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여유김여환 | 삼인당 건강연구소 소장, 가정의학과전문의

FRAILTY,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7가지 습관

“Frailty, thy name is woman.”
나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니라.
- 세익스피어

19대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 스탠딩 토론을 앞두고 한 후보 진영에서 상대 후보의 건강 상태를 견제하며 이렇게 말했다. “스탠딩 토론 두 시간도 못 견디는 ‘노쇠’함으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겠는가?” 하지만 이 공격을 받은 후보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수차례 등반했고, 대통령 당선 후에 바로 기자들과 청와대 뒷산을 오르며 ‘노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상대 진영은 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노화’라는 단어 대신 ‘노쇠’를 굳이 사용했을까? 그리고 ‘노쇠’가 과연 무엇이기에, 한 나라의 정치 운명까지 좌우할 정도일까?
노화(aging)는 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와 같은 것이다. 사람은 26세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지 않는 이상 노화는 비가역적이다. 이에 비해 노쇠(frailty)는 노인의 근육 감소를 특징으로 하는 증후군으로 노쇠한 사람은 오히려 병에 걸린 사람보다 장애, 입원, 사망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노쇠는 노화와 달리 가역적이다. 그래서 희망적이다. 보디 빌더계의 전설, 서 영갑님은 8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20대 청년 못지않은 훌륭한 근육질 몸을 자랑한다. 노화가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면 노쇠는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노쇠(frailty)는 노화와 만성 질환에 따른 변화로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노인허약증이다. 전 생애에 걸친 식습관, 운동, 폭음, 흡연 등은 노쇠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결국 노년기의 몸이란 평생 지켜 온 생활습관의 결과물인 것이다. 마치 죽음이 삶의 결과물인 것처럼. 무슨 일이든 서서히 일어나면 누가 범인인지 눈치 채지 못한다. 더군다나 그 일이 몇 십 년에 걸쳐 진행되면 더더욱 그렇다. 태어난 지 60년이나 70년 후에 나타나는 노쇠의 범인은 대체 무엇인가?
의학적으로 노쇠를 평가하는 지표는 의도하지 않는 체중 및 근육감소, 탈진, 에너지 소모량 저하, 보행속도 저하, 악력 저하 등이다. 이 다섯 가지 요소 중 3개 이상에 해당할 경우 노쇠라고 정의하며, 1개에서 2개에 해당되면 ‘전노쇠’, 전혀 징후가 없으면 건강양호로 구분한다. 그러니 이러한 지표에 영향을 주는 운동과 영양, 인지훈련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 노쇠예방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노쇠예방의 의미는 노화의 속도를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니 노화가 시작된다는 26세 이후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노쇠의 영단어인 frailty의 일곱 글자를 이용하여 ‘나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7가지 습관’으로 요약해본다.

1. Frailty-Food(식습관), 단백질을 늘려라!

사먹는 것이 싸고 편하고 맛도 좋다. 그러나 필살기 요리, 10가지 정도는 할 줄 알아야 건강하다. 먹은 것이 몸이니, 헬스트레이너는 남녀를 막론하고 스스로 요리해 먹는다. 근 감소가 일어나는 40세 이후부터는 단백질에 신경써야한다. 현미채식에서 벗어나 동물성 단백질도 먹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골고루 든 ‘슈렉 브로콜리 스프’를 추천한다. 스프 색깔이 연두색이라서 슈렉이다. 재료만 준비 되면 만드는 시간은 기껏해야 1분이다.


삶은 달걀흰자 2개, 노른자 반개(콜레스테롤 걱정 안 해도 된다면 2개 다 넣어도 된다), 삶은 감자나 고구마 반개, 냉동 브로콜리 3~5개, 두유나 우유 또는 아몬드 브리즈 180ml(생수도 좋다), 크루통(없어도 된다), 소금 또는 시판용 스프가루 약간을 준비한다. 냉동 브로콜리를 전자렌지나 끓는 물에 데친다. 준비된 재료를 믹서기에 넣고 드르륵 갈면 완성이다.
집에서 크루통을 만들려면 통밀식빵을 잘게 썰어 기름 없는 후라이팬이나 오븐, 또는 에어프라이기에 노릇하게 굽는다. 스프 만들기가 어려우면 크루통이라도 만들어 보시라. 새우깡처럼 자꾸 손이 간다. 뭐든 맛있으면 만들기 마련이다.

2. fRailty-Relationship(인간관계), ‘나’부터 만나자!

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누구일까? 북한의 김정은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바쁘게 일만하고 정신없이 살다가 겨우 죽기 직전에서야 자신의 민낯과 만난 사람들을 수없이 봤다.
왜 그때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못했을까? 왜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했을까? 후회를 한들 이미 늦었다. 우리는 좀 더 자주 ‘나’와 소통하는 일에 익숙해야 한다. 그래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촘촘히 내 인생이 된다.

3. frAilty-Aattitude(인생에 대한 태도), ‘죽음’ 앞에 당당해라!

