 이와 관련되어 설립된 법인은 6천여 개가 넘는다. 현재 에스토니아는 전자영주권 신청 및 발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통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는 전자영주권 신청 현황 및 자료가 한눈에 보기 쉽게 시각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계 사이트 검토 결과, 에스토니아의 전자영주권은 핀란드와 러시아의 남성들이 많이 신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목적은 41%가 법인 설립이었고, 사업 분야는 컨설팅과 SW 관련 분야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자영주권을 발급받은 사이버 영주권자들은 에스토니아 정부가 보증하는 보안 디지털ID 시스템과 e-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에스토니아 국민은 물론, 에스토니아 국적을 신청한 사람이나 EU를 무대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매년 1만 개가 넘는 기업이 창업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온라인으로 에스토니아 정부의 모든 전자행정 서비스는 물론, 현지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EU에 속한 국가에서 법인을 설립하거나 계좌를 설립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의 전자영주권과 설립 제반 조건만 충족되면 불과 20분 만에 법인 설립을 할 수 있다. EU에서 이렇게 빠르고 간편하게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에스토니아뿐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EU에서 법인 설립을 하려는 이유는 크게 ‘시장 진입’과 ‘투자 가능성’ 때문이다. EU라는 안정적이면서도 거대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쉬워지는 것은 물론, EU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혜택과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에스토니아에서는 매년 1만 개가 넘는 기업이 새로 문을 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200여 개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IT를 접목한 스타트업들인데, 초기 투자 단계를 넘기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 수만 2016년 말 기준으로 413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10만 명 당 31개로서, 5개인 유럽 전체의 평균 스타트업 숫자보다 6배 이상 많은 숫자다. 범위를 좁혀 영국과 독일 같은 선진국과 비교하더라도 각각 15개와 8개로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글로벌 자금도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에는 70억원이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10년 뒤인 2016년에는 약 1,320억 원으로서 무려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에스토니아의 전자영주권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영주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국가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전자영주권을 받았고, 이어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빌게이츠 회장도 전자영주권을 받아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에스토니아는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잘 보여주는 나라”라고 평가하면서 “특히 전자영주권 제도는 정부와 시민이 국가를 넘어 전 세계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에스토니아는 최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의 강국답게 국가차원의 암호화폐 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자국 내 기업들이 거래 할 수 있는 암호화폐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 에스토니아 정부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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