인간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슬프게도 <노인학>의 마지막 장은 호스피스, 죽음학에 관한 의학적 내용이다. 1,000명이상의 사망선언을 한 나는 노인이라고 해서 죽음이 자연스럽거나 쉬워 보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누구나 처음이자 마지막 겪는 낯선 일이었다. 세월은 죽음의 지혜를 저절로 터득해 주지는 않는가보다.
해외로 지사를 여러 개 내고 사업을 주식으로 상장시키려고 동분서주 하다가도 ‘정사장, 이제 그만 가야하네.’라고 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 죽음이다. 예고편이 없다. ‘죽어감’이 길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서 서둘러 사라져야 한다. 그렇다고 소심하게 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죽음을 알아야 삶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나는 39살에 인턴을 시작했고, 50살이 다 되어 책을 쓰기 시작했다. 52살에는 헬스관장을 할 수 있는 스포츠생활지도사 2급 자격증에도 도전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한결같아 보여도 호스피스를 경험한 후부터는 단 하루도 죽음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보이는 나는 오늘도 마음 속 한구석은 뜨거운 이별을 준비한다.

4. frallty-Income & outgo(수입과 지출), 경제력 자립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자립이야 말로 자아실현과 자신감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뭐든 적당해야 한다. 조선시대 경국대전부터 기록에 남아 있는 명리학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주팔자는 ‘재극인’이다. 재성에 눈이 어두워 인성에 상처 주는 일을 하게 된다는 예언이다. 재물의 달달한 매력에 한없이 끌리는 것을 어느 순간에는 멈출 줄 알아야 좋은 팔자인 셈이다.

5. fraiLty-Life style(생활 습관), ‘다르게’ 움직여야 바뀐다!

근육을 풀어라. 몸이 늙으면 제일 먼저 유연성과 균형능력에서 표시가 난다. 하루에 3번, 이를 닦는 것처럼 근육도 닦아야 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근육학적인 의미에서 근육의 수축과 이완의 연속이다. 근육이 연달아 수축만 한다든지 이완만 하면 근섬유속에는 매듭 같은 통증유발점(Trigger point)이 생긴다. 그것을 제거하는 것을 ‘근육을 푼다’라고 한다. 통증유발점은 한의학의 경혈과 80%가 일치한다.
이것이 오랜 시간 동안 남아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그쪽 근육을 쓰지 않게 되고 다른 쪽 근육은 과도한 움직임을 만들어 체형변형을 유발한다. 등이 굽고 허리가 꾸부정한 것은 나이 먹어서라기보다는 잘못된 몸의 움직임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젊은이들도 거북목이 많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은 흉쇄유돌근, 사각근, 대흉근, 소흉근을 풀어줘야한다. 그중에서도 대흉근 안에 숨어 있는 소흉근을 집중 공략해서 거북목과 둥근 어깨가 해결된다. 자신 있게 보이는 팔짱끼는 자세는 오래 하지 말아야 한다.
어깨 근육과 승모근이 긴장되어 몸의 정렬을 무너뜨린다. 걸을 때는 일자로 걸어야 한다. ‘팔자걸음 걷다가 팔자 망친다.’라는 말도 있다. 잠을 잘 때도 손바닥을 위로하고 똑바로 누워 자야한다. 손등이 아닌 손바닥을 위로해야 팔목과 견갑골안쪽에 있는 견갑하근(subscapularis)이 편해진다. 작은 움직임도 다르게 해야 몸이 달라진다.

6. frailTy-Training(운동), 몸이 아이콘이다!

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돋보이기 위해서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건강에도 나쁘고 보기도 불편한 불룩한 내장지방을 언제까지 부여안고 살 것인가?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전에는 몸만들기에 관한 얄팍한 책 하나라도 사서 읽어봐야 한다. 그래야 속도도 붙고 몸을 제대로 만든다. 바른 몸만들기에 대한 과학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했다. 사람의 마음을 아릅답게 바꾸는 것이 어렵지 몸을 바꾸는 것은 오히려 쉽다. 인터넷이나 종편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지식은 오래 못 간다.
몸만들기 흐름을 알아야 한다. 굶으면서 무작정 하루에 10키로 20키로 걷기만 하면 살은 빠질지 몰라도 발을 시작해서 무릎, 골반, 허리가 다 나간다. 지방과 함께 근육도 빠진다. 몸이란 언제든지 변하는 생명체이므로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54살인 나와 24살 딸아이는 체중은 비슷하다. 하지만 체성분 분석(인바디)을 해보면 완전 거꾸로다. 30살이 많은 나는 근육량이 많고 딸은 체지방이 많다.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자취하느라 외식을 일삼던 딸아이는 헬스장도 등록하고 건강 도시락도 싸다니기 시작했다. 몸을 만들어봐야 유지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7. frailtY-Young mind(젊은 사고), 언제나 청춘이여라!

외부와 통할 수 있는 창문이 있으면 집이고, 없으면 무덤이다. 신라시대 왕의 무덤인 천마총에는 금관, 토기로 만든 밥솥 등의 살림살이가 있기는 하지만, 창문이 없다. 그래서 무덤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의견이 달라서 서로 소통할 수 없으면 살아는 있으되 그 관계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음의 창문은 내가 가진 딱딱한 벽을 도려내야 생기는 것이다. 타인의 마음과 깊숙이 소통하려고 하는 습관이야말로 영원한 생명력, 언제나 청춘인 것이다. 이렇게 오래 살고 빨리 늙어가는 인류는 우리가 처음이다. 처음 겪어 본 일이라 의사도 노화, 노쇠에 대해 지식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인생의 끝자락이 늙고 병약해서 살다 남은 찌꺼기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리네 운명이라면 현재의 삶도 마냥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7가지 습관’이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해주는 방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런 막연한 두려움에서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평범한 당신의 일상이 ‘FRAILTY 7가지 습관’으로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라는 당연한 말에서 ‘생물학적 나이로는 내일이 더 젊은 날이 될 것입니다.’로 바꾸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